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당국, 골드만삭스 1MDB 관련 수상한 거래 은폐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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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당국, 골드만삭스 1MDB 관련 수상한 거래 은폐 조사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6.06.0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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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피터조 기자] 미국 수사당국이 말레이시아 국영 투자기업 1MDB의 스캔들과 관련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조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국은 골드만삭스가 1MDB의 채권 발행을 처리해주는 과정에서 수상한 자금 이동 내역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돈세탁 방지를 위해 금융기관들이 수상한 자금 거래를 신고할 것을 의무화한 미국의 은행비밀법을 위반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조사중이다. 소식통들은 수사진들이 골드만삭스 간부들과 대면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1MDB는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에 설립한 회사로, 지난해 말 420억 링깃(약13조원)에 육박하는 부채가 드러나면서 비리 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집 총리 개인 계좌에 6억8천100만 달러의 돈이 흘러들어 간 정황도 포착됐다.

골드만삭스는 2013년 1MDB가 부동산 프로젝트의 펀딩을 목적으로 30억 달러의 채권 발행을 추진할 당시에 나집 라작 총리의 요청에 따라 주간사로 참여했다.

골드만삭스는 사실상 30억 달러의 채권 전부를 사들인 뒤 매각 대금을 1MDB측이 관리하는 스위스 프라이빗 뱅크의 싱가포르 지점에 송금한 후 투자자들을 상대로 채권을 매각할 수 있었다.

골드만삭스는 이 과정에서 업계 관행을 훨씬 뛰어넘은 3억 달러의 수수료를 챙겼다. 은행 측은 채권 전부를 인수한 데 따른 리스크를 감안하면 지나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소식통들과 WSJ이 살펴본 송금 내역 자료에 의하면 골드만삭스가 송금을 완료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자금의 절반은 역외 투자펀드로 옮겨졌고 일부는 나집 총리의 개인 계좌로 흘러들어 갔다.

미국 사법당국은 골드만삭스가 이 돈이 당초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 측은 1MDB가 이 돈을 어떻게 썼는지는 알 길이 없다는 입장이다.

 

수사진들은 글로벌은행이 아닌 소규모 프라이빗 뱅크에 송금한 점, 1MDB가 수년이 소요되는 부동산 프로젝트를 위해 서둘러 대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점 등이 수상하다고 보고 있다.

1MDB가 채권을 발행한 2013년 3월은 나집 총리가 총선을 두 달 앞둔 지점이었다. 그 두 달 전에 나집 총리는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회의에 참석하면서 골드만삭스 인사들과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MDB측은 대규모의 자금이 역외로 이동한 데 대해 당장 자금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며 나집 총리에게 송금한 바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나집 총리는 개인 계좌의 거액 자금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들어온 합법적 정치 기부금이며 그 대부분은 반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지난 1월 무혐의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소식통들과 WSJ이 입수한 송금내역 자료에 따르면 나집 총리는 계좌에 들어온 거액의 자금 가운데 일부는 선거운동에 썼고 가족들과 함께 부동산과 의류와 보석을 사들이거나 할리우드 영화 출자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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