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사무직 근로자' 생산직보다 최대 8년 더 빨리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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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사무직 근로자' 생산직보다 최대 8년 더 빨리 퇴직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6.08.2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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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영목 기자] 사무직 근로자의 퇴직 연령이 생산직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60세 시대를 맞아 이들의 장기 근속을 위한 직무 개발과 재교육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노동연구원의 '고령화에 대한 기업의 인식과 대응: 기업체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사무직 근로자와 생산직 근로자의 실제 퇴직 연령은 업종별로 최대 8년의 차이가 났다.

        

이 보고서는 제조·금융·공공부문 100인 이상 기업 272곳의 인사관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조사 결과 기업 사규 등으로 정한 정년 연령은 사무직 근로자와 생산직 근로자 모두 평균 58세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퇴직하는 연령을 조사한 결과, 생산직 근로자의 실제 퇴직 연령은 58.7세로 정년보다 더 높았다. 반면에 사무직 근로자는 실제 퇴직 연령이 3년 더 낮은 55.7세에 불과했다.

실제 퇴직 연령의 차이가 가장 큰 업종은 석유화학업종이었다. 석유화학업종은 생산직 근로자의 실제 퇴직 연령이 58세지만, 사무직 근로자는 50세에 그쳐 무려 8년의 차이가 났다.

사무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이 진행 중인 조선업종도 생산직 근로자(55.8세)보다 사무직 근로자(50.6세)가 훨씬 빨리 퇴직했다.

두 집단의 퇴직 연령 차이가 거의 없는 업종은 철강업종이었다. 사무직의 실제 퇴직 연령은 59세, 생산직은 60.5세였다. 고용 안정성이 높은 포스코 등이 철강업종에 포진한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노사발전재단 이호창 수석연구원은 "숙련기술을 보유한 생산직 근로자는 현장의 인력 수요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생산직보다 사무직의 노조 가입률이 낮은 점도 퇴직 연령 차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규모별로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서 조기 퇴직이 만연했다.

종업원 5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사무직 근로자의 정년은 58.5세이지만, 실제 퇴직 연령은 51.8세에 불과했다. 정년이 58.6세인 생산직도 실제 퇴직 연령은 54.3세에 그쳤다.

반면에 100∼299인 중소기업에서는 사무직 근로자의 정년과 실제 퇴직 연령이 각각 57.8세, 57.6세로 차이가 없었다. 생산직은 정년(57.6세)보다 실제 퇴직 연령(59.8세)이 오히려 더 높았다.

이는 숙련 생산직을 구하기 힘들어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에서 정년 후 재고용 등이 활발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희망퇴직이나 임금피크제 등 인건비 부담 완화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정년 60세 시대를 맞아 고령 인력 활용 방안을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 고령자 적합직무 개발 ▲ 전문직 제도 도입 ▲ 고령자 대상 직무훈련 및 생애설계교육 ▲ 유연한 직무 전환 ▲ 고령자 친화적 작업환경 개선 등을 제시했다.

현재 기업들의 고령화 대응 방안은 '임금피크제나 성과급 강화를 통한 정년 연장'(45.2%), '퇴직 후 계약·임시직 등으로 재고용하거나 근로형태 다양화'(25.4%) 등이 주를 이룬다.

박명준 노동연구원 선임위원은 "독일 등 선진국은 지속적인 재교육으로 중장년 노동자의 직무능력과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며 "우리도 재교육 강화와 직무·숙련도 중심 임금체계 도입 등으로 정년 6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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