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법 어기면서도 "양보할 수 없다" 기싸움…실종된 '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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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법 어기면서도 "양보할 수 없다" 기싸움…실종된 '협치'
  • 제임스김 기자
  • 승인 2016.06.0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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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빈 국회의장 집무실20대 국회 원 구성 법정시한 마지막 날인 7일 오후 국회 의장실이 주인을 잃은 채 텅비어 있다. 여야는 이날 오후 원 구성을 위한 협상을 재개 할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극적인 협상 타결은 힘든 상황이다.

[코리아포스트 제임스김 기자] 제 20대 국회의 원(院) 구성이 7일을 지나면 법정 시한을 넘기지만, 여야 3당은 원구성 협상에서 절대 밀릴 수 없다며 기싸움만 이어가고 있다.

3당이 한 목소리로 강조해온 '협치(協治)' 정신은 찾아보기 어렵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모두 "4·13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받들겠다"고 하면서도 막상 협상장 문을 닫고 나면 각 당의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것이다.

 

          

국회의장을 어느 당에서 배출하느냐, 주요 상임위원장을 어느 당이 가져가느냐는 국민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지적에 3당이 동의하면서도 서로 상대방을 향해 '먼저 양보하라'며 샅바 싸움만 벌이고 있다.

최대 쟁점인 국회의장 문제와 관련, 원내 2당이 된 집권여당 새누리당과 원내 1당인 더민주는 이날도 팽팽한 대치 전선을 형성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지금 이 순간까지 새누리당의 그 어떤 책임 있는 당직자도 의장을 더민주에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적 없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의장직 사수'로 입장이 돌변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게 됐다는 더민주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의장직 사수' 방침 배경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무엇이든 청와대를 물고 들어가야 선명하다고 생각하는 과거의 낡은 행태가 도진 게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일축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여야를 통틀어 현역 최다선(8선)인 서청원 의원이 전반기 의장을 맡는 게 정치 도의상 합당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정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헌정사에도 드문 8선 의원이 우리 당에 계시다"며 "이런 분의 경륜과 식견은 국회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역시 의장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기조가 완강하다.

더민주 원내지도부는 "원내 1당이 의장을 맡은 게 관례"라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새누리당이 의장 양보를 약속해 놓고 말을 바꿨다"고 공세를 폈다.

더민주는 새누리당이 의장을 가져가는 대신 기획재정·정무·예산결산특별위원장 중 하나를 더민주에 내어 줄 수 있다는 새누리당의 수정 제안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각 당의 의장 후보를 내고, 본회의 투표에 부쳐 의장을 선출하자는 국민의당 제안을 수용하며 새누리당도 이를 받아들일 것을 압박했다.

의장과 운영·법제사법·기재·정무 등 핵심 상임위원장의 주고받기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여야가 3당 체제의 국회에서 초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선 제압'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 구성은 향후 입법권력의 지형을 좌우하게 될 중차대한 사안인 데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첫 협상인 만큼 누구도 '협상에서 밀렸다'는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각 당의 복잡한 사정도 협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의 경우 내부에서 불과 한 석 차이로 원내 2당이 됐을 뿐이고, 탈당파 무소속 의원 7명이 복당하면 원내 1당이 되는 만큼 굳이 더민주에 의장직을 양보할 이유가 없다는 기류가 팽배하다.

당장 무소속 의원들을 복당시킬 경우 자연스럽게 1당이 돼 원구성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수도 있지만 복당문제를 놓고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간 정치적 셈법이 다른 게 문제다.

여기에다가 정 원내대표가 "원 구성 전 복당은 없다"고 못박아 '인위적인 1당 만들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야당에 대해 더 강경하게 국회의장직을 양보하라고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더민주의 경우엔 문희상·이석현·정세균(이상 6선)·박병석·원혜영(이상 5선) 등 당내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의장직 도전을 선언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원내지도부로서는 협상에서 더욱 물러설 수 없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당은 의장직을 가져갈 수 없는 위치지만, 3당으로서 '캐스팅보트'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는 한편 실리챙기기에 부심하고 있다.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이날 "의장부터 선출하면 부의장 선출은 쉽게 이뤄질 수 있다"며 "그다음에 상임위원장을 협상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언급, '선(先) 의장, 후(後) 상임위원장'의 순서로 합의를 도출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양당간 대치국면에서 국민의당의 중재자 역할을 부각시키는 한편, 국회의장단 선출에서 국회의장을 제1당인 더민주가 차지할 경우 야당몫 국회부의장을 국민의당이 차지할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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