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기행]통영에서 맛보는 굴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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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기행]통영에서 맛보는 굴 요리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6.12.16 2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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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황인찬 기자]찬바람이 드세진 계절, 남녘 바다에서 통통하게 살이 오른 햇굴이 미식가를 유혹한다. 제철에는 생으로 먹는 굴 맛을 최고로 친다지만 굴의 변신은 무한대다. 매콤한 굴두루치기부터 굴그라탱, 굴오일파스타, 10여 가지 굴 코스 요리까지. 전국에서 가장 다양한 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통영을 찾았다. 

입 안 가득 터지는 단맛, 통영 굴  
통영은 국내 굴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굴의 고장이다. 1년 365일 굴을 키우고 까는 작업이 이어져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굴이지만, 10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되면서 찬바람 부는 12~2월 초까지 맛이 가장 좋다.

통영 굴은 대부분 수하식 굴이다. 가리비나 굴 껍데기에 굴의 유생을 붙여 바다에 내려 키우는 방식이다. 1960년 무렵 남해에서 시작된 수하식 굴 덕에 통영은 굴의 주산지로 거듭났다. 바닷속에서 플랑크톤이나 조류 등을 먹고 자라며 살을 찌운 통영 굴은 알이 굵고 옹골차다. 몸집이 큰 굴일수록 입 안 가득 단맛이 터져 나온다. 선도에 따라 맛이 확 달라지니 직배송이니 뭐니 해도 제철 산지에서 먹는 굴 맛을 따라올 수가 없다.
‘굴=통영’이라는 등식답게 통영 곳곳에는 굴 요리 전문점이 수두룩하다. 강구안을 따라 늘어선 이색 굴 요리의 향연에 흠뻑 빠져보자. 

매콤하게 입맛 돋우는 굴두루치기 
강구안에서 6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통영식도락은 푸짐한 해물뚝배기로 유명한 식당이다. 하지만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철이 되면, 이 집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는 따로 있다. 10월부터 3~4월까지만 메뉴에 내는 굴두루치기다. 통영의 굴 양식장에서 직접 가져오는 굴과 돼지고기 목살에 갖가지 채소를 넣고 칼칼하게 끓여내는 굴두루치기는 통영의 숨은 별미다.

통영산 제철 굴은 기본, 노지에서 기른 싱싱한 부추에 농사지은 깨로 짠 참기름, 직접 담근 고추장, 국내산 고춧가루 등 양념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차가운 성질의 굴과 돼지고기에 따뜻한 성질을 지닌 부추를 곁들여 영양까지 살렸다. 

한겨울 든든한 밥상, 굴두루치기 
보글보글 끓을 때 생부추를 듬뿍 얹고 재빨리 불을 끄는 게 포인트. 김이 모락모락 오르면서 부추 향이 확 올라온다. 매콤하게 양념이 밴 목살과 굴을 건져 아삭하고 향긋한 부추를 올려 먹으면 잃었던 겨울 입맛이 되살아난다. 해초무침, 홍합미역국, 젓갈 등 두루치기에 딸려 나오는 7가지 반찬도 밥 한 그릇 뚝딱 비워내기에 손색이 없다.

통영식도락에서는 굴이 들어간 모든 메뉴를 10월부터 초봄까지 한정적으로 낸다. 얼큰한 굴두루치기에 고소한 굴해초비빔밥을 곁들여 먹어도 좋다. 비빔밥 한 그릇에 바다의 맛이 통째로 들어 있다. 바다의 잔디라 불리는 가시리, 석모 등의 해초와 새싹, 굴, 김가루, 굴소스가 어우러져 비리지 않고 담백하다. 싱싱한 부추가 맛과 영양을 한층 더 살려준다. 

