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방향전환…"일부 불법이민자 합법화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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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또 방향전환…"일부 불법이민자 합법화 고려"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6.08.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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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현지시간) 히스패닉 대표들과 면담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내 불법 이민자들을 모두 추방하겠다는 기존 주장을 접고 일부 불법 이민자의 합법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니비전은 트럼프와 히스패닉 대표단과의 전날 면담에 참석했던 이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측에서 "시민권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절한 조건을 갖춘) 불법 이민자가 추방에 대한 공포 없이 머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가 이르면 다음 주 안에 이런 방안을 유세장에서 직접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유니비전은 덧붙였다.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왼쪽)과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만약 트럼프가 실제로 일부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구제 방안을 발표한다면 이는 트럼프가 보일 수 있는 가장 큰 정책 방향의 전환이 될 수 있다고 정치 분석가들은 예상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는 물론 정식 대선후보가 된 이후에도 지금까지 트럼프는 약 1천100만 명에 이르는 불법 이민자들을 모두 추방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물론,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고까지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의 켈리엔 콘웨이 선대본부장도 이날 CNN에 출연해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 강제추방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냐는 질문에 "앞으로 판단할 일"이라고 답했다.

지난 18일 트럼프는 지금까지 자신이 해 온 막말에 대해 "후회한다"고 말하며 막말과 논란을 동력으로 삼았던 지금까지의 선거운동 방향을 바꿀지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트럼프는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유세하던 도중 "열띤 토론 중에 그리고 여러 이슈에 대해 얘기하다가 때로는 올바른 단어를 고르지 않거나 잘못된 말들을 할 때가 있다"며 "나도 그랬다"고 말했고, 특히 "개인적인 아픔을 유발한" 발언들에 대해 후회한다고 덧붙였다.

정치 분석가들은 최근 트럼프가 전국단위는 물론 주요 경합주 지지율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에게 뒤처지는 현상이 굳어지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이런 현상을 만회하기 위해 히스패닉계를 포함한 소수자들을 끌어안으려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CBS뉴스는 경합주 중 한 곳인 오하이오 주에서 최근 실시한 설문 결과 클린턴의 지지율이 46%로 트럼프보다 6%포인트 앞섰으며, 다른 경합 지역인 아이오와 주에서는 클린턴과 트럼프가 40%로 동률을 기록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미국 연방통계국에 따르면 히스패닉은 지난해 전체 인구 가운데 17.6%를 차지하며 13.3%인 흑인을 앞서고 있다. 유니비전은 오는 11월 투표권을 가지는 미국인들 중 히스패닉의 비율이 약 10%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흑인 유권자들에 대한 트럼프의 '구애'도 이어졌다.

전날 트럼프는 버지니아 주 프레데릭스버그에서 유세하며 "공화당은 에이브러햄 링컨의 정당이다. 나는 우리 당이 다시 한 번 흑인 유권자들의 고향이 되길 바란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국경 개방으로 몰려든 불법 이민자들이 흑인과 히스패닉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지난 19일 트럼프는 미시간 주에서 유세하며 "여러분은 가난하게 살고 있고 다니는 학교들도 좋지 않으며, 흑인 젊은이의 실업률이 58%에 이를 정도로 직업도 구하기도 힘들다"고 말한 뒤 민주당이 흑인의 표심을 당연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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