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묻지마살인' "후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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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묻지마살인' "후회? 잘 모르겠다"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6.05.2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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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검찰 송치…거듭 묻자 뒤늦게 후회 심경 시사하기도
[코리아포스트 김영목기자]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묻지마 살인' 피의자가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피의자 김모(34)씨 수사를 마무리하고 살인 혐의를 적용해 26일 오전 기소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경찰은 수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김씨가 사건 이틀 전 범행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예전에 일을 한 적이 있어 지리가 익숙하고 새벽에 사람들의 통행이 드물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주점 건물 화장실을 범행장소로 택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전날인 16일 오후 5시 40분 자신이 일하던 강남역 부근 식당에 "볼일이 있다"며 조퇴하면서 흉기를 가지고 나왔고, 가출 후 지낸 적이 있는 화곡동으로 이동해 건물 화장실에서 3시간을 보낸 뒤 다시 강남역으로 돌아와 17일 새벽 범행했다.

 강남의 한 주점 화장실에서 ‘묻지 마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 김 모 씨가 현장검증을 받기 위해 24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범행 당시 숨진 A씨보다 먼저 화장실에 들어왔던 6명의 남성을 공격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경찰은 "김씨는 애초 범행 대상을 '불상의 여성'으로 특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6차례 입원한 전력이 있는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인 김씨가 여성들에게서 괴롭힘 당한다는 망상 때문에 범행한 것으로, 전형적인 '묻지마범죄'라고 결론 내렸다.

김씨는 26일 오전 8시 30분께 경찰서를 떠나 검찰로 향하면서 범행을 후회하는지를 묻자 "그런 질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재차 후회하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저도 인간이니까 나름대로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후회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한증섭 형사과장이 서초동 주점 살인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당초 김씨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하다가 질문이 거듭 이어지자 간신히 입을 열었다.

김씨는 "피해자에 대한 원한이나 감정이 없고, 제 범행으로 사망한 나이 어린 피해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불거진 여성혐오 논란에 대해서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 저 말고도 여러 부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면서 "잘 모르겠다"고 말하고 검찰로 떠났다.

김씨는 17일 오전 1시께 강남역 근처에 있는 서초동 주점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A(23·여)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경찰은 김씨를 검거했을 때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압수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 흉기와 그가 입은 바지에 묻은 혈액이 A씨 것임을 확인했다.

사건 당일 경찰은 김씨의 유일한 진술로 "여자들에게 항상 무시당해 범행했다"는 내용을 공개해 사건은 여성혐오 범죄 논란으로 확산했다. 그러나 정작 경찰은 이번 사건을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경찰은 여성혐오범죄 논란이 확산하자 수사가 끝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나 수사 책임자인 한증섭 서초서 형사과장은 이날 수사결과 최종 브리핑에서 "여성혐오 범죄는 학술·전문적인 부분도 있고 처음 접해보는 용어라 정확하게 입장을 표명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대답을 피했다.

경찰은 피해자 유가족에게 심리적·경제적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다. 현재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으며, 범죄피해자 지원센터를 통해 장례비를 지원했다. 앞으로 유족 구조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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