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빈 용기 보증금의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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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빈 용기 보증금의 오해와 진실
  • 제임스 김 기자
  • 승인 2017.02.0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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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제임스 김 기자]경제학 용어에 ‘이케아 효과(IKEA effect)’라는 말이 있다. 미국 듀크대의 행동경제학 실험 결과로 만들어진 용어로, 가구를 직접 자신의 손으로 만든 소비자는 제품 본연의 가치보다 더 높은 만족도를 가진다는 것이다.

자원 고갈 시대에 사는 우리에겐 무분별한 자원 채취와 소비 대신 작은 노력이 절실하다. 개인의 작은 실천이 쾌적한 지구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가치를 인식한다면 환경 분야에서도 이케아 효과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너무 소소해 보여 관심 밖에 있던 제도가 있다. 빈 용기(容器)보증금 제도다. 1985년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소주병과 맥주병 등에 보증금을 붙여 판매하고 소비자가 빈 병을 가게로 가져가면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이렇게 돌아온 빈 병은 제조 공정에 재사용돼 자원은 절약되고 경제성 측면에서도 생산자는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제도다.

이런 보증금 제도가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보증금은 지난 1994년부터 23년 동안 40원 또는 50원에 머물러 있었던 반면, 과자값 같은 것은 6배가량 인상됐다. 소비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마치 숨겨진 돈처럼 취급돼 보증금 본연의 기능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소비자들이 포기한 보증금 규모가 매년 570억원이나 된다. 정부는 이렇게 잊혀 가는 소비자의 돈을 다시 찾아가도록 하고 재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를 새롭게 정비했다.

소매점의 회수를 다시 정상화하는 한편, 지난 1월 1일 생산된 제품부터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보증금을 올렸다. 소비자가 빈 용기를 깨끗하게 사용하고 소매점에 반환하도록 최근 물가 등을 고려해 현실화한 것이다.

보증금은 소비자가 소주병이나 맥주병 같은 빈 용기를 가게에 가져가면 전액 돌려받기 때문에 비과세이고 생산원가에도 전혀 영향이 없다. 그런데 일부 판매 업체에서 보증금이 인상되기 때문에 소비자 판매 가격을 인상해 물가 인상을 부추긴다는 최근의 언론 보도가 있었다.

보증금이 소주병을 기준으로 40원에서 100원으로 인상돼 마트 같은 곳에서 구매할 때 60원이 추가로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빈 용기를 반환하면 인상된 60원과 함께 그동안 돌려받지 않던 40원도 포함해 100원을 돌려받을 수 있어 보증금 인상을 일반적인 물가 상승과 똑같이 보는 것은 보증금이라는 돈의 정의(定義) 자체를 간과한 시각이다.

한편, 식당에서는 손님들이 먹고 난 빈 병을 전량 도매상에 반납해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고 도매상과 식당 사이에 보증금 없이 거래하는 경우도 많다. 보증금액과 식당의 수입은 무관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외면하면서까지 보증금 인상을 핑계로 식당에서 대금을 인상하겠다는 것은 손님들을 속여 이익을 더 챙기려는 것에 불과하다.

이런 논란 때문에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과 함께 외식업계와 소비자 단체에서도 부당한 가격 인상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는 등 소비자 보호에 함께하기로 했다. 일부 업체의 비양심적인 행동으로 인해 자원 순환 사회를 만들기 위한 소비자의 가치 있는 노력을 저해하는 행위를 근절하는 데 뜻을 같이하기 위한 것이다.

환경을 지키는 노력에는 불편이 따르지만 소비자와 제조사, 유통 업체의 실천이 만들어내는 가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소비자들의 반환 노력으로 제도를 정상화하고 자원 절약이라는 환경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제도 개선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이를 이용한 상술보다 소비자의 작은 실천과 업계의 투명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쓴이: 이정섭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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