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합의 위안부 재단 첫발…구체 사업은 또다른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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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합의 위안부 재단 첫발…구체 사업은 또다른 갈등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6.05.3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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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민수 기자]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핵심 이행조치인 위안부 지원 재단이 설립준비위원회 출범을 통해 본격적인 발걸음을 떼게 됐지만, 실제 사업 수행 문제는 또 다른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출연금이 집행될 사업의 구체적 성격을 둘러싸고 우리 정부와 피해자 진영은 물론 한일 양국 간에도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일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위안부 합의에서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상처 치유를 위해 한국 정부가 지원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측은 재단에 10억 엔의 예산을 출연하기로 했다.

정부는 재단 운영에 드는 행정 비용 등을 최소화하고 일본 측이 출연하는 '치유금'은 되도록 피해자들에 대한 순수 지원금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지원 대상은 생존 피해자뿐 아니라 사망자도 아우를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일본 측 출연금만으로 지원을 할 경우 피해자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액수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사망자·생존자 포함)는 238명으로, 일본 측 출연금 10억엔(107억 여원)을 균등 배분하는 것으로 단순 계산하면 피해자 1인당 4천500만원 가량이 된다.

우리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지원하는 각종 생활안정지원금, 간병비, 치료비 등에 견줘보면 많은 액수라고는 하기 어려워 일본의 사죄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들에게 직접 지원금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가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은 일본 정부 출연의 '배상 성격'에 힘을 싣기 위해서로 분석된다.

일본이 위안부 합의에서 정부 차원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한 징표로서 정부 예산을 출연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30일 "금전으로 하는 사업에 일본의 책임 이행의 진정성이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일본이 출연금만 내고 끝낸다면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치유금'이 배상의 성격으로 해석되는 것을 극도로 꺼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분은 현재 한일 간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를 놓고 진행되는 협의 과정에서도 쟁점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금을 갖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 기념물 등을 마련하는 것 또한 일본의 반대로 인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위안부 강제 동원이라는 반(反)인도적 행위를 역사적으로 기억하고 피해자들의 '존엄'을 회복해야 한다는 국내 요구에 비춰볼 때, 추모 성격의 사업이 없다면 합의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일본의 '제동'으로 합의 정신에 맞는 사업 수행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명예 회복과 상처 치유라는 합의의 정신에 맞게 일본이 (이행에) 참여하도록 하고, 재단이 자율성을 갖고 할 부분은 최대한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협의를 계속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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