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업 길들이기'에 기업인들 바짝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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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업 길들이기'에 기업인들 바짝 긴장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6.12.0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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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피터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의 제45대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개별기업을 지목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전략을 사용해 미국 대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우선 트위터로 기업에 할 말을 던지고서 싫은 소리를 들으면 나중에 질문하는 식으로 기업을 길들여 기업인들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6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트위터로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과 새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구매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해 한바탕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트위터에서 "보잉사가 새로운 747기종의 에어포스원을 만들고 있는데 비용이 통제 불능 수준이다. 40억 달러(4조6천840억 원) 이상이다. 주문 취소다"라고 밝혔다. 이 트윗이 올라온 이후 보잉사 주가는 하락했다.

이번 보잉 건은 트럼프 당선인이 정부 조달 계약을 막겠다고 위협한 첫 사례로, 앞으로 정부와 계약을 맺은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한마디에 기업이 해명할 기회를 얻기도 전에 주가가 요동치고 여론이 나빠지는 바람에 기업인들의 고민이 깊다.

그는 보잉을 공격한 지 불과 몇 시간 뒤에는 손 마사요시(孫正義·한국명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을 만나고서 "손 사장이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5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동의했다"고 전하며 '당근' 전략을 구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보잉 이외에도 지금까지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 기계부품 제조업체 렉스 노드, 포드 자동차 등을 지목해 공장 외국 이전계획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밖으로 공장과 일자리를 옮기는 기업에 35%의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했다.

▲ 사진=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손 마사요시(孫正義·한국명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연합뉴스 제공)

캐리어는 결국 트럼프 당선인의 본사 방문 후 공장 이전계획을 철회하는 대가로 10년간 700만 달러(약 82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감면받는 '당근'을 얻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는 내주 실리콘 밸리 IT기업 고위 임원들과 만나는 일정을 잡았다.

애플 등 일부 실리콘 밸리 기업은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날 선 비판을 받아 양측의 회동에서 어떤 말이 오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들은 시장과 주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경영했다가 트럼프 당선인 눈 밖에 나서 지목당하거나, 그가 기업을 저격하는 트윗을 올리기 전에 제대로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실제로 이날 보잉 저격 트윗의 경우 데니스 뮐렌버그 보잉 CEO가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이 시카고트리뷴에 보도된 지 몇 분 만에 나온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지적했다.

시카고트리뷴에 따르면 뮐렌버그 CEO는 최근 "대선 결과를 관심 있게 본 사람이라면 요즘 가장 중요한 이슈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작년에 우리는 워싱턴주 공장에서 49만 대를 생산해 전 세계 고객에게 인도했다. 1985년 회사를 창립했을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자유무역에 비판적인 트럼프와는 상반된 견해인 것이다.

기업인들은 기업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이러한 공격적인 접근이 정치적으로 인기를 끌어 트위터를 통한 '기습 공격'이 정례화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동안 친(親) 기업, 친 자유무역 태도를 보이며 온순하게 기업을 다룬 공화당 출신 대통령에 익숙해진 기업들이 트럼프의 등장으로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대통령 역사학자 래리 제이콥스는 폴리티코에 "우리가 지금까지 봐온 공화당 소속 대통령은 대부분 잘하는 기업을 응원했다"며 "개별기업을 뒤쫓으며 이들을 악당으로 지목하는 것은 그다지 미국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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