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제제재 해제 6개월…대형 프로젝트 계약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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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경제제재 해제 6개월…대형 프로젝트 계약 '박차'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6.07.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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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 올해 1월 16일 경제제재가 해제, 이란 시장의 '빗장'이 열린 지 6개월이 지났다.

특히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을 계기로 52조원에 달하는 '잭팟 수주'의 발판이 마련되면서, 잃어버린 100억 달러의 교역을 되찾으려는 국내 기업들의 이란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인구 7천700만명으로 중동지역 2위 규모의 내수시장을 갖춘 이란은 한국 정부가 미국의 이란 제재에 동참하기 전까지 한국의 6대 수주 대상국이었다.

▲ 이란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왼쪽)이 지난 5월 2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를 만나고 있는 모습.

          

2011년만 해도 한국은 이란에 60억7천만 달러어치를 수출하고 113억6천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교역 규모만 174억3천만 달러였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로 양국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61억2천만 달러에 그쳤다.

올해 1월 이란의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이란 시장에서 '잃어버린 100억 달러' 교역을 되찾는다면, 수출 부진에 허덕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5월 한-이란 정상회담을 계기로 거대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수출입은행을 필두로 무역보험공사, 가스공사, 한전 등 공공기관들과 국내 기업들은 앞다퉈 이란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은과 무보 등은 현재 계약 체결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민간 금융사들의 이란 진출은 정치적 리스크 등을 고려해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원화 계좌에 국한돼 있는 결제 시스템을 다변화하는 것도 남은 과제로 꼽힌다.

◇ 수출입은행, 150억 달러 금융패키지 준비…기본여신약정 체결 막바지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이란 핵협상 타결에 따른 제재 해제에 대비해 이란을 중점지원대상국으로 선정하고, 국내 기업의 진출에 대한 분야별·단계별 금융지원 방안을 담은 '이란종합진출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국내 투자설명회, 이란 현지 통합마케팅 행사 등을 개최하며 준비 작업을 진행해 온 수은은 올해 1월 이란의 경제제재가 해제된 데 이어 5월 한-이란 정상회담이 열리자 150억 달러 규모의 금융패키지를 마련해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수은은 현재 이란 중앙은행, 경제재정부, 6개 상업은행 등과 수출금융 지원을 위한 기본여신약정(FA)를 체결하기 위해 계약서 문안을 협상하고 있다.

5월 정상회담에서 FA 체결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현재 체결을 위한 최종 입장을 조율하는 단계다.

동시에 수은은 발전, 병원, 정유, 석유화학, 도로, 철도 등 인프라 전 분야에서 이란 측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사업을 협의하고 있는 우리 기업의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여신지원의향서를 발급하고 있다.

수은은 수출계약이 구체화되는 단계에서 사업실사와 금융 협의를 개시할 계획이다.

수은은 또 오는 21일 이란 현지은행 2곳과 2억 달러 규모의 전대금융 한도 설정 계약도 마칠 예정이다.

전대금융이란 수출입은행이 외국 은행에 신용공여한도를 설정하고, 외국 현지 은행은 수출입은행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해 한국 기업과 거래관계가 있는 현지 기업에 대출해 주는 금융기법이다.

수출입은행은 전대금융과 외국환 업무 지원이 재개되면 자동차부품·ICT·철강·석유화학제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과 화장품·패션·문화콘텐츠 등 한류 유망 수출품목에 대한 지원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무보·가스공사·한전 등도 막바지 계약 박차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3일(현지시간) 오전 테헤란 에스피나스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3일(현지시간) 오전 테헤란 에스피나스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 때 50억 유로 규모의 수출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한 한국무역보험공사는 현재 이란 당국과 막바지 계약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지난 5월 이란 경제재정부와 금융협력각서(MOC)를 체결하면서 이란 발주처가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릴 경우 50억 유로까지 채무 보증을 서기로 했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이란 경제재정부에 계약서 초안을 넘긴 상태"라며 "세부 문구를 조정한 뒤 하반기 중에 계약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15억달러 규모의 이란-오만 해저가스 배관 사업 참여를 추진하는 한국가스공사[036460]도 조만간 테헤란에 지사를 마련해 관련 실무 작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천연가스 수송관은 이란 남부 파르스 가스전-해저 직선구간-오만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거치는 3개 구간으로 이뤄진다. 가스공사는 최대 난공사인 해저 직선구간에 참여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는 아울러 이란석유공사(NIOC), 이란가스공사(NIGC), 이란가스수출공사(NIGEC)와 각각 공동실무위원회도 출범시켰다.

