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한국 드라마] 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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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한국 드라마] 질투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6.12.1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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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최수종(왼쪽), 최진실 주연의 MBC 드라마 ‘질투’는 1992년 최고 56.1%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영됐다.

 [코리아포스트 김영목 기자]1992년 국민들의 사랑과 질투를 한 몸에 받은 드라마 작품이 있다.

그 해 6월부터 7월까지 총 16부작으로 방영된 MBC 드라마 ‘질투’다. 이 드라마는 ‘친구인 남녀 사이에 과연 사랑은 가능한가’를 소재로 젊은이들 간의 풋풋한 사랑과 그 안에 질투를 그리며 한국에 로맨스 바람을 불었다. 이 작품은 윤명혜 작가의 소설 ‘내 사랑의 긴 그림자(1991)’를 각색해 드라마화해 20대 미혼 남녀의 튀는 사랑을 그렸다.

드라마 ‘질투’는 대학 동창생인 하경과 영호가 등장한다. 둘은 ‘죽마고우’다. 잡지사의 편집장인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하경은 여행사에서 일하고 있다. 하경은 허물없이 지내는 오랜 친구인 영호를 만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영호는 피자집을 경영하는 아름답고 지적이며, 재력까지 갖춘 영애를 알게 되고 곧 사랑에 빠진다. 영호가 영애를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자 우정을 넘어 사랑의 질투를 느낀 하경. 그녀는 질투의 감정을 억누르며 영애에게 ‘(영호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며 마음을 접으려 한다.

하경 역시 중학교 시절 가정 교사이자 짝사랑의 대상이었던 상훈을 만나지만, 완벽주의자에다 지나치게 계산적인 그에게 회의감을 느낀다. 결국 자신의 진정한 사랑은 오랫동안 곁에 있었던 영호임을 깨닫는다. 영호 역시 자기의 참된 친구이자 사랑이 하경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고 뜨거운 포옹 속에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당시 ‘X세대’라 불리던 당시 젊은이들의 도시생활과 사랑을 다룬 이 드라마는 최고 56.1%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방극장을 평정했다. 특히 주인공과 비슷한 연령의 20대 여자들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질투’의 이야기에 열광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 수출의 교두보 역할을 한 것도 바로 이 드라마다. 중국의 하얼빈TV는 1993년 드라마 ‘질투’와 함께 1991년 MBC 36부작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를 한국 드라마 최초로 수입해 방송했다. 당시 아시아 시장에서는 일본의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때였다. 그런 일본 드라마의 위세 속에서 드라마 ‘질투’가 중국인 시청자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주인공들을 톱스타로 만들었다. 여자 주인공 하경을 맡았던 배우 최진실 씨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그는 이 드라마로 일약 톱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예쁜 미모와 톡톡 튀는 연기력을 뽐낸 이 작품으로 ‘만인의 연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남자 주인공 영호로 열연한 배우 최수종 역시 이 작품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가진 ‘젊은이의 대명사’가 됐다.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여기 눈 앞에 서있는데, 날 너무 기다리게 만들지마’라고 시작하는 주제가 역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쉴새 없이 흘러나왔다.

명장면은 단연 마지막 장면이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 갈등하던 하경과 영호는 서로의 감정을 보이지 않다가 영호가 마지막에 용기를 내어 하경에게 “가지마, 나 더 이상 질투하기 싫어”라고 외치며 뜨겁게 포옹하는 장면이다. 이때 두 사람을 중심으로 카메라가 360도 빙글빙글 돌다가 점점 뒤로 빠지면서 드라마를 제작한 스텝들의 모습까지 전부 담아냈다.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촬영방법이었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마지막 장면은 시청자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드라마 ‘질투’는 단순히 인기 있는 드라마 중 하나가 아닌, 한 시대의 표상으로 받아들여졌다”며 “본격전인 트렌디 드라마(Trendy Drama) 시대의 개막이었다”고 평했다. 트렌디 드라마란 인기 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도시의 생활, 첨단패션, 신세대 사고방식 등을 주요 소재로 젊은 계층의 취향을 파고드는 영화나 TV드라마를 일컫는다.

김영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이 드라마를 계기로 한국 드라마가 트렌디 드라마의 거센 흐름에 휩쓸렸으며, 이와 함께 정통 리얼리즘 드라마의 퇴조가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기존에 흔히 다루던 소재인 출생의 비밀, 성공을 향한 사랑과 야망, 재벌가의 감춰진 비밀, 버림받은 여자의 복수극 같은 멜로 드라마에서 벗어나 젊은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사랑과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그려냈다.

주인공들이 늦은 밤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김밥을 사먹으며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은 당시 20대 도시남녀의 상징이자 트렌디함의 결정체였다. 당시 밤에도 라면을 사먹을 수 있는 ‘편의점’은 세련된 신세계였다. 또한 남자 주인공이 편의점에서 산 샌드위치를 베어 물며 일하는 모습, 커리어우먼으로 출세가도를 달리는 여자 주인공이 차를 몰고 가는 모습 등 드라마 속 젊은 남녀의 도시적인 모습은 당시 전 국민의 선망의 대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