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귀국 환영 리셉션서 '한반도 평화·번영·안보'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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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귀국 환영 리셉션서 '한반도 평화·번영·안보' 강조
  • 제임스김 기자
  • 승인 2017.01.2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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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주최 리셉션에 각국 주한 외교사절단 참석

[코리아포스트 제임스김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반도의 번영과 평화, 안보에 소박한 기여나마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권 잠룡인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에서 열린 귀국 환영 리셉션에서 영어로 행한 약 13분간의 연설(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나의 비전과 유엔이라는 위대한 기구에서 일한 특별한 경험을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한 대사들과 외교부 간부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행한 이 연설은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힌 것이지만 그가 대선 출마를 모색중이라는 점에서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로서의 상대적 경쟁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은 "우리는 중대한 시점에 있다"며 "내일(한국시간) 미국 새 정부가 출범하고 북한은 더욱 호전적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에 시작된 긴장은 여전히 이 지역에 떠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동북아의 교량으로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힌 뒤 "교량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튼튼해야 한다"며 "그 때문에 한국은 그 역사적인 역할에 부합하는 활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튼튼하고 강한 한국은 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한반도와 더 활기차고 영향력 있는 아시아를 만들 수 있다"며 "이 불확실성의 시기에 우리는 함께 앞에 놓인 도전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또 "불행히도 한국의 다이내믹한 경제 성장은 약간 동력을 잃었다"며 "나는 이 경제 추진력이 가능한 빨리 되살아 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역사상 가장 변화가 많았던 격동의 시기에 사무총장을 역임했다"고 회상한 뒤 사무총장으로서의 '3가지 유산'으로 유엔의 미래 개발 청사진인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와 파리기후협정, 양성 평등의 진전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꼭 사무총장으로서 나의 유산이라기보다는 유엔과 회원국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인사말을 시작하면서 "여러분들 중 많은 분들이 내가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 알고 싶어하는 것을 안다"며 대권 도전과 연결짓는 발언을 하자 좌중은 폭소를 터트렸다. 또 "10년 전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 나갈 때 한 분의 예외도 없이 모든 주한대사님들이 지지해주셨다"며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지지에 감사드린다"고 했을 때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반 전 총장에 앞서 인사말을 한 '후배' 윤병세 외교장관은 "반 총장은 유엔의 세 기둥인 평화와 안보, 개발과 인권을 지지하기 위해 지치지 않고 헌신적인 노력을 했다"며 "임기 동안 지구를 120번 이상 일주했고 154개국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손을 마주 잡고 있던 반 전 총장은 다소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또 윤 장관은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주목할 만한 유산을 남겼다는 평판을 남겼다"며 "세계 곳곳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진작하는 데 지울 수 없는 자취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윤 장관은 "이제 반 총장은 뉴욕을 떠났지만 나는 반 총장이 넓은 경험과 지혜로 계속해서 세계 평화와 번영을 진작하는 데 핵심적 기여를 하실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한 뒤 건배를 제의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2006년 제33대 외교부(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한 반 전 총장(외시 3회)은 37대 외교장관인 윤 장관(외시 10회)의 외무고시 7년 선배다.

▲ 사진=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에서 열린 주한외교단 리셉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이날 행사에는 추궈훙(邱國洪) 중국대사와 알렉산드르 티모닌 러시아대사 등 주한 외교사절과 외교부 간부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이날 이임한 마크 리퍼트 미국대사와 한일 위안부 소녀상 갈등으로 일시 귀국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일본대사는 자리에 없었다.

푸른색 넥타이와 하늘색 와이셔츠에 청색 정장을 입은 반 전 총장은 줄 지어선 각국 대사들과 악수하면서 '그라시아스'(스페인어로 감사합니다), '그라치에'(프랑스어로 감사합니다), '니하오'(중국어로 안녕하세요) 등 각국 대사의 사용 언어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추궈훙 중국대사가 "(반 전 총장이) 장관(외교통상부) 시절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맞이한 적이 있다"며 "다시 뵙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하자 반 전 총장은 중국어 "씨에씨에"(감사합니다)로 화답했다.

행사 주최측인 외교부는 반 전 총장의 대선 도전과 관련한 정치적 논란 우려를 감안, 각국 대사와 외교부 간부 이외의 외부 인사는 초청하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은 '정부 주최 행사에 참석하는 것에 논란이 있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기우"라며 총장 퇴임후 여러나라로부터 훈장을 받은 사실을 소개한 뒤 "(훈장들은) 성공적으로 유엔 사무총장을 끝내고 온 데 대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외교 지평 확대를 위해 진력하고 계신 윤병세 장관님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 더욱 큰 발전을 기원드립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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