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화면 좁다'…거대 오락실로 뛰쳐나온 모바일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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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화면 좁다'…거대 오락실로 뛰쳐나온 모바일 게임
  • 유승민 기자
  • 승인 2016.07.2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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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플레이 '오락실' 전경

[코리아포스트 유승민 기자] 발판을 '쿵쿵' 밟으니 TV 화면 속 후줄근한 복장의 회사원이 계단을 오른다. 방향을 잘못 틀면 바로 추락해 '게임오버'다. "더 빨리, 더 빨리" 20대 여성 2명이 경쟁하듯 발을 구르며 깔깔댔다.

화면 속 게임은 '무한의 계단'. 애초 구글 안드로이드폰으로 인기를 끈 게임으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조작법을 살짝 바꿨다.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누르던 방식을 직접 발로 발판을 밟아 계단을 걷는 느낌을 주는 '체감형'으로 바꾼 것이다.

건너편 게임 부스에서 남성이 동작 인식 카메라 앞에서 팔을 들었다. 손 움직임으로 타격 세기를 조정하자 화면 속 골퍼가 호쾌한 장거리타를 날린다. '샷온라인 M'이라는 스마트폰 게임을 큰 화면에 옮긴 것이다. 입체감 있는 골프장 그래픽 덕에 몰입감이 스크린 골프 이상으로 좋았다.

2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한 전시관이 이처럼 스마트폰 화면을 뛰쳐나온 모바일 게임들로 가득 찼다. 구글코리아가 만든 '구글 플레이 오락실'이라는 곳이다.

모바일 게임은 '혼자 고개 숙이고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뒤엎고 친구나 가족과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전시장 넓이가 8천900㎡로 축구장보다도 넓은 오락실이다. 애초 대만에서 첫선을 보인 공간이지만 이 정도 크기로 문을 연 것은 한국이 최초다. 이번 달 29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 골프 게임을 즐기는 관객

'클래시 로얄' '마블 퓨처 파이트' '갓오브하이스쿨' 'HIT' 등 구글 플레이로 발매된 국내외 인기작 30여 편을 모았다.

'무한의 계단'처럼 조작법 등을 개조한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모바일 게임을 그대로 대형 TV에 옮겼다. 스마트폰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도 오락실에 놀러 온 기분으로 자연스럽게 모바일 인기작을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보경 구글코리아 프로덕트 마케팅 매니저는 "게임은 누군가와 함께 웃고 떠들면서 하는 재미가 각별하다. 모바일 게임도 이처럼 함께 즐기는 콘텐츠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대형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게임은 애초 기술적 제약 탓에 단순하고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는 '캐주얼' 게임이 대다수인 '틈새 상품'에 불과했지만, 최근 수년 사이 스마트폰의 급격한 발전 덕에 PC나 게임기를 위협하는 주류 시장으로 부상했다.

게임 시장 분석 기관인 뉴주(Newzoo)는 올해 세계 게임 시장의 규모가 약 996억 달러(약 114조6천145억원)이며 이중 PC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비중이 각각 27%로 '동률'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PC방 문화를 토대로 게임 산업이 컸던 한국에서는 PC 게임이 아직까진 대세지만 성장 속도 면에서는 모바일 게임이 PC 부문을 훨씬 앞선다.

민경환 구글플레이 앱·게임 비즈니스 한국 총괄(상무)은 "모바일 게임이 그래픽과 사운드 등 면에서 PC게임보다 조금 떨어지는 '갭'이 아직 있지만, 함께 즐기는 놀이 문화로서의 위상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공간은 게임 개발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고객을 관찰해 제품을 개선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클래시 로얄'을 만든 유명 외국 게임사 슈퍼셀의 류잭 한국 지사장은 "한국의 게이머(gamer) 커뮤니티와 플레이 경험을 공유하고 작품에 관련된 생각을 들을 수 있어 매우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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