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단적 부양책 줄줄이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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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극단적 부양책 줄줄이 거론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6.05.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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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으로만 존재하던 방법 쓸지 주목"…마이너스 예금금리 도입에도 촉각

[코리아포스트 김민수 기자]  일본의 경제 상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극단적인 형태의 부양책들이 잇달아 거론되고 있다.

특히 WSJ은 그간 이론으로만 교과서에 갇혀 있던 정책이 일본의 극단적인 처방에 오를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 안팎의 이코노미스트들이 주목하는 경기부양책으로는 ▲ 헬리콥터 머니 ▲ 마이너스 예금금리 ▲ 현금 및 예금 과세 ▲ 강제적인 임금 인상 등이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언급하며 널리 알려진 헬리콥터 머니는 중앙은행이 직접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은 정부로부터 직접 채권을 사들일 수 있다. 제로 쿠폰에 무기한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 등이 가능하며 이는 정부가 중앙은행에 원금과 이자를 전혀 갚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는 이 돈을 부양효과가 큰 인프라에 투자하거나 기업에 직접 지원하게 된다.

하지만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이에 회의적이다.

구로다 총재 스스로 현행 일본 법에서 시행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못 밖은 데다 얼마 전에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재정정책은 정부의 몫이며, 여기에 중앙은행이 나설 경우 중앙은행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일각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출이 늘면 초인플레이션이 야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일본 정부는 1930년대 일본은행이 직접 재무성으로부터 국채를 사들인 바 있으며 이는 결국 초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러한 극단적 완화 정책은 엔화를 급락시켜 수출에는 긍정적이겠지만, 원유 등 수입 물가는 급등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두 번째로 거론되는 정책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최대한 낮춰 상업은행들의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유도하는 방안이다. 예금자들이 은행에 돈을 예치할 때 이자, 즉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반대로 돈을 빌린 사람은 오히려 은행에서 이자를 받게 된다.

JP모건의 마사키 칸노 이코노미스트는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다는 것은 "주택담보 대출을 받으면 매달 은행에서 돈을 받고, 차를 살 때 대출받으면 은행에서 매달 돈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라며 "이렇게 되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금금리는 최저 -3%까지 낮추고, 대출금리는 -1%까지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예금금리에 수수료를 물리면 사람들은 은행에서 돈을 빼 집의 금고에 돈을 묻어두려 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는 은행의 자금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몰려 자산 버블을 양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은행은 상업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일부 자금에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 중이다. 그러나 상업은행들은 이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을 꺼린다. 예금 자산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덴마크의 일부 은행들만 예금자들에게 마이너스 금리를 전가하고 있으며 일부 대출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 중이다.

세 번째로 거론되는 극단적 처방은 예금이나 현금, 혹은 일본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다.

19세기 독일 이코노미스트 실비오 게젤이 매달 현금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으며 일본은행에 몸담았던 후카오 미쓰히로 게이오대학 교수가 현금에 과세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후카오 교수는 정부가 발행한 카드를 현금과 교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해당 카드는 만기가 있는 일종의 전자머니로 사람들은 만기 전에 이를 소진해야 해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기를 넘겼을 때 카드 잔액은 국고로 환수되며 사실상 세금처럼 돼 버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사람들은 현금을 갖고 소비를 하거나 아니면 더 위험한 자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후카오 교수는 "모든 안전자산에 대한 과세는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라며 또 이렇게 거둬들인 세수는 소비를 촉진하기 하기 위해 부자나 가난한 자들에게 모두 재분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조차도 정말로 극단적인 방식이라고 우려한다. 당장 현금을 카드로 교환할 경우 기술적 문제에 부닥친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 시스템 전반을 재조정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후카오 교수 조차도 "나의 제안은 비상조치다"라며 "엄청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에만 실행돼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제적인 임금 인상도 일본에서 거론되는 경기부양책 중에 하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이러한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정부가 기업들에 매년 최소 2%가량의 임금 인상을 하지 않을 경우 이를 설명하도록 요구하고, 임금 인상률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는 세금 관련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반대로 과도한 수익 증가에도 이를 근로자에게 배분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벌칙성 과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소개됐다.

전문가들은 임금 인상은 기업의 소비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강제적인 임금 인상은 자유시장경제에서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여기다 일본 정부는 이미 임금 인상을 위해 법인세율 인하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는 점에서 강제적인 임금 인상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WSJ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