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지하 건축물 방수설계, 한국 기술로 세계 표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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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지하 건축물 방수설계, 한국 기술로 세계 표준화"
  • 김태문 기자
  • 승인 2017.04.20 0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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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근 교수... 공동주택 가이드라인 마련
건축물 누수, 내구성 훼손과 위생문제는 물론 싱크홀 원인 돼
세계적 방수 권위자 오상근 교수, 지하공간 방수 설계 가이드라인 마련
콘크리트 외벽에 방수조치하는 ‘외방수’로 지하수 누수 원천 차단
 
[코리아포스트 김태문 기자] 외국에서나 보던 싱크홀(지반침하)이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니다. 2012년 10여 건이던 국내 싱크홀 발생 건수는 2014년 60건, 지난해 240건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규모도 다양하고 사망사고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서울 등 대도시 인구 밀집지역에 주로 발생하고 예고도 없이 나타나 국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싱크홀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지하수위 저하에 따른 지반침하다. 건축물의 지하구조물이나 지하철, 노후화된 배수로 등이 지하수 유출의 주요 경로다. 지하수 유출은 싱크홀 발생은 물론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같은 공동주택 지하구조물의 수명과 안전성을 훼손하고 습기, 곰팡이 등 쾌적한 환경과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지하구조물의 누수 예방과 방수설계에 관한 표준을 마련하고자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발표했다. ‘공동주택 지하구조물 누수 예방을 위한 방수설계 가이드라인’이 그것.
 
이 가이드라인은 국토교통 R&D 주거환경 연구사업인 ‘주거복지 구현을 위한 생활밀착형 공동주택 성능 향상 기술개발’ 연구 중 ‘공동주택 지하구조물 누수예방, 진단 및 성능복원 기술개발’ 연구의 결과물로 작성됐다. 방수 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보급함으로써 공동주택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등이 누수 없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방수기술연구센터장 오상근 교수
 
세계적 방수설계 권위자 오상근 교수 주도로 가이드라인 마련
 
이 가이드라인 작성을 주도한 사람은 국내 방수공학 분야 1호 박사로 불리는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설기술연구소 방수기술연구센터장(건축학부 교수)이다. 약 30년간 방수공학에 매진해 방수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오 교수는 국내 방수기술은 물론 콘크리트 구조설계 관련 여러 국내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인증 받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누수보수신기술(건설신기술376호)을 국제표준으로 등록시킨 바 있는 오 교수는 2010년 ‘콘크리트 구조물의 누수균열보수 일반지침’을 아시아 최초로 만들어 이듬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국제표준(ISO TR 16475)으로 등록시키기도 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방수 관련 기술과 제품을 미국, 일본, 중동 등 세계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로 오 교수는 2008년 대통령 표창, 2015년 홍조근정 훈장, 2016년 장영실 국제과학문화 본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오 교수는 현재 (사)한국건축시공학회장과 더불어 국제표준화기구 콘크리트전문위원회(ISO TC 71)에서 SC7/WG 3(누수균열 유지관리) Convener(위원장)를 맡고 있다. 
 
오상근 교수는 “공동주택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지하구조물은 대부분 지하수위 저감에 따른 지반 침하, 지하 광물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의 침입, 누수로 인한 미생물 및 악취 발생, 지하공간 구조체의 철근 부식과 같은 안전성 훼손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그럼에도 정부, 건설사, 입주자 어느 누구도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지하 구조체의 누수 보수와 주민의 삶의 질 등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공동주택 지하 누수방지를 위한 방수 설계 표준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하구조물 바깥쪽에 방수조치하는 ‘외방수’...누수 원천적으로 차단
 
현재 대부분 지하공간에서는 구조체 안쪽 즉 실내공간에서 시멘트 모르타르 혼입재 등 방수재를 사용하는 ‘내방수 조치’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하수의 침입을 직접 외부에서 차단하지 못하고 구조체의 균열, 시공 이음부 기타 결함부 등 구조물 내부로 물의 유입을 허용함으로써 철근 부식 등 구조체 내구성 저하를 야기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염소이온, 라돈, 기타 유류 성분 등 지하수와 토양 속의 화학물질이 지하 구조체 및 방수층의 성능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또한 공동주택 지하구조물 내부로 물이 유입되면 주로 유도배수를 통해 집수정을 거쳐 외부로 배수처리 되는데 이는 주변 지하수위를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2013년 12월 기준 서울시 지하구조물 용도별 지하수 유출량을 보면 일일 총 지하수 유출량 56.7톤 중 39.8%에 달하는 22.6톤의 지하수가 건축물로 인해 유출되었다. 지하철로 인해 유출되는 지하수 27.2톤 (48.0%)와 더불어 가장 큰 지하수 유출 경로다.
 
오상근 교수는 이 가이드라인에서 기존에 널리 쓰이던 ‘내방수 조치’ 대신 지하수 유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외방수(바깥 방수) 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외방수 조치는 물의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도록 구조체 콘크리트 외벽에 방수층을 설치하는 방식이다. 외방수는 내방수보다 방수의 신뢰성, 지하수압에 대한 저항성, 구조체 보호, 방습효과 등에서 더 탁월하다. 신축공사 뿐만 아니라 기존 구조물에도 콘크리트에 천공을 뚫어 방수재를 분사하는 방법으로 외방수 조치를 할 수 있다.
 
지하구조물을 방수층으로 완전히 감싸는 외방수를 적용하면 지하층 내부 환경을 쾌적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무실, 저장시설, 지하철․공동구․터널 등의 지하 기반 시설, 체육시설 기타 주민 복지시설 용도로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오상근 교수는 “기존 내방수조치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지하 구조물의 외방수 기준을 강화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며 “앞으로 이를 건설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건설사 등에 적극 홍보, 권장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가이드라인은 최상층부, 중간층, 최하층 바닥 슬래브, 이종구조물과의 접속부와 같은 특수부위 등 지하구조물 부위별 방수 설계 가이드라인도 상세하게 마련해 제공하고 있으며 방수재료와 방수공법의 종류, 품질, 평가 기준 등에 관해서도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시공 및 사용 중의 유지관리 방법에 관해서도 정리해 제시하고 있다.
 
현재 오 교수는 이 가이드라인 마련의 연장선상에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주거환경연구사업의 하나인 ‘공동주택 지하구조물 누수예방 및 보수를 위한 최적화 기술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오 교수는 대학에서 많은 젊은 방수 전문 인재들을 양성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오 교수의 헌신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우리나라 방수기술 분야가 세계를 선도하는 분야로 급성장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상근 교수는 “앞으로 방수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한편 많은 국내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인증되어 우리나라 방수 전문 인재들이 세계 각지의 건설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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