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칼럼]‘미국 우선’의 트럼프, 당당하게 대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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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칼럼]‘미국 우선’의 트럼프, 당당하게 대처하자
  • 제임스 김 기자
  • 승인 2017.01.2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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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황인찬 기자]도널드 J 트럼프가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미국 대선기간 동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트럼프는 미국 언론조차 그 당선을 장담하지 못했던 다크호스였다. 그래서 트럼프의 등장은 여러 사람들을 당혹케 만들었다.

그의 알려진 이력은 성공한 부동산 재벌, 카리스마 넘치는 TV쇼 호스트 등 민간의 영역에서가 전부였다. 간혹 TV를 통해서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긴 했지만 당장 몇 년 전만 해도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트럼프는 경선 당시부터 모든 외교안보전략을 백지에서부터 검토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리고 실제로 취임 전인 작년 12월 2일,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자의 신분으로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과 통화를 했다. 이는 중국에게는 경고신호였다.

1972년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 정부를 부정해오고, 심지어는 대만총통이 마음대로 미국 땅을 밟지도 못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러한 기존의 ‘원칙’에 커다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다섯가지로 귀결되는 트럼프 정권의 외교안보 기조

지난 미국의 대선에서 트럼프의 논리는 지극히 간결했다. 부시에 이어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세계질서를 유지한다고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도 미국은 실익이 없었다. 이건 큰 잘못이다. 따라서 냉전 종식 이후 모든 외교안보정책을 재검토하고, 미국의 국익이 우선이 되도록 재조정하자는 것이다.

소위 ‘신고립주의의 발현’이라고도 평가되고 있는 트럼프의 외교안보철학이다. 트럼트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경제적 실패로 군사력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자산들이 너무도 방만하게 운영되어 외국을 도와주면서 막상 미국 스스로는 경제력과 군사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동맹들이 자기 몫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 NATO 회원국 28개국 가운데 미국을 제외하면 겨우 4개 국가만이 2%대의 국방비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이나 일본, 사우디도 트럼프가 거론한 사례이다.

셋째, 이런 와중에 우방국들이 더 이상 미국이 자신을 지켜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게 됐다.

오바마 행정부가 세계질서를 유지한다면서 일만 벌려놓고 막상 후속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아 우방국들이 미국의 안보공약을 더 이상 못믿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넷째 명제가 도출된다.

넷째로 이제 더 이상 적국이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단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핵위협을 하는 동안 넋놓고 지켜봤고 중국이 경제적 도발을 하거나 사이버 공격을 해도 반격 하나 제대로 못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마지막 인식으로 귀결된다. 즉 다섯째로 미국은 더 이상 외교안보정책에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 나치로부터 유럽을 구하고 소련으로부터 자유세계를 지켜냈던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냉전이 끝나고 소련이 해체된 이후로 외교안보정책은 갈지자로 행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리비아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시민들을 독재자로부터 해방시킨다고 열심히 폭격해대더니, 무정부상태가 되어 내전으로 무고한 사람이 죽어나가도 방관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리비아가 실패국가가 되자 오히려 다에쉬(IS)의 세력이 확장되면서 기름장사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상황을 꼬집는다. 한마디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전략 부재를 꼬집었다.

예측이 어려운 트럼프 정부

그러나 여전히 트럼프의 말과 실제 정책의 수행에는 간극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미국과 같은 민주적 국가의 방향이란 대통령 한 명이 원하는대로 바뀌지는 않는다.

특히 트럼프는 소위 짐을 짊어지고 오지 않았다. 즉 특정 이익집단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금 강하게 만들겠다고 했지만, 넘어야할 산이 많다. 우선 제일 큰 문제는 바로 예산이다. 아무리 추진력 좋은 트럼프라도 이전 행정부가 남긴 유산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예산통제법으로 인한 재정감축, 즉 시퀘스터가 국방에 남긴 상처는 깊었다. 현재 국방예산은 30년 전 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 육군 전투여단은 35%, 해군 전투함은 53%, 공군 전투비행대대는 63%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트럼프가 비싸다고 불만한 F-35 사업에 비하면, 트럼프가 주장하는 핵무기 현대화는 수배나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트럼프는 시퀘스터를 없애고 미군을 재건하겠다는 공언했지만 실제로 미 정부에 그럴 여유가 있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어느 나라가 적이고 어느 나라가 동지인지 불분명해 보이는 것도 트럼프 정권의 특성이다.

