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폐 아닌 다른 장기에도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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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폐 아닌 다른 장기에도 악영향
  • 이진욱 기자
  • 승인 2016.05.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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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제품 성분 유해성 보고한 조경현 영남대 교수

[코리아포스트 이진욱 기자]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은 구아니딘 계열의 살균제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와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다. 이 성분이 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2012년 학계에 처음 보고한 조경현 영남대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구 결과를 내놓을 당시를 회상했다. 조 교수는 혈관의 노화와 동맥경화, 당뇨 등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그때 뉴스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쓴 사람들이 폐 손상으로 사망했다고 하더라고요. 뉴스를 보며, 사람이 갑자기 죽은 걸 보면 폐 이외에 다른 장기에도 손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는 "특히 심장에 손상이 있을 것 같았다"며 "'심폐소생술'이라는 말도 있듯, 폐와 심장은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살균제가 생체의 장기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동물 실험을 설계했다. 가장 빨리 실험할 수 있는 실험동물인 '제브라피시'를 택했고, 당시 제품이 수거되지 않은 상황이라 시중에서 직접 제품을 구입했다.

실험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제브라피시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되자 1시간 만에 모두 죽었다. 죽은 물고기를 살펴보니 심장 섬유화가 심하게 진행됐고, 혈액에도 문제가 나타났다. 그는 혈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가습기 살균제 물질들이 혈액을 따라 온몸으로 퍼져 전신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외에도 우리가 쓰는 제품 중에 안전성 문제가 있는 물질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3년 전에는 영유아들이 주로 쓰는 물티슈에 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라는 물질이 들어있어 한 차례 논란이 됐다.

조 교수는 "MIT라는 물질은 구아니딘 계열과 아예 구조가 다르고 더 작다. 이 역시 가습기 살균제 성분처럼 업계에서 찾아낸 물질인데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새로운 물질들이 계속 나오는 만큼 안전성 검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제품에 붙어 있는 라벨에는 성분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안 나와 있고 다만 '세균 억제 물질', '계면활성제'라는 식으로 들어가는데 이러면 소비자들이 모르고 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물 실험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폐뿐 아니라 다른 장기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옥시 피해자들의 후유증을 연구하는 연구센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같은 연령대의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에 비해 건강의 정도를 알아보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