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허리 휜다' 아파트 집단대출 금리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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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허리 휜다' 아파트 집단대출 금리 급등
  • 정상진 기자
  • 승인 2017.02.1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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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정상진 기자] 집단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넉 달 만에 평균 0.6%포인트나 뛰어올라 개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이미 역전했다.

집단대출 금리가 개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역전한 건 이례적이다. 집단대출은 통상 많게는 한 아파트에 수천 건을 대출해주는 박리다매 구조다. 따라서 단 건인 개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일반적으로 저렴하다.

집단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그동안 아파트 분양의 산파 역할을 맡았던 집단대출도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집단대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 지난 2015년 4월 이후 지난해 12월이 처음이다. 일시적인 하락일 거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1월에는 오히려 낙폭을 키우며 잔액이 더 줄었다.

◇ 두달새 5천626억 감소…급상승 대출이자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월 집단대출 잔액은 108조538억원으로 작년 12월(108조3천857억원)에 견줘 3천319억원 감소했다.

전월에 2천307억원이 감소했으니 두 달 만에 5천626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집단대출이란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차주(대출자) 개인의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 없이 중도금과 이주비, 잔금 등을 빌려주는 은행 대출상품을 말한다.

부동산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015년에는 집단대출이 5조4천197억원이 증가했다.

부동산 호황으로 아파트 건설이 늘면서 중도금 대출이 급증, 작년에는 집단대출이 13조7천547억원 늘었다. 전년 대비 무려 153%나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중도금 대출 등에 대한 시중은행의 심사가 강화되면서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

주로 시공사의 브랜드와 시공능력, 입지여건, 청약률 등을 고려해서 대출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깐깐하게 대출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당국이 가계부채에 대해 속도 조절에 나선 작년 10월 무렵부터 대출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했다.

5대 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작년 9월 1조510억원이 늘었으나 10월 9천246억원, 11월 7천669억원으로 줄었다. 급기야 12월부터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는 2015년 9~12월 잔액이 7조2천683억원 늘어난 것에 비해 증가세가 크게 둔화한 것이다.

집단대출 대출이자도 급상승 중이다. 5대 은행의 집단대출 평균금리는 작년 9월 연 3.15%에서 올해 1월 연 3.76%로 넉 달 만에 0.61%포인트나 치솟았다.

집단대출은 통상 개인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단기간 내에 급상승하면서 개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가뿐히 제쳤다.

작년 12월을 기준으로 5대 은행의 집단대출 평균금리는 연 3.68%로, 개인을 기준으로 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3.45%)를 웃돌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래 집단대출은 개인 주택담보대출보다 훨씬 금리가 저렴하나 작년 하반기부터 크게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아파트 건설현장.(연합뉴스 제공)

◇ 아파트 분양받아도 분양 부대비용만 오른다

이 같은 집단대출의 증가세 둔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16∼2017년 집단대출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월평균 3조∼4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올해 초반부터 엇나가고 있는 셈이다.

당장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과 관련 '성장'보다는 '안전'에 방점을 찍으며 집단대출을 죄자 건설사들의 분양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물량이 많은 데 제1금융은 잘 안 해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협의하는 게 쉽지 않다"며 "시중은행이 어려워 2금융권과 대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 후 대출 은행 섭외에 몇 달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 중도금 납부 일자가 임박해서까지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해 중도금 납부기일을 연기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잭폿'을 터뜨린 서울의 대형단지도 자금 동원에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대우건설·현대건설·SK건설 등이 작년 10월 강동구 고덕동 주공2단지 재건축 사업으로 분양한 고덕그라시움 아파트도 중도금 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농협,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기업은행 등과 협의 중이나 금액 등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라시움은 청약에서 3만6천여명이 몰리며 청약 과열이 빚어진 데다 분양도 초기에 100% 끝난 인기 단지다.

그라시움은 전체 4천932가구의 초대형 대단지에 일반분양 물량만 2천 가구가 넘어 집단 대출액 규모가 8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라시움뿐 아니다. 올해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35만 가구에 육박한다. 당장 이달 분양 물량이 2만 가구가 넘어설 예정이다. 이는 2000년 부동산 114가 분양계획 조사를 시작한 이래 2월 계획으로는 최대 물량이다.

게다가 올해 1월 1일부터는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대해서 차주별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적용됐다.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아만 가고 있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전망마저 어둡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5억9천585만원으로 전월인 2016년 12월 5억9천828만원보다 243만원 떨어졌다.

아파트 매매에 따른 차익실현을 보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출이자 비용 상승에 따른 부대비용 증가로 수분양자(분양받은 사람)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김규정 NH투자증권[005940] 연구위원은 "민간아파트뿐 아니라 공공아파트도 은행권 대출이 안 돼 보험사나 농·수협 등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럴 경우 전반적인 분양 부대비용이 올라갈 수 있어 결국 수분양자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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