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조선노동당 대표자회 개최 의미와 전망
상태바
제3차 조선노동당 대표자회 개최 의미와 전망
  • 코리아포스트
  • 승인 2010.08.10 1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3차 조선노동당 대표자회 개최 의미와 전망

북한은 지난 6월 26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를 발표하여 “당과 혁명발전의 새로운 요구를 반영하여 조선로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위한 조선로동당 대표자회”를 오는 9월 상순에 개최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1966년의 제2차 당대표자회 이후 44년 만에 당대표자회를 개최하는 것도 관심을 가지게 하는 대목이지만, 이번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일의 3남 김정은이 후계자 지위를 대외적으로도 공식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어 특별히 주목을 끌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오는 9월에 개최되는 제3차 당대표자회가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먼저 북한의 당규약에서 당대표자회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도록 하겠다. 그리고나서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의 지위와 당의 핵심지도기관의 위상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 것인지 전망해보도록 하겠다.


노동당 대표자회의 위상과 기능


1980년에 제6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은 “전당의 최고지도기관은 당대회이며, 당대회가 없을 때는 당대회가 선출한 당중앙위원회가 최고지도기관이 된다”(14조)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이 제3차 당대표자회를 소집해 ‘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곧 ‘혁명의 최고참모부’인 당중앙위원회의 선거를 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북한의 당규약에 의하면 당중앙위원회는 5년에 1회 ‘당의 최고지도기관’인 당대회를 소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당중앙위원회는 필요에 따라 당대회를 규정된 기간보다 빨리 또는 늦게 소집할 수 있다”(21조)라는 예외 조항도 두어 당대회 개최가 계속 연기되고 있는 것도 정당화하고 있다. 당규약은 또한 당중앙위원회가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에 당대표자회를 소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30조).


당대회에서는 1) 당중앙위원회 및 당중앙검사위원회의 사업총화, 2) 당강령과 규약의 채택 또는 수정보충, 3) 당노선과 정책 및 전략전술에 관한 기본문제 결정, 4) 당중앙위원회 및 당중앙검사위원회 선거를 실시한다(22조). 그리고 당대표자회에서는 당의 노선과 정책 및 전략전술에 관한 긴급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며,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당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 또는 준후보위원을 제명하고 그 결원을 보선한다(30조). 그러므로 당대표자회와 당대회 모두 당노선과 정책, 전략전술에 관한 기본문제를 결정하고, 당중앙위원회 선거를 실시한다는 점에서는 거의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 반면 당대표자회에서는 ‘당중앙위원회 및 당중앙검사위원회의 사업총화’ 보고가 없고, 당강령과 규약의 채택 또는 수정보충 논의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당대회와 구별된다.


당대회와 당대표자회의 기능상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역대 당대회 및 당대표자회의 의제를 보면 보다 명확하게 확인된다(<표 1> 참조).


<표 1> 역대 당대회 및 당대표자회 개최 현황




김정은의 현재 지위와 영향력


김정은은 2009년 1월 김정일의 후계자로 결정된 후 동년 상반기에는 후계자의 정치적 지도체계를 구축하고, 하반기에는 북한의 대내외 정책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다. 김정은은 이미 작년에 당과 군대에서 후계자로서 제2인자에 해당하는 초법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고, 공안 부문에서는 파워 엘리트의 감시․통제와 관련하여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안전보위부의 부장직을 맡게 되었다.


