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 위기인데 中 기업은 세계시장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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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 위기인데 中 기업은 세계시장 넘본다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6.10.2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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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위기의 한국 기업을 넘어 중국 기업들이 날개짓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 7을 단종하고 현대자동차는 올해 18년 만에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한국의 '빅 2' 기업이 위기에 처했지만, 중국의 스마트폰과 자동차 회사들은 글로벌 시장을 넘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린 데 이어 높아진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앞다퉈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이미 신흥시장에서 한국 등 라이벌의 점유율을 상당히 잠식하고 있으며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벗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성공하려 애쓰고 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외에도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이나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까지 해외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은 애플이나 삼성전자를 베낀 싸구려라는 인식도 옛말이 됐다.

화웨이를 비롯해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들은 고급화 전략으로 애플과 삼성이 양분했던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통신장비 제조업체로 시작해 중국 1위이자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가 된 화웨이는 올해 스마트폰 출고량이 지난 14일에 이미 1억대를 넘었다. 1억대 고지에 처음 올랐던 지난해보다 2개월 빠른 속도다.

화웨이는 고가와 중가 모델 판매가 각각 100%와 30% 증가한 덕분이라고 밝혔다. 이와 대조적으로 저가폰은 성장세가 가장 낮았다.

자사 제품 가운데 고가로 분류되는 3천∼4천 위안(약 50만∼67만원)짜리가 30%를 차지한다는 것이 화웨이의 설명이다. 화웨이는 라이카의 듀얼카메라를 탑재한 플래그십 모델 P9과 P9플러스가 4월 출시 이후 800만대 넘게 팔렸다고 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화웨이는 오포, 비보와 함께 애플과 삼성의 전유물이었던 500달러 이상의 고가 시장에서 40%를 점하고 있다. 이들 3개 중국 업체의 평균 판매 가격은 300달러를 넘어섰다.

화웨이는 올해 들어 저가 이미지를 벗기 위해 삼성 광고에서 아이언맨으로 나왔던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를 홍보대사로 데려오고 할리우드 배우 스칼릿 조핸슨을 모델로 기용하는 등 스타 마케팅도 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허강 화웨이 스마트폰 부문장은 1억대 돌파를 발표하면서 화웨이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한 서유럽과 북유럽 시장의 성장세가 가장 빠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유럽과 북유럽의 여러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50∼100% 늘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의 추산에 따르면 화웨이는 2분기 유럽에서 스마트폰 500만대를 판매해 1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작년 동기에는 7%였다.

화웨이는 지난해보다 40% 많은 1억4천만대 목표도 올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인도에서도 이달부터 스마트폰을 생산한다. 인도 공장의 생산 능력을 연말까지 연간 30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화웨이는 갤럭시노트 7 글로벌 리콜 사태로 가장 큰 어부지리를 얻을 업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화웨이는 다음달 3일 독일 뮌헨에서 이벤트를 열 예정인데 갤럭시노트 7과 비슷한 대화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삼성의 고위임원을 빼가기도 했다.

이 회사는 2020년까지 삼성과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1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연구개발에 막대한 돈을 퍼붓고 있다.

지난해 화웨이의 연구개발 지출은 전년보다 46% 증가한 92억 달러(약 11조원)로 애플을 능가한다. 화웨이는 독일, 스웨덴,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인도, 중국, 일본 등지에 16개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화웨이는 아직 미국에서는 제대로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 러에코(LeEco)는 지난 19일 미국에서 애플과 삼성 등을 거론하며 자신만만하게 도전장을 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인도에 진출한데 이어 미국에서는 11월부터 자사의 온라인 장터를 통해 스마트폰을 판다.

러에코의 스마트폰 러프로3은 가격이 400달러로 650달러짜리 구글 픽셀폰보다 싸다. 이 회사는 85인치 4K TV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5천달러에 함께 내놨다.

자웨팅 러에코 최고경영자는 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출시행사에서 "미국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면서 "미국 이용자의 마음을 사면 세계로 뻗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러에코는 2014년 중국에서 비디오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들어 '중국의 넷플릭스'로 불린다. 이후 TV와 스마트폰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러에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마트폰 업체로 꼽힌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지난 18일 러에코가 올해 2천500만대를 출하해 세계 11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390만대에서 500% 넘게 성장하는 것이다.

가격경쟁력이 있는 하드웨어와 유통망 강화, 미디어 콘텐츠까지 포함하는 생태계 덕분이라고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분석했다.

중국 업체들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로 마지막 남은 거대 시장이라 불리는 인도에서 특히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인도 시장 1위인 삼성의 올해 3분기 점유율은 21.6%로 전 분기의 25.6%에서 급락했다. 이는 중국 업체의 부상 때문으로 분석됐다.

