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배드뱅크 조성 추진…60조원대 부실채권 사들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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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배드뱅크 조성 추진…60조원대 부실채권 사들일듯
  • 배성봉 기자
  • 승인 2016.07.1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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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반대로 성사 여부는 불투명

이탈리아 정부가 은행권의 부실 대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500억 유로(약 63조원) 규모의 '배드 뱅크'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다.

배드 뱅크는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채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이다.

16일(현지시간) 영국의 선데이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JP모건을 통해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그 핵심은 정부가 100억 유로의 공적 자금을 투입해 액면가 기준으로 총 500억 유로에 달하는 부실 대출 채권을 20%의 가격에 사들인다는 것이다.

배드뱅크는 은행들의 부실 대출 채권을 인수한 뒤 다른 투자자들에게 되팔거나 채무자들의 상환 가능성을 감안해 만기까지 보유하거나 탕감해주는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배드 뱅크를 추진하는 것은 부실 대출 부담이 은행들은 물론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어 시급히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은행들이 그간 쌓인 부실 대출에 따른 부담을 덜어내면 자본 구조가 건전화되고 가계와 기업들을 상대로 대출에 나설 수도 있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측의 기대다.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 대출 규모는 3천600억 유로에 달하지만 대손충당금은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달말 유럽연합(EU)이 발표할 5대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이탈리아 은행들의 취약한 상황을 낱낱이 드러낼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가 다른 방안도 논의 중인 데다 EU 집행위가 이에 반대하고 있어 배드 뱅크의 성사 여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자 이탈리아 3위 은행인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

EU는 금융위기 때마다 구제금융이 되풀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은행 주주들과 채권 보유자들과 같은 민간 투자자들이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는 저축액을 은행 채권에 투자한 가구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주저하고 있다. 그러면서 배드 뱅크는 정부와 은행권이 부담을 나누는 성격임을 EU 측이 감안해주기를 희망하는 모습이라고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올해초 이탈리아의 은행들은 공동으로 부실 은행의 증자를 돕는 민간 펀드인 아틀란테를 출범시킨 바 있다. 아틀란테는 50억 유로에 가까운 자금을 확보했지만 이는 은행권 전체의 부실 대출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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