2009년 여름부터는 김정일에게 올라가는 보고가 김정은을 거쳐서 올라가는 이른바 ‘당중앙의 유일적 지도체제’도 수립되기 시작했다. 김정은은 먼저 인민군 총정치국에서 직보를 받기 시작했고, 그 다음에는 인민보안부, 국가안전보위부, 군 보위사령부 등에서 보고를 받게 되었으며, 현재 내각에서도 보고를 받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 결과 2010년 여름 현재 김정은은 외교 부문을 제외하고는 김정일과 비슷한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고위급 간부에서 하위급 간부들까지 김정일과 김정은을 동급으로 여기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의 후계체계 구축이 이처럼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김정일의 건강상태가 불안정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김정일은 2008년 8월 뇌혈관계 이상 이후 뇌졸중 후유증으로부터는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만성신부전증으로 인해 정기적으로 신장투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며,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2009년 미 중앙정보국(CIA)은 김정일이 뇌졸중과 당뇨병의 합병증 등으로 5년 내 사망할 가능성이 71%에 달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북한의 의료진도 김정일의 수명이 3년을 넘기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김정일의 최대관심사는 자신의 생존기간 내에 김정은을 북한의 확실한 2인자로 내세우고, 사후에도 안정적으로 권력승계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정치적, 제도적, 인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의 ‘당중앙위원회 비서’ 직 선출 전망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9월에 개최되는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의 후계자 지위가 대외적으로 공식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대표자회에서는 과거 김정일이 1980년 당대회 때 선출된 당의 핵심 직책 즉, 당중앙위원회 비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의 직책에 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이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직책 중 첫 번째는 ‘당중앙위원회 조직비서’ 직이다. 1974년에 김정일이 후계자로 결정되면서 북한의 권력체제는 ‘정치국 위주의 정책적 당․국가체제’로부터 ‘비서국과 전문부서 위주의 권력적 당․국가체제’로 변화되었기 때문에 김정은이 정치국 위원에 선출되는 것보다 당중앙위원회 비서에 선출되는 것이 실제적으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조선로동당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당중앙위원회 비서들과 조직지도부라고 황장엽씨가 증언하고 있는 바와 같이 ‘당중앙위원회 비서’ 직은 북한의 핵심 요직이다. 특히 비서들 중에서도 ‘조직비서’가 가장 중요한 직책이다. 김정일은 1973년에 당중앙위원회 조직비서 직에 임명됨으로써 김일성 총비서를 제외한 북한의 모든 파워 엘리트들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처럼 ‘당중앙위원회 조직비서’ 직이 북한에서 당 총비서 직 다음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김일성은 김정일이 ‘군 최고사령관’과 ‘국방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된 이후에도 김정일을 ‘조직비서’라는 직책으로 불렀다.


현재 김정은은 북한 엘리트의 인사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리고 김정일의 현지지도도 사전에 조직하고 동행하는 등 사실상 ‘조직비서’에 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 총비서는 김정은을 ‘조직비서’ 직에 공식 임명함으로써 김정은의 실제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공식화해줄 가능성이 높다. 한 때 10여명에 달했던 당중앙위원회 비서들이 현재 4명밖에 남아있지 않으므로, 김정일은 당중앙위원회 비서들을 대폭 충원하여 김정은이 비서국과 조직지도부 등 전문부서들을 중심으로 북한을 통치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위상 제고 전망


김정은이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당중앙위원회 군사위원’ 직을 맡게 되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김정은은 이미 군대에서 ‘김대장’, ‘청년대장’으로 불리며 군부 엘리트들의 충성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군대에 대한 지휘를 정당화할 공식적 직책은 아직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김정은이 실질적으로 북한 군대와 군사작전을 지휘하고, 중요한 군사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김정은의 군부 장악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과 리영호 군 총참모장을 포함하여 국방위원회 위원들 전부 또는 상당수가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도 선출되어 당중앙군사위원회의 권위가 더욱 높아지고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의 위상 제고 전망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직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일성은 1974년 2월 김정일을 자신의 후계자로 결정하면서 김정일을 ‘당중앙위원회 정치위원’(1980년 제6차 당대회에서 정치위원회가 정치국으로 바뀌면서 정치위원직은 정치국 위원직으로 명칭이 바뀜)에 임명하였다. 사회주의체제에서는 기본적으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이 가장 권위 있는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정치위원’에 임명된다는 것은 지도부의 핵심 일원이 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김정은이 정치국 위원직에 임명되는 것은 특히 중국이나 베트남 등 사회주의국가들과의 외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당대표자회에서는 또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들이 위원으로 승진하고, 김정은 후계체계 구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장성택 중앙당 행정부장이 정치국 위원직에(경우에 따라서는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직까지)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현재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에서 직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국방위원회 위원들의 대부분 또는 상당수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또는 후보위원으로 선출되어 당과 군의 일체화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는 이처럼 김정은이 당의 핵심직책에 임명되고, 김정은이 당을 중심으로 국가와 군대, 전사회를 통제하는데 필요한 인적 확충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김정일이 김정은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 기존의 ‘김정일․김정은 공동정권’은 외교와 대남 부문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김정은이 김정일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김정은․김정일 공동정권’으로 급속도로 이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10-낭떼르대학교 정치학 박사
주요 저서로는
『김정일의 북한, 어디로 가는가?』(공저),
『북한은 변하고 있는가?: 1997 vs. 2007』(편저),
『한국의 국가전략 2020: 대북․통일』(편저) 외 다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