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큰손' 롯데…M&A시장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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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 걸린 '큰손' 롯데…M&A시장 비상
  • 김광수 기자
  • 승인 2016.06.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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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광수 기자]최근 수년 간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국내 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롯데그룹의 공격적 행보가 검찰 수사로 급제동이 걸리면서 관련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롯데는 최근 6년간 삼성 화학계열사와 KT렌탈, 하이마트 등 대형 매물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금액 기준으로 30대 그룹 전체 M&A의 20%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2010~2015년 롯데그룹이 M&A를 통해 인수한 회사의 수는 21개였고 금액으로는 7조6천여억원에 달했다.

 

 롯데의 이 같은 M&A 규모는 10대 그룹 중 단연 1위다.

2위인 현대자동차가 5조4천여억원, 3위 SK가 4조4천여억원, 4위 포스코가 4조1천여억원, 5위 현대중공업이 3조800여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압도적 규모다.

최근 롯데의 행보는 보수적으로 회사를 운영했던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과 달리 공격적 M&A를 통해 그룹의 외형을 키우는 데 적극적인 신동빈 회장의 성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금융회사 출신으로 'M&A의 달인'으로도 불리는 신 회장은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선 2004년 이후 총 36건, 14조원 규모의 M&A를 성사시키며 롯데그룹의 외형 불리기에 열중했다.

롯데그룹은 이 같은 공격적 M&A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그룹 매출 200조원을 달성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룹의 심장부인 정책본부와 총수 일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롯데케미칼이 미국 석유화학 회사 액시올 인수를 철회하는 등 M&A 행보에 급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신 회장의 오른팔 격으로 롯데의 M&A를 일선에서 진두지휘해온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검찰 수사의 주요 표적 중 하나가 되면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도 롯데의 행보에 족쇄를 걸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총수 일가와 정책본부를 표적으로 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M&A와 같은 중요한 경영활동은 사실상 마비된 셈이나 마찬가지"라며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데만도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간 80조~100조원에 달하는 국내 M&A 시장에서 롯데가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대형 M&A를 중개하고서 받는 수수료가 주 수익원인 IB와 회계법인 등 M&A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보통 기업간 M&A가 진행되면 골드만삭스나 크레디트스위스 같은 대형 IB들이 매각 주간사로 선정되고 삼일이나 딜로이트 안진 같은 회계법인은 재무실사 작업에 참여해 그 대가로 수수료를 챙긴다.

특히 롯데와 거래가 많았던 삼일회계법인의 타격이 클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글로벌 IB 관계자는 "롯데는 최근 수년 간 국내 M&A 시장의 '큰손'이었다"며 "IB들은 M&A 한 건을 성사시키면 보통 매각 대금의 2%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데 검찰 수사로 롯데의 공격적 M&A 행보에 제동이 걸리면 업계로서는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도 "M&A 업계도 검찰의 롯데 수사를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롯데와 거래가 잦았던 회계법인은 수사의 향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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