싱싱한 굴과 고소한 치즈의 맛깔난 조합 
동피랑마을 아래 자리한 THE통영피자는 왕굴그라탱과 굴피자로 유명한 로컬 피자집이다. 육해공 온갖 재료가 들어간 피자는 흔하지만 굴이 들어간 피자라니,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고민하지 마세요! 전 메뉴 생각보다 맛있는 게 특징입니다’라는 팻말을 가게 앞에 당당히 걸어놓았다. 메뉴판 곳곳에는 “울 아부지 통영에서 굴 양식 하는데요”, “모든 피자엔 해풍 맞은 통영 시금치가 한발띠 들어가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아버지가 손수 생산한 굴은 껍데기째 오븐에 조리하는 왕굴그라탱에 쓰인다. 잘게 다진 왕굴과 달큰한 통영산 시금치, 자연산 치즈, 크림소스 등이 어우러져 풍미가 깊다. 그라탱에 들어간 굴은 널리 알려진 수하식 굴과 다르다. 10년간의 연구 끝에 까다로운 기술로 키워낸 '스텔라 마리스'라는 종으로, 수하식 굴에 비해 1.5~2배 정도 크고 육질이 더 단단해 식감이 좋다. 1년 내내 날것으로 먹을 수 있을 만큼 신선도를 유지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왕굴 맛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12월에 새로 출시한 굴스테이크를 맛볼 것. 왕굴을 껍데기째 오븐에 넣고 치즈와 소스를 뿌려 구워낸다.

굴피자와 굴오일파스타에는 일반 통영산 굴을 쓴다. 40cm 길이의 직사각형 도우에 탱탱한 굴이 알알이 박혀 있다. 고소한 치즈와 함께 탱글탱글 씹히는 맛이 좋다. 굴을 듬뿍 넣고 마늘, 페퍼론치노, 올리브유로 볶아낸 굴오일파스타 또한 별미다. 굴을 한 점 올려 돌돌 말아 입에 넣는 순간 싱싱한 바다 향이 감돈다. 

통영산 굴이 맛있게 씹히는 굴오일파스타 
굴을 잘 먹지 못하는 이라면 한마음식당의 굴 코스 요리에 도전해도 좋겠다. 코스의 메인 요리는 굴삼합이라 부르기도 하는 굴삼겹살구이다. 얇은 대패삼겹살과 살짝 데친 굴, 콩나물, 김치, 버섯을 철판에 올려 지글지글 구워 먹는다. 고소한 삼겹살과 부드러운 굴이 만나 맛도 식감도 남다르다. 어느 정도 익고 나면 굴과 삼겹살을 섞어 구워야 제 맛이다. 구웠을 때 퍼석해질 수 있는 굴의 식감을 삼

겹살 기름이 보완해준다. 구운 삼겹살과 굴, 김치, 콩나물을 상추에 올려 쌈을 싸먹으면 굴의 비린 맛을 싫어하는 이들도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다. 

삼겹살과 굴의 기막힌 만남 
굴삼겹살구이를 메인으로 한 코스에는 굴탕수, 굴전, 굴스테이크, 굴밥, 굴무침 등 10여 가지 요리가 한 상 가득 차려진다. 모든 요리에 건표고버섯, 건새우, 직접 담근 매실엑기스 등 천연 조미료를 쓰다 보니 쉽게 물리지 않고 깔끔한 맛을 낸다. 굴탕수는 빵가루를 입히고 튀겨 바삭한 식감이 좋다. 삶은 굴과 소고기, 돼지고기, 채소를 갈아 만든 굴스테이크는 색다른 맛을 안겨준다. 참기름과 김가루만 넣어도 풍미가 좋은 굴밥은 반찬으로 나오는 멍게젓갈을 함께 넣고 비벼 먹으면 더욱 맛있다.

코스에 포함된 메뉴는 계절마다 조금씩 달라지는데 제철인 겨울에는 생굴과 굴찜을 맛볼 수 있다. 봄, 여름에는 말린 굴튀김이 들어간 굴스낵샐러드가 상큼한 맛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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