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다시 '환율쇼크'…"100원 내리면 수천억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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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다시 '환율쇼크'…"100원 내리면 수천억 날아간다"
  • 김광수 기자
  • 승인 2016.08.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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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광수 기자] 업종별 주요 기업들이 '롤러코스터' 환율에 경악하고 있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연이은 원화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천100원 밑으로 떨어지자, 수출 비중이 큰 주요 제조기업들은 이번 환율 쇼크로 막대한 환차손을 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천100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1년1개월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주요 제조업체는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분기 영업이익이 수천억원 날아갈 정도로 타격이 크다.

원화가치 상승은 달러화 표시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에 '직격탄'이 된다.

특히 최근 환율 변동의 양상을 살펴보면 예측할 수 없는 단기 등락을 거듭한다는 점에서 이중삼중 안전판을 둔 대기업들조차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10월19일 1천123원까지 내려갔다가 약 4개월여 만에 1천240원선까지 올라섰고 6개월 만에 다시 1천100원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여기다 상반기 내내 지속된 저유가 체제는 건설·조선 등 일부 업종 기업들의 해외 수주전에서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 IT전자·자동차 등 수출중심 기업은 환율쇼크에, 조선·건설 등 수주중심의 기업은 저유가에 시달리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 전자업계 "10원만 움직여도 수십억씩 출렁이는데…"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분기에 3천억원 상당의 환차손을 봤다. SK하이닉스[000660]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에 환율이 3~4% 내리면 원화 매출 기준으로 1천억원 전후의 변화가 생긴다"고 말했다.

세계 각지에서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는 달러화 외에 엔화, 위안화, 유로화 등 결제통화를 다변화해 환율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긴 하다. LG전자도 결제선 다변화와 함께 해외 금융센터를 중심으로 금융시장 변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무 위험에 상시 대응체제를 갖추고 있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달러가 10원 상승하면 월 80억원 정도의 플러스 효과가 있다"고 했다. 달러가 내려가면 반대로 마이너스 효과가 작용한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2월25일 장중 최고 1천241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1천100선 붕괴는 무려 140원이나 차이가 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부문은 결제가 달러화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지면 원화로 산출한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자동차 업계는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국내 공장에서 제조해 수출하는 자동차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익성을 포기하고 가격을 유지하거나 판매대수를 포기하고 가격을 올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자동차 업계는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엔화의 움직임도 주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원화가 엔화보다 약세를 유지하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도 중요하지만 원/엔 환율도 상당히 중요하다"며 "원화 강세가 매출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나마 원/엔 환율이 유지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엔화 강세로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일본 업체가 마케팅에 지출할 수 있는 예산 등이 제한되기도 했다.

LG화학[051910]은 "우리는 수출기업이라 해외에서 받아야 될 달러가 많아서 환율이 떨어지면 아무래도 단기적으로 좋지 않다"면서 "다만 원재료 구입이라든지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원유를 도입해서 정제한 뒤 수출하는 정유업계도 수출경쟁력이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원료인 원유 도입은 물론 생산품의 70% 이상을 달러 베이스로 거래하는 구조"라며 "달러 변동에 매출과 수익이 크게 좌우되는데, 특히 수출 비중이 70%를 넘어가면서 달러 기반 매출이 더 많으므로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 절상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감소로 불리해진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하락할 경우 외화자산보다 외화부채가 많으면 환차손도 발생한다.

또 매출, 매입 시차에 따른 환율 차이로 매출이익이 줄면서 시차효과로 인한 환차손도 생길 수 있다.

◇ 조선업계 "환율은 관망"…외화 빚 많은 항공사는 환율하락 반겨

조선업계는 환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조선업계는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어서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위해 환 헤지를 하고 있어 환율 변동의 영향이 제한적이다. 대금이 들어오는 시점의 환율을 고정해놓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자재 대금 등 자금을 달러로 계산해야 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환 헤지를 하기 때문에 업종 전반적으로 환율에 크게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기본적으로 철강업계에는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 철광석 등 수입 원자재 가격이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종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 비중이 전체 판매의 50%가량을 차지하는 포스코[005490]는 득실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강세 효과가 일정 부분 상쇄될 수 있어서다.