다만 러시아에 대해서는 우호정책을 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푸틴의 절친’으로 알려진 석유제왕 렉스 틸러슨 엑손모바일 CEO를 국무장관에 지명한 것이 그 근거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대선개입 해킹이 이슈가 되면서 대통령 당선인으로써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려는 순간, 트럼프는 또 다시 강공으로 나섰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인준청문회에서 러시아가 위협임을 명백히 했다. 푸틴의 의도가 NATO 방위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정확히 지적했다. 또한 중국의 남중국해도 커다란 위협임을 명확히 했다.

모든 게 불분명한 것만이 유일하게 명확하다는 트럼프에게 확실한 것은 하나다.

우선 미국의 적은 다에쉬(IS)이다. 다에쉬(IS)나 알카에다 같은 이슬람극단주의를 격파하지 않고는 미국의 경제는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

그 다음 순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어떻게 대할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매티스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기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다음 순서가 오바마 정권에서 서명한 이란 핵협정이다.

도대체 이란 정권의 무엇을 믿고 이런 서명을 했느냐 하는 게 핵심이다.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하여 ICBM 개발 임박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는 미국의 안보과제에서 최우선순위는 아니다.

‘핵개발은 어림없어(It's not going to happen.)‘라는 조소어린 트윗을 한 구절 끌어낸 게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이다.  

한미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라

사실은 걱정스러운 것은 과연 한미 동맹의 미래가 계속될 것이냐는 점이다. 그간 트럼프는 한국이나 일본, 사우디 등의 국가에 대한 문제를 지적해왔다.

물론 NATO에 비해서는 양호한 분담금 수준이지만 돈 많이 버는 나라들이 충분히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애초에 한국이 동맹국으로서도 한 푼도 내지 않는다고 경선기간 주장했던 트럼프는, 최소한 50%이상은 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자 ‘100% 내게 할 수는 없냐(why not 100%)’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러나 분담금은 지협적인 문제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한미동맹이 흔들림이 없냐는 점이다. 분담금 협상으로 한미동맹이 불편한 모양새가 된다면 이는 옳지 않다.

심지어는 미국에서도 갑작스러운 분담금 인상은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의 차후 정책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상원 인준청문회를 보면 그 해답이 보인다.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우방국들이 분담금을 추가로 부담하지 않는다면 미군을 철수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청문회에서 나왔다.

여기에 대해 매티스는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의 의무사항을 지키는 것이 국익에 맞다고 생각하며, 동맹국도 똑같이 의무를 지키기를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반응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한국 등 핵심동맹국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 국방장관은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할 것인가를 한 의원이 물었다.

이에 대해 매티스는 대통령의 발언이 해당지역에서 공평한 부담을 지어야 한다는 뜻이며, 동맹국들과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해결해나갈 것이지만, 그 동맹이라는 것이 반드시 ‘전통적인 동맹’을 뜻하는 건 아니라고 답했다. 즉 필요에 따라 동맹의 지위와 우선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트럼프의 정책기조에 따른 발언이다.

이렇게 ‘미국 우선(American First)’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많은 정치학자들의 관측대로 커다란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혹은 만인 대 만인의 투쟁처럼 만국 대 만국의 투쟁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동맹국이 변화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 꼼꼼히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우리가 얼마나 미국과 국제정세를 잘 파악하고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는가 이다. 국내정세가 어지럽지만 꾸준히 세계의 흐름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에게 대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미국이 우선이라면 그 국익이 무엇인지 먼저 보여주자. 그리하여 통일이든 경제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편승시키자. 물론 큰 그림을 그럴 용기와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글쓴이: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합참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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