NIOC와 현지 발랄 가스전 프로젝트 연구를 수행하기로 한 가스공사는 연구 예비계획서를 제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한전도 지난 5월 이란 측과 50억 달러 규모의 초고압 전력망 건설 사업, 호르무즈섬과 테헤란 공장 지대 전력계량인프라(AMI) 설치 시범사업 등에 대한 MOU를 맺은 뒤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전은 반다르압바스 발전소(1천280MW급)를 대상으로 발전소 성능복구 시범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이란 에너지부 등과 협의하고 있으며 잔잔(500MW)과 네이자르(500MW) 발전소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 위해 관련 사업환경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대통령 순방 직후인 지난 5월 하순 테헤란에서 한국상품 전시회를 개최한 코트라는 테헤란에 문을 연 플랜트수주지원센터를 통해 우리 기업의 인프라 지원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코트라는 8월 이란에 민관 경제합동사절단을 파견해 수출 지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 금융당국 정보교류 물꼬 …민간 금융사는 조심히 기회 엿보기

교역 확대 기대와 더불어 이를 뒷받침할 금융 관련 교류·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1일 이란 현지에서 모하마트 페나탓 이란 증권거래위원장을 만나 자본시장 부문의 감독업무 협력과 정보 공유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란 측에서는 자본시장 감독과 관련한 한국의 감독체계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 원장은 이란 증권거래위가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에도 참석해 한국 자본시장 발전 과정에서의 금융감독당국의 역할과 경험을 공유하는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산업은행 역시 지난 5월 이동걸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가, 이란 중앙은행·이란산업개발재건기구·멜라트은행 등과 연이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란의 주요 기관들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이란에 진출하는 한국계 기업의 금융 수요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앞서 3월에도 이란계 은행 4곳과 계약을 맺어 수출입금융과 외환거래를 위한 전자통신체계를 재개했고, 테헤란에 주재원을 파견해 이란 진출의 준비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양국 은행연합회가 교류·협력 확대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민간 금융 부문에서의 교류·협력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제재로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은 이란 민간 금융사들이 외국 민간 금융사들과의 네트워크 확대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3일 오후(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는 모습.

국내 민간 금융사의 이란 진출은 아직 초기 단계다.

우리은행이 국내 은행 중 최초로 지난 5월 테헤란에 사무소를 설치했고, 추후 상황을 지켜보며 지점이나 현지법인 전환을 검토 중이다.

다른 은행들도 이란으로의 진출에 관심을 두고 내부적으로 진출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이란 진출 기회를 엿보고는 있지만 아직 정치적인 리스크 등이 남아 있다 보니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유로화 결제시스템 구축 논의 여전히 '진행 중'

국내 기업이 이란과의 교역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문제 중 하나인 결제 시스템에 대해선 구축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재 한국과 이란의 교역에서는 원화 계좌를 활용한 결제 시스템만 유지되고 있다.

유럽과 거래가 많은 이란은 유로화 결제를 선호하고 있지만 이란과의 교역에서 달러화가 아닌 유로화 등 제3의 통화로 거래하려면 미국 재무부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초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방한했을 때 한국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설명하며 유로화 결제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전달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것저것 협의할 사항이 많다"며 "미국 측과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신 지원 가능한 조치들부터 발 빠르게 정비했다.

정부는 지난 5월 2일 외국환거래규정을 개정, 우리·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원화계좌의 결제 범위를 경상거래에서 일부 자본거래까지 확대했다.

애초 국내 기업이 국내 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의 원화계좌를 통해선 현지 사무실 임대비용, 집기 구매 대금 등 운영 경비 일부만 거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규정이 개정되면서 현지 사무소 설치비, 인건비, 마케팅비용과 무역거래와 관련한 보증·담보거래도 가능해졌다.

아울러 정부는 한국 기업의 이란 진출을 돕고자 금융지원협의체를 지난 3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기재부가 총괄하고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한국투자공사가 참여하는 금융지원협의체는 이란에 진출한 기업의 사업 중 금융지원 대상 사업을 발굴해 지원방식을 모색한다.

금융지원협의체는 설치 후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8개 기업의 이란 진출 사업을 검토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협의체와 파이낸싱 플랜을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란 측 발주처와 계약을 맺으면 협의체가 실제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이란 발주처와 본계약을 체결해야 금융 지원이 들어가는 만큼 실제 지원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이란과의 결제 통화를 결정할 때에는 환율 차이에 따른 업체의 손익을 고려해야 한다"며 "강세가 예상되는 통화로 결제하는 것이 유리한 만큼, 브렉시트의 여파 등을 고려한다면 유로화 결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교수는 아울러 "지금은 이란 시장을 탐색하는 시기로, 우리 기업이 현지에 진출하더라도 일단은 우리 돈으로 개발을 해준 뒤 나중에 돌려받는 방식"이라며 "따라서 문제가 생기면 투자한 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란과 미국의 관계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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