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칼럼]특허를 특허답게 만드는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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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특허를 특허답게 만드는 팁
  • 김영복 기자
  • 승인 2017.05.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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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영복 기자]특허의 얼굴은 다양하다. 삼성과 애플 소송에서 볼 수 있듯이 수천 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특허가 있는 반면, 장롱 속에서 잠만 자다가 생을 마감하는 특허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높은 가치의 특허를 취득할 수 있을까?

합리적인 청구범위 작성에 집중하자. 청구범위란 발명을 글로 표현한 것으로 특허권의 보호범위는 이 청구범위에 의해 결정된다. 당연히 청구범위를 넓게 하는 것이 권리 행사에 유리하지만, 청구범위가 넓을수록 선행기술에 의해 거절될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청구범위가 지나치게 좁으면 권리행사가 제한돼 어렵사리 획득한 특허는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발명자는 자신의 소중한 발명을 청구범위에 어떻게 담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때 유용한 팁은 업계에서 소위 돈이 되는 특허의 청구범위가 어떻게 작성돼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명세서를 명확하게 작성하자. 명세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기술설명서이기 때문에 분명하게 기재해야 한다. 명세서 품질이 중요한 이유는 심사품질과의 연관성 때문이기도 하다. 심사품질의 핵심은 선행기술의 충분한 검색인데 심사관이 저급한 명세서를 이해하느라, 직접 오탈자를 찾아주느라 많은 시간을 빼앗기면 결국 발명자는 낮은 품질의 심사결과를 받을 수밖에 없다. 명세서의 명확성을 높이는 한 가지 팁은 배경기술을 충실하게 기재하는 것이다. 심사관은 배경기술을 통해 선행기술 검색시간을 단축함으로써 더욱 빠르고 정확한 심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같은 편인 심사관을 믿고 소통하자. 심사관은 발명자가 힘들여 발명한 기술을 거절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 특허 등록 여부를 명쾌하게 결정하는 길잡이다. 만약 심사관이 잘못 판단해 거절돼야 할 발명이 등록받았다가 나중에 무효가 된다면 오히려 더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이러한 심사관과 소통하는 방법은 바로 보정안리뷰 등 면담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면담은 발명자와 심사관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훌륭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면담을 할 때 유의해야 할 팁은 신속하게 쟁점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심사관 의견은 무시하고 자기주장만 늘어놓거나, 중언부언하면서 불필요 하게 시간을 끄는 것은 내실 있는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특허 전문가를 똑똑하게 이용하자. 특허는 진보한 기술을 법의 울타리를 통해 보호하기 때문에 기술과 법을 접목시킬 수 있는 변리사 등 특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허 전문가를 만난다고 해서 꼭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일정 자격요건이 되는 경우, 공익변리사 특허상담센터 등을 통해 무료 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똑똑한 소비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특허 전문가와 만나기 전에 특허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특허에 관한 최소한의 지식을 습득하자. 아마 청구범위를 조정해보자는 얘기만 꺼내도 특허 전문가가 긴장할 것이다. 그저 변리사에게 모든 일을 맡기고 팔짱을 끼는 묻지마식 주식투자자가 되지 말자.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인 특허를 아직도 단순 홍보 수단 정도로 활용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우리도 특허 선진국처럼 수백 억원의 사용료를 받거나, 수천억 원에 거래되는 특허가 많이 생겨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태계 조성의 핵심은 창의적인 발명자가 출원한 고부가가치 특허들이다. 시장이 바라는 것은 알맹이이지 쭉정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글: 강흠정 (특허청 특허심사제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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