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양적완화에 한계…사들인 국채 1조유로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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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양적완화에 한계…사들인 국채 1조유로 돌파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6.09.0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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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산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자금을 푸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통해 18개월간 사들인 국채가 1조 유로(약 1천233조원)를 넘기면서 매입할 수 있는 자산이 점점 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식 매입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오는 8일 ECB가 통화정책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CB는 국채 매입 규모가 지난 1일 1조 유로를 찍고 지난 주말에 1조20억 유로를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네덜란드 은행 라보뱅크에 따르면 이는 유로존의 정부와 공공기관 채권의 약 7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유로존의 국채 금리는 곤두박질쳤고 이 때문에 ECB가 살 수 있는 국채는 현저히 줄었다. ECB가 매입할 수 있는 국채가 바닥나는 것을 피하려면 현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FT는 전했다.

씨티그룹의 아만 반살은 "ECB가 보유한 국채를 세부적으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 벽에 부딪힐지에 대해서는 추측이 엇갈린다. 하지만 ECB가 한계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한다"면서 "국채 매입 속도를 늦추면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어 그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CB가 지난해 3월 시작한 1조7천억 유로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젝트는 반환점을 돌았지만, 아직 물가는 바닥 수준이다. 올해 8월까지 물가상승률은 고작 0.2%로 ECB의 목표인 2% 언저리에 크게 못 미쳤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프랭크 딕스미어는 "이제 신뢰성의 문제가 됐다"면서 오는 8일의 EBC 통화정책회의가 "새로운 거시경제 전망과 새로운 의도를 시장과 소통할 기회"라고 말했다.

▲ 사진=프랑크푸르트의 ECB 건물.(연합뉴스 제공)

ECB는 매월 800억 유로의 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국채다.

이번 회의에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계획된 2017년 3월 이후로 연장할지에 대해서 시장의 의견은 엇갈린다.

양적완화 기간이 연장되면 ECB 매입 프로그램의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CB는 금리가 -0.4% 아래인 국채를 사지 않으며 나라별로 국채 매입 한도가 있다.

이 때문에 ECB가 살 수 있는 독일 같은 나라의 국채는 곧 바닥날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한다.

라보뱅크의 리처드 맥과이어는 ECB가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계속하려면 매입 대상 국채의 금리 기준을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국채가 부족하므로 ECB가 주식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BSI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테판 겔라크는 "ECB가 주식을 사야 하는 이유는 살 수 있는 독일 국채가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식을 매입하면 가구 소득 증가와 자본비용 감소로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ECB도 주식 매입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2% 물가 목표에 계속 못 미치면 주식 매입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ECB가 채권만 사면 금리에 민감한 주택 같은 부분의 거품을 부풀리는 역효과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패트릭 아르투스는 ECB 주식 매입의 명분이 있다면서 "유럽 주식은 저평가됐지만, 채권은 거품이 있는데 ECB가 이를 계속 커지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CB가 주식 매입에 나설 경우 유럽의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식에 투자하는 중앙은행들도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애플과 코카콜라 등 미국의 블루칩을 대거 사들여 등 1천억 달러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은행은 스위스 프랑화의 강세를 누그러뜨리려 외국 주식만 사고 있다. 이는 외화 보유액의 20%에 해당한다.

일본은행은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해 일본 기업의 주식을 사고 있다. 개별 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로 8월 20일 현재 10조1천820억엔(약 109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7월말에는 ETF 매입 규모를 연간 6조엔 규모로 약 2배 늘리기도 했다.

홍콩 중앙은행은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때 주식을 대거 사들여 2개월 만에 주가를 40% 반등시키는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

체코와 이스라엘의 중앙은행도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주식을 살 수 없게 돼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일본은행의 오는 20∼2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로다 총재가 5일 마이너스 금리로 금융기관의 이익에 특히 타격이 있었다고 말한 것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역효과를 인정하고 추가 인하를 신중하게 할 신호라고 해석했다.

구로다 총재는 이달 금융정책결정회의의 결과 발표 때 지난 2월부터 적용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평가를 공개할 예정이다.

미즈호증권의 우에노 야스나리는 구로다의 발언이 엔화의 급등으로 수출이 위협받지 않는 한 금리 추가 인하 결정에는 "기본적으로 신중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구로다는 2%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린추킨 연구소의 미나미 다케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구로다는 마이너스 금리가 비용이 있지만, 혜택이 크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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