또 최근에는 환율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일시적인 환율 하락이 철강업황 변화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포스코도 환 헤지 등을 통해 환율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하락하면 최근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원/달러 환율 하락세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이미 해외 수주 가뭄으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마저 떨어지면 수주 전망도 그만큼 어두워지지는 않을지 우려하며 지켜보는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 아무래도 경쟁국인 일본이나 유럽 업체들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주경쟁에서도 그만큼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업종 특성상 외화 빚이 많은 항공업계는 원/달러 환율 하락을 반기는 분위기다.

외화부채가 축소되고 유류비를 포함해 달러로 결제하는 비용이 줄면서 수익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대한항공[003490]의 경우 외화부채가 96억달러 규모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장부상으로 960억원의 평가이익이 생기는 셈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내국인의 여행심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항공수요 확대로 이어진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해외로 나가는 승객이 증가함에 따라 항공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한다"며 "반대로 미국 등 달러 기반의 해외 방문객은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엔화강세로 일부 상쇄…유리한 측면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3~6개월가량의 시차를 두고 우리 수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수출 회복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우리 수출은 환율보다는 세계 교역 경기나 성장률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화 강세이기는 하지만 엔화도 강세이므로 환율 변동 관련 부정적 효과는 일부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업종별로도 기존 계약에 따라 환율과 상관없이 수출을 많이 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산업부는 관측했다. 다만 기계, 섬유 등 전통 수출 산업은 이번 환율 급락으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경련 엄치성 국제본부장은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다보니 부정적인 영향이 더 강하겠지만, 우리 환율이 세지면 수입물가가 줄어든다거나 미국의 환율 압력을 완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등 좋은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 저유가 기조로 조선·건설업계 '수주 가뭄' 가중

하반기 국제유가 전망에 대해 한국석유공사 박보영 해외동향팀장은 "외국기관들에서 상승, 하락 전망이 두루 나오기는 하지만 상반기 평균보다는 하반기 평균이 높을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좀 더 많은 듯하다"고 내다봤다.

1분기보다 2분기 유가가 높았고, 겨울철로 갈수록 수요가 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상반기 평균은 두바이유의 경우 배럴당 30달러 후반대였고, 브렌트유 기준으로는 배럴당 40달러 초반대였다.

정유업계는 국제유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2014년의 유가 급락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 속에 긴장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중동에서 원유를 도입해 처리 후 내다 파는 데 기간이 30∼45일이 걸린다.

따라서 유가 하락기에는 상대적으로 비싸게 들여온 원유를 정제해서 상대적으로 싸게 파는 시차효과가 발생해 손해를 보게 된다.

올해 2분기 정제마진이 낮은데도 국내 정유업계가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은 유가가 완만히 상승하면서 이런 시차효과를 누린 덕분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전달의 원유 매입가격보다 이번 달의 제품 판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매출이익 손실이 발생한다.

저유가는 조선업체의 수주 가뭄이 계속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유가가 오르면 새로운 해상 유전과 가스전을 찾으려는 에너지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해양플랜트 발주가 탄력을 받는다.

해양 유전과 가스전은 육상보다 원유와 가스를 채취하는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유가가 어느정도 올라야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

실제 최근 일부 발주처의 해양플랜트 계약 취소와 인도 거부 사례는 에너지 기업들이 기존에 구매한 해양플랜트도 100%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플랜트를 받으면 비용만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앙골라의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이 대우조선해양[042660]에 발주한 드릴십 2척을 아직 인수하지 못한 것도 저유가로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은데서 비롯됐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적어도 50달러 후반이나 60달러는 돼야 해양플랜트의 채산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미 계속된 저유가 기조에 중동 산유국의 발주물량이 급감하면서 해외 수주가 급감했고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해외 수주 실적도 걱정스러운 수준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오일머니에 의존했던 중동지역의 발주량이 급감했고 추진 중이던 프로젝트도 중단되는 등 타격이 컸다"며 "발주처들이 사업비를 낮춰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신규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국가들의 재정상태가 악화해 공사 중 설계변경 등으로 추가 투입된 공사비를 받아내려해도 곳간이 비면 인심도 사나워지듯 발주처와의 협상이 어려워져 추가 투입된 비용을 받아내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하는 데 대비해 건설업계도 해외 수주 시장을 중동 산유국에서 동남아 등으로 다각화하고 투자를 동반한 사업(PPP사업, 개발사업 등)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