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되는 대우조선 수사…산은·정부 관리책임론 또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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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되는 대우조선 수사…산은·정부 관리책임론 또 불붙나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6.08.0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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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영목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의 경영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칼날이 현 경영진의 회계조작 의혹까지 확대되면서, 구조조정을 주도해 온 산업은행과 정부의 관리책임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다시 고개를 들 전망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책임론과 함께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대우조선 경영진이 올해 1~3월 작성한 사업보고서에서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를 1천200억 원가량 축소 조작한 혐의를 포착하고 5일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열중 부사장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 검찰, 대우조선 현 경영진 수사 착수대우조선해양의 경영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5일 이 회사의 현직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열중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해 조사 중이다. 사진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서울 본사 표지석 모습.

      

최고경영자(CEO)인 정 사장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대우조선의 대규모 부실과 은폐 의혹은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 시절의 각종 경영 비리에 집중돼 있었다.

정성립 사장이 지난해 5월 새로 부임한 뒤 과거의 부실을 한번에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숨은 부실이 드러났고, 이에 따라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현 경영진에서도 회계사기가 저질러진 혐의를 발견함에 따라, 대우조선의 경영을 정상화하려는 지금의 구조조정 과정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기본적으로 구조조정을 주도해 온 산업은행과 금융당국 등 정부는 검찰이 수사 중인 회계부정과는 무관하다.

사업보고서는 기업 내부의 결산과 외감기관인 회계법인의 감사를 거쳐 작성되고, 그 과정에서 주주가 개입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분 49.7%를 보유했고, 금융위원회가 8.5%를 가지고 있다.

구조로 따지면 검찰이 수사중인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정부도 속은 셈이 되는 것이다.

대우조선에 대한 구조조정의 틀 역시 현 경영진이 회계조작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올해 1~3월이 아니라 지난해 가을 결정됐다.

당시 채권단은 기업의 상황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구조조정의 틀을 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론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대주주인 산은은 지난해 4월 정성립 사장을 추천해 CEO에 앉혔다.

검찰에 소환된 김열중 부사장도 산은 부행장을 지낸 뒤 지난해 대우조선 CFO로 부임했다는 점에서 회계를 면밀히 감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그동안 줄곧 대우조선 CFO를 배출해 온 산은에 대해 계속 제기된 비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미 강만수 전 회장과 민유성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며 산은을 향해 칼날을 겨눠 온 검찰이 정성립 사장과 김열중 부사장 등을 선임한 홍기택 전 회장 시기로까지 수사의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2월 중순 취임한 이동걸 회장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수사와 관련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회계비리 자체보다는 현 경영진을 압박해 전 경영진의 비리를 더 파헤치려는 의도가 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에서 부채비율을 맞추려는 의도로 현 경영진이 회계조작을 저질렀다고 설명하지만, 애초에 대우조선은 투자자들이 다들 손을 털고 나가려 해서 산은과 수은만 지원에 나서는 구조였기 때문에 그럴 필요성이 컸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전체 지원액이 4조2천억원에 이르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를 해결하려 들어간 경영진이 1천200억원을 위해 조작할 필요성이 있었을까에도 의문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대우조선의 구조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일단 채권단은 구조조정의 틀 자체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틀은 지난해 실사 결과를 토대로 짜여진 만큼, 지금 나오는 의혹 때문에 어그러질 것은 없을 것"이라며 "계획했던 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별관회의에 대한 청문회 요구 등 암초가 많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악재가 더해짐으로써 일부 차질이 빚어질 우려는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직 경영진이 피의자로 소환돼 범죄 혐의를 조사받게 되다 보니, 경영진이 중심이 되는 구조조정 작업에 아무래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성립 사장과 김열중 부사장 등을 선임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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