1위 삼성과 함께 2위인 인도 마이크로맥스도 점유율이 줄었지만, 레노버와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의 몫은 커졌다. 중국 업체는 32%의 점유율을 차지해 전분기의 27%보다 5% 포인트 늘었다.

2분기에 글로벌 스마트폰 톱 5 업체로 부상했던 오포와 비보는 인도에서 오프라인 유통망 강화에 힘입어 10위권에 진입했다.

▲ 사진=러에코가 1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한 스마트론 러프로3.(연합뉴스 제공)

중국의 지리(Geely·吉利)자동차는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행사를 열어 유럽과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스웨덴 자동차 제작사 볼보를 소유한 지리는 새 브랜드 링크(Lynk)를 출범하고 '01'이라는 커넥티드카를 공개했다.

중국 자동차 회사가 유럽의 기술과 디자인으로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려는 첫 시도 가운데 하나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지리는 2010년 미국 포드자동차로부터 볼보를 인수해 빠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중국 시장의 둔화 속에 이번 지리의 발표를 계기로 다른 중국 업체들도 해외 진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리의 디자인은 1990년대 볼보와 2000년대 재규어, 애스턴 마틴, 포드 등을 디자인한 영국인 피터 혼베리가 총괄하고 있다.

링크의 차량은 볼보와 지리가 함께 개발하는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콤팩트 SUV인 '01'은 내년에 중국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미국과 유럽에 출시된다.

링크 브랜드는 지리자동차보다는 비싸지만 프리미엄 차량인 볼보보다는 싼 중간 가격으로 유럽에서 폴크스바겐을 노릴 전망이다. 그보다 앞서 중국에서는 외국 합작회사들의 차량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링크는 앞으로 5년간 5개 차종을 내놓을 예정이며 2021년 판매 목표는 50만대다.

유럽풍 디자인을 내세운 링크의 '01'은 볼보의 본거지인 스웨덴에 있는 지리의 연구개발 센터에서 설계됐으며 중국에서 생산된다.

지리는 링크 브랜드 차량을 온라인으로 판매해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전통적인 딜러 네트워크나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젊은층을 공략할 예정이다.

링크의 알라인 비세르 수석부사장은 "우리의 첫 바퀴 위 스마트폰"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사 차량이 인터넷으로 연결할 수 있으며 공유 버튼이 있어 스마트폰 앱으로 다른 사람에게 차를 빌려주고 돈을 벌 수도 있다면서 숙박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에 비유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자국에서는 디자인과 품질에서 해외 브랜드를 위협하지만 아직 외국에서는 인지도가 떨어진다.

랜드윈드, 브릴리언스(화천), 코로스(Qoros) 같은 브랜드가 유럽에 잠깐 나타났다 금세 사라졌었다. 품질에 문제가 있었고 특히 유럽의 엄격한 안전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랜드로버로부터 레인지로버 이보크 차량의 디자인을 베꼈다고 소송당한 장링자동차(JMC)의 랜드윈드 브랜드는 과거 유럽 진출을 시도했지만 독일에서 모든 충돌테스트 항목을 통과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지리자동차보다 하루 앞서 미국에서 자율주행 전기차인 콘셉트카 'LeSEE Pro'를 공개한 러에코도 주목받고 있다.

자율주행 모드에서 스티어링휠이 안쪽으로 들어가 운전자에게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하는 기능으로 눈길을 끌었다.

러에코는 스마트폰이나 TV 같은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자동차 메이커가 되겠다는 야망이 있다.

러에코는 지난달 전기차 개발을 위한 첫 펀딩에서 10억8천만 달러(약 1조2천억원)를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120억 위안(2조원)을 들여 중국 동부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해 향후 연간 4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러에코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가 있는 전기차 스타트업 패러데이 퓨처의 주요 투자자이기도 하다. 자웨팅 러에코 CEO는 내년에 가전전시회 CES에서 패러데이 퓨처 차량과 관련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1위의 전기차 업체인 BYD(비야디)는 2천만 유로를 투자해 헝가리에 전기버스 공장을 세워 내년 1분기부터 생산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이달 발표했다. 이 회사가 유럽에 공장을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BYD는 미국 캘리포니아 랭카스터에 있는 전기차 공장의 생산능력을 3년 안에 3배로 늘리겠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배터리 업체로 출발한 BYD는 억만장자 투자자 워런 버핏이 투자한 회사로 유명했다. 최근 삼성전자로부터도 약 5천억원을 투자받았다.

BYD는 한국에서도 전기버스를 판매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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