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여행]다정하게 손잡고 걷기 좋은 나주 메타세쿼이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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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여행]다정하게 손잡고 걷기 좋은 나주 메타세쿼이아길
  • 김정숙 기자
  • 승인 2017.05.14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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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시원해지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사진=한국관광공사)

 [코리아포스트 김정숙 기자]나무의 초록빛이 짙어지고 그늘이 넓어지는 5월이다. 가족과 친구, 또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언제든 좋지만 5월의 나들이는 더욱 즐겁다. 도시락 싸들고 나들이가기 좋은, 사랑하는 이와 다정하게 손잡고 거닐기 좋은 곳으로 전라남도 나주의 메타세쿼이아길을 소개한다.

나주시 전남산림자원연구소에는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풍광만큼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있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나무들이 하늘을 찌르고, 나무 아래는 맥문동 잎이 푸르다. 바라보는 눈이 다 시원해지는 풍경이다.

전남산림자원연구소가 일반에게 내부를 개방한 지 몇 년밖에 안 됐다. 덕분에 아직까지 방문객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가장 눈에 띄는데, 이외에도 드넓은 연구소 부지에 다양한 볼거리가 퍼져 있다. 가로수길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잣나무 숲, 난대림원, 덩굴원, 유실수원, 화목원, 온실, 약초원, 희귀식물원, 관목원, 수생식물원 등 여러 정원이 자리한다. 물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라 인위적으로 예쁘게 꾸며놓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나무와 꽃을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 곳곳에 안내판을 마련해 꽃과 나무, 숲에 대해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나무가 흔들리는 정도를 보고 바람의 세기를 표현하는 방법이라든가, 숲이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 등을 산책하며 배울 수 있다. 나무를 올려다보고, 꽃내음을 맡고, 네잎 클로버를 찾고, 나무 열매를 관찰하며 아이들은 자연과 노는 법을 스스로 익힌다.이 길에 서면 누구나 사진을 찍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주로 가로수길을 오가며 사진을 찍고, 쉼터나 연구소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서 잠시 쉬었다가 돌아간다. 대체로 머무는 시간이 1시간 안팎으로 그리 길지 않은 편이다. 새소리 들리는 숲 그늘에 자리 잡고 책을 펼쳐도 좋겠다.

본관에서 뒤편 숲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산림욕장이 나온다. 산림욕장 규모가 자그마치 48ha에 달한다. 500여 종의 수목이 뒤섞여 자라는 울창한 숲속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전망대, 정자, 체력단련시설도 사이사이 눈에 띈다. 호젓하게 산책하기 그만이다. 나무들이 초여름에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발산한다는데, 산림욕장을 거닐다 보면 피톤치드 덕분인지 마음이 평온해지는 걸 느낀다. 바닥에 황토, 검정 자갈, 목편을 깔아 만든 치유숲길도 조성돼 있다. 나무가 내뿜는 상쾌한 음이온과 피톤치드 덕분에 스트레스가 풀리니 심신이 ‘치유’되는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치유숲길의 길이는 2km 정도다.

마을 입구에 방문자센터가 손님을 맞고, 그 바로 옆에 편히 올라가 앉을 수 있는 영호정이 자리한다. 맞은편 양벽정은 기품 있는 누마루 천장 아래 시인묵객이 남긴 시가 가득 걸려 있다. 원래 이 자리가 아니라 화순군 화포에 홍장이라는 사람이 지은 정자다. 양산보, 정철, 최시망 등 당대의 명사들과 교류하던 곳인데, 현대에 들어 퇴락한 것을 후손이 마을 입구에 옮겨 지었다. 마을 사람들의 합동세배 장소이자 ‘도래의 날’ 행사 장소로 쓰인다.

도래마을옛집은 도래마을 안에 있는 19세기 가옥으로 내셔널트러스트가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매입해 옛 모습 그대로 복원, 유지하고 있는 집이다.

홍기헌 가옥, 홍기응 가옥, 홍기창 가옥 등은 남도 양반가의 대표적인 공간 구성을 보여준다. 마을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살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 남도 지방의 주택문화를 알아볼 수 있는 문화재다.

비자나무 숲에 포근히 안긴 불회사
다도면 불회사는 입구에서 절까지 이어진 시원한 숲길이 인상적이다. 4세기 후반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며, 천년고찰답게 절 안팎으로 고즈넉한 기운이 가득하다. 일주문을 통과하면서부터 하늘을 가리는 숲길이 시작된다. 삼나무, 전나무, 비자나무 같은 침엽수가 대부분이다. 나무가 빼곡하고 키가 커 뜨거운 한낮에도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숲길을 조금 걷다 보면 길 양옆에 익살스런 표정의 석장승이 나타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석장승이다. 퉁방울눈에 주먹코, 우스꽝스러운 얼굴이 마치 천진한 아이가 주물러놓은 듯 친근하다.

숲길 왼편 언덕에는 비자나무가 빼곡하다. 나무마다 표찰이 붙어 있는데 이 일대를 보호림으로 지정해 관리하기 때문이다. 불회사 주변으로 수령 300~400년 된 비자나무가 2,300여 그루나 자라고 있다.

보호림으로 지정, 관리하는 비자나무 숲
숲길 끝에 불회사가 나타난다. 계곡 다리 위에 지은 진여문과 바로 붙어 있는 천왕문을 지나 대양루를 통과해 계단을 오르면 보물 제1310호로 지정된 대웅전이 나온다. 대웅전 안 본존불은 종이를 소재로 한 비로자나불이다. 좌우에 흙으로 조성한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 입상을 모신 것이 이채롭다. 대웅전 뒤편으로 울창한 숲은 동백나무와 비자나무로 한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다. 비자나무 아래서 자라는 야생 차나무의 찻잎으로 만든 ‘비로다’는 스님들이 한 장 한 장 잎을 따고 덖어 만들어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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