北 6차 당대회 참가자 “김일성 만나려 손톱까지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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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6차 당대회 참가자 “김일성 만나려 손톱까지 뽑았다”
  • 한민철 기자
  • 승인 2016.04.2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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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자 접견하면 출신성분 상승…강도 높은 신체검사 통과해야"

[코리아포스트 한민철 기자] 탈북자 김성우씨는 북한 김일성 주석 집권 시절인 1980년 10월 노동당 6차 당대회에 참가했던 인물. 그는 김일성, 김정일과 악수할 때 전염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무좀에 걸린 손톱을 펜치로 뽑아 당 대회 참가를 위한 신체검사에서 탈락 위기를 모면한 군인들을 많이 목격했다고 했다.

인민군 특무상사 출신으로 2009년 탈북한 김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6차 당 대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열흘에 한 번꼴로 군단병원에서 강도 높은 신체검사를 진행했는데 당시 군인들이 제일 흔하게 나타나는 손톱 무좀까지도 전염병으로 취급했다"면서 이같이 회고했다.

김 씨는 "북한 군인 중에서 계급적 환경이 안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면 제대한 다음에도 불이익을 받으며 평생 살아야 하는 게 현실이지만 어쩌다 김부자를 접견하면 출신 성분이 상승한다"며 "노동당 대회가 바로 군인들이 제일 바라고 고대하는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오는 5월 6일 열리는 노동당 7차 대회에 대해선 그는 "국제적인 외교무대에 한 번도 서 본 적이 없는 김정은이기 때문에 이번 당 대회를 열어 국제사회에 자신을 홍보하고 선대지도자의 반열에 올려세우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 씨와의 일문일답.

-- 북한의 당 대회 참가자 선발 기준은.

▲출신 성분이 좋아야 하며 조직의 신임이 높은 당원이어야 한다. 당 대회 대표는 여단장 이상급이며 김부자 접견자는 군인, 방청자는 당조직에서 선발된 모범군인이다. 당 대회 한 달 전에 군단병원에서 참가 대상자에 대한 신체검사를 진행하는데 열흘에 한 번꼴로 진행했다. 이 시기 군인들이 제일 흔하게 나타나는 손톱 무좀까지도 전염병으로 취급했다. 당시 출신 성분이 안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훈련에서 특출한 공로가 있는 군인은 당 대회 방청자로 참가시켰다. 그들은 노동당 6차 대회 참가해 김부자 접견을 위해 펜치로 무좀 손톱을 뽑아 대회 참가자로 인정받았다.

-- 당 대회 기간 평양 시내의 치안 상태는.

▲분위기가 삼엄했다. 개별행동은 할 수 없고 아침 9시부터 4.25 문화 궁전에 도착해서 연습을 마친 다음 바로 여관으로 들어가야 한다.

-- 당 대회 참가자에 대한 개인지급 물품은.

▲양복과 세면도구, 내의 두벌, 화장품을 주는데 옷 상표에는 '만경대 옷 공장'이라고 쓰여있었다. 노동당 대회 당일 외에는 군복을 입을 수 없다.

-- 숙소, 이동수단과 식사는.

▲군인 대표단은 특별열차(청진-평양 직행)를 타고 평양에 이틀 전에 도착했다. 창광여관으로 들어가 군복을 벗고 양복으로 갈아입고 창광원 가서 이발과 목욕을 했다. 음식은 살면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생선회, 노루고기, 오리 훈제, 닭튀김 등이 올랐다.

-- 어떤 연습을 했나.

▲하루에 평균 4시간 연습을 했는데 김일성을 맞이할 때 박수 칠 때 손바닥의 높이, 환호 구호 소리 지르기 등이다.

-- 당시 행사는 어떤 순서로 진행됐나.

▲아침 10시께 행사장에 김일성이 주석단으로 걸어 나왔다. '인터내셔널' 노래가 끝나고 10분 정도 일어서서 '만세'를 불렀다. 당일 김일성이 1시간 정도 연설했고, 다음날은 당규약과 청사진 발표 등이 있었다.

-- 김일성•김정일을 본 기억은.

▲김일성은 학교에서 배웠던 수령의 이미지 보다는 관료주의자나 독재자 같아 보였다. 김정일은 주석단에 앉아있는데 키가 작았고, 옆머리가 없었다. 김정일은 김일성이 연설하는 와중에 옆에 있는 노간부들에게 손가락으로 버릇없이 지시하고 의자에 가만히 잊지 못하는 가벼운 모습을 보였다.

-- 당 대회 참가자들은 어떤 특별대우를 받았나.

▲대회 기간에는 별로 모르겠는데 대회가 끝난 다음에는 개인별 선물 박스가 전달됐다. 방청자들에게 차려진 선물박스는 높이 40cm, 길이 50cm, 지름 40cm 정도의 크기에 '노동당 제6차 대회 선물'이라고 쓰여있었고 가정이 있는 군인에게는 아내 한복이 추가됐다. 선물 내용은 황구렁이술과 대평술을 비롯해서 5병이 있었고, 당과류(사탕•과자)2kg, 통조림, 담배, 과일로는 바나나와 귤 등 이다. 대표자와 김부자 접견자에게는 선불박스 외에 추가로 일본산 컬러 TV(히타치)와 대동강 소형 냉장고가 전달됐다. 당 대회가 끝난 다음 날 16일 당 대회 축하용 평양시 10만명 군중대회를 참관했다.

-- 김정일 시대는 왜 당 대회가 안 열렸다고 보는가.

▲6차 당 대회 연설에서 김일성은 '주민들이 이밥(쌀밥)에 고깃국에 기와집에서 비단옷을 입고 살게 하는 것이 평생소원'이라는 말을 자주했는데 김정일은 김일성의 유언을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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