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생산대국 호주 농축산업, 소비대국 중국에 휘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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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생산대국 호주 농축산업, 소비대국 중국에 휘둘린다"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6.06.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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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 농산물 생산대국인 호주의 농축산업이 소비대국 중국이라는 변수에 휘둘리고 있다.

중국의 양고기 소비붐이 호주 주력 가축의 종류를 바꿀 정도로 영향력은 커진 것이다.

▲ 호주 시드니 교외에 있는 양 목장.

호주 총선거가 7월 2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기업에 의한 호주농지 매수 움직임을 둘러싸고 정파 간에 찬반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중국의 양고기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며 호주에서는 양모용에서 고기용 양 사육으로 바꾸는 농가가 늘고 있다. 가뜩이나 면화나 화학섬유에 대항하기 힘겨운 호주 양모업계로서는 이중고다.

호주의 전체 양 사육은 지난해 7천700만 마리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농 등 영향으로 40여년 전에 비해선 절반으로 줄어든 규모다. 자연스럽게 양모 생산량도 2004년 47만5천t에서 2014년 34만6천t으로 줄었다.

그런데도 고기용 양 사육은 급증해 어린 양고기 생산량은 작년 처음 50만t을 돌파했다. 2011년보다 10만t 이상 증가했다. 2014년도 통계를 보면 절반이 수출용인데, 중국으로 수출하는 양이 약 4만t으로 3년간 두 배로 늘었다.

고기용 양 사육이 늘어남에 따라 양모 공급이 줄자 일본에서 양모를 쓰는 교복값이 오르기도 했다. 세계 의류용 양모시장에서 호주산은 90%를 차지한다.

농림수산축산업은 호주 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기간산업이며 최대수출국은 중국이다.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 한국이 뒤를 잇는다. 2014년도 중국 상대 농수산 수출액은 90억호주달러(약 7조8천억원)나 된다.

호주는 국토면적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농지에서 대규모 영농이 이뤄진다. 소·양고기, 밀이나 면화 생산이 많다.

그런데 중국기업이 호주의 농지 구입을 시도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부동산기업 산하 호주법인이 지난해 한국 전체(9만9천㎢)보다 넓은 10만㎢의 목장 인수에 나선 게 문제가 됐다. 목장은 약 3천200억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하지만 연립여당인 자유당과 국민당(농민이 지지기반)이 농지가 중국에 탈취당한다며 맹반대하는데다 목장이 무기시험장 근처여서 안전보장 논란까지 겹쳤다.

호주에서는 외국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농지를 살 경우 정부 인가가 필요하다. 호주 정부 측은 안전보장상 문제 등을 이유로 계약 인가를 않겠다는 예비결정을 하고, 최종결정은 총선 뒤로 미뤘다.

중국기업측이 시험장 지역은 제외하는 등 타협책을 제시했지만, 그 뒤에도 호주 정부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다수 농민은 "농지는 호주인에게 있어 신성한 존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좌파계인 야당 녹색당도 목장이 가지는 환경적인 가치나 생산한 소고기가 모두 중국에 수출됐을 경우 국내의 식량 공급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계약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최대야당 노동당은 외국기업의 농업분야 투자는 고용창출로 연결된다며 찬성하고 있다. 야당은 "1980년대 일본에서의 (부동산 투자 붐 등) 자본을 둘러싼 논쟁을 상기시킨다"며 찬성한다.

로위연구소(Lowy Institute)의 21일 여론조사에서 호주 유권자 90% 정도는 "외국기업에 농지를 파는 정부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아사히는 총선결과에 따라 중국의 호주 농지 매수는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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