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일했으니 30일 휴가”…지자체들, ‘마구 휴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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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일했으니 30일 휴가”…지자체들, ‘마구 휴가’ 논란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6.05.1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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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재충전" vs "행정서비스 부실 초래"

[코리아포스트 김민수 기자]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자기 계발과 재충전의 기회를 줘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앞다퉈 공무원 휴가를 신설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취업조차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공직사회의 휴가 확대는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업무 공백에 따른 행정 서비스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자기 계발•재충전 기회 줘야…서비스 질 높아질 것"

휴가 일수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전국 대부분 지자체가 장기 재직 휴가를 주고 있다.

충북 음성군은 재직기간에 따라 10년 이상∼20년은 10일, 20년 이상∼30년 미만은 20일, 30년 이상은 20일의 안식 휴가를 줄 계획이다.

배우자나 자녀, 본인과 배우자의 부모가 질병으로 7일 이상 입원하면 연간 5일 범위에서 병간호 휴가도 갈 수 있다.

군은 그동안 연차 휴가 외에 20년 이상 재직한 직원에게만 10일간의 장기 재직휴가를 줬다.

군은 안식 휴가를 도입하는 대신 장기 재직휴가를 폐지하기로 했다.

재직 기간에 따라 짧게는 3일, 길게는 23일 주어지는 연차 휴가는 별도다.

강원도 강릉시도 음성군과 똑같은 휴가 일수를 주는 장기 재직휴가제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30년 이상 근무하면 총 50일간 장기 재직휴가를 갈 수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7월 복무조례를 개정해 재직기간에 따라 10~19년은 10일, 20~29년은 20일, 30년 이상은 20일의 휴가를 준다. 5일 단위로 나눠 사용할 수도 있다.

경남도는 2014년 8월부터 10년 이상 근무하면 10일, 20년 이상 일하면 20일, 30년 이상 재직하면 10일 등 총 40일의 '장기 재직 안식 휴가'를 준다.

경기도 역시 20년 이상 근속자에게만 주던 장기 재직휴가를 올해 3월부터 10년 이상 20년 미만 직원으로 확대했다.

서울시도 2014년부터 10∼19년 근속자에게 10일, 20∼29년 근속자에게 20일, 30년 이상 근속자에게 20일의 휴가를 주고 있다.

경기 성남시도 2014년 12월부터 서울시와 같은 장기 재직휴가를 도입했다.

울산 북구는 20년 이상 근속 직원에게 30일의 학습휴가를 주고 있다.

공무원에게 자기 계발 시간과 재충전할 기회를 충분히 주면 행정 서비스 질도 덩달아 오를 수 있다는 게 지자체의 설명이다.

◇ 독서휴가•봉양휴가•자녀 입대휴가…종류도 다양

서울시는 업무 관련 학습이 필요할 때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사가 독서휴가(2일)를 시행 중이다.

울산시(10일 이내)와 강원도(10일 이내), 충남도(5일), 충북 진천군(〃), 경기 고양시(2일)는 업무를 잘 추진했거나 외자•기업유치 성과가 높은 공무원에게는 포상휴가도 준다.

서울시도 실•국•본부 차원에서 성과 우수자에 5일간의 특별휴가를 허가할 수 있도록 했다.

전북 익산시는 70세 이상 부모나 장인•장모를 봉양하며 여행하려는 직원에게 4일간의 특별휴가를 준다.

경북도는 2011년부터 배우자가 출산하면 5일간의 휴가를 주고 있다.

창원시와 전남도, 충남도, 광주시 등은 자녀가 입대하면 1일 휴가를 준다.

인천시는 이보다 범위를 확대해 배우자, 직계비속, 형제•자매가 입대할 때 하루 휴가를 낼 수 있다.

강릉시는 봄철 주말과 휴일, 공휴일에 산불 감시 근무에 자주 동원되는 직원을 대상으로 산불 위험기간이 끝나는 시기부터 3박4일 '산불휴가'를 보낸다.

속초시도 지난 8월부터 산불이나 폭설 등 재난재해 특별근무를 하거나 시정 발전에 이바지한 직원에게 5일간의 격려 휴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휴가를 받은 직원은 아직 없다.

충남도는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이 유치원이나 학교 행사 참석을 위해 1년에 3일 이내의 특별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 "팍팍한 현실, 공직사회 고통분담 자세 가져야"

휴가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충분한 휴식과 충전을 통해 더 의욕적으로 업무에 매달릴 수 있다.

그러나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고, 이마저도 자리보전이 쉽지 않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려하면 공직사회의 이런 모습이 위화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력 공백에 따른 행정 서비스의 질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되돌아갈 수 밖에 없다.

휴가를 떠나는 공무원이 동료에게 철저하게 업무를 인계하더라도 업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법 조항을 세심히 따져봐야 할 사안은 업무 인수자가 처리할 수도, 답변을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충북지역 한 시민단체 대표는 "지자체 직원들에게 재충전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자체가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 고통을 나누려는 노력은 뒷전으로 하고 공무원들의 복지 확대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세업체 직원들은 휴일에도 일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 근무 여건은 물론 처우도 좋은 공무원은 쉬어도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다"며 "공무원 월급은 결국 주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남기헌 충청대 교수도 "다들 경제가 어렵다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라며 "공무원이 솔선수범해서 휴가를 반납하고 경제적 위기 극복에 앞장서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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