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월가규제 완화 주장 트럼프에 "8년전 위기 벌써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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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월가규제 완화 주장 트럼프에 "8년전 위기 벌써 잊었나"
  • 김민수 기자
  • 승인 2016.06.0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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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민수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경제정책을 고리로 '트럼프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1일(현지시간) AP·AF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인디애나 주(州) 엘크하트를 찾아 "공화당이 경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들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며 "그래도 계속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득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화당의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의 '도드-프랭크법' 폐기 등 경제공약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엘크하트를 방문해 공화당의 경제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도드-프랭크법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도입된 광범위한 금융개혁법이다. 트럼프는 경선 과정에서 대통령이 되면 도드-프랭크법을 손봐 금융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누가 감히 월스트리트에 대한 규제를 약화하겠다는 제안을 할 수 있느냐, (금융위기가 발생한) 8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벌써 잊었느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미국 경제의 중추를 부러뜨린 행위를 다시 허용하겠다는 사람에게 투표한다는 것은 도저히 말이 안 된다"며 "당신이 민주당 지지자든, 공화당 지지자든 간에 왜 그래야 하냐"고 목청을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양복 상의를 벗고, 셔츠 소매를 걷은 채 1시간여 동안 연설을 했다. AF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본격적인 대선 운동 모드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특히 인디애나 주는 공화당이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러스트 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의 심장부에 해당한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우세했지만,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층의 비중이 높아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경합주(州)'로 분류된다.

오바마 대통령도 2008년 대선에선 인디애나에서 승리했지만 4년 후 재선 도전 때는 패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 취임한 2009년 당시 엘크하트의 실업률은 19.6%에 달했지만, 지금은 4%대로 내려오는 등 지역경제는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덕분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회복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경제를 놓고 중산층 유권자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수법으로 사기를 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임 기간 달성한 경제 살리기 업적을 스스로 '수호'하는 동시에 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운동도 돕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엘크하트 연설 후 PBS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를 위한 광고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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