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수수료·가산금리·연체금리 함부로 못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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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금융수수료·가산금리·연체금리 함부로 못 올린다"
  • 정상진 기자
  • 승인 2017.05.2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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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정상진 기자] 앞으로 금융회사가 수수료와 가산금리, 연체금리를 함부로 올릴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가산금리와 연체금리 산정 모범규준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한 데 이어 대통령 공약인 '금융수수료 적정성 심사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 금리 등 시장에서 형성돼야 할 가격에 대한 정부나 당국의 통제가 도덕적 해이, 저신용자에 대한 제도권 금융회사의 대출 제한, 서비스의 질 저하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은행 수수료 신설에 제동 걸릴까

22일 관계 부처와 금융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서 "금융수수료 적정성 심사 제도를 도입하여 소비자의 부담 완화 및 투명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금융수수료 적정성 심사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도입할 경우 구체적인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도 공시와 적합성 및 형평성 점검 등 불합리한 수수료를 감독하는 장치들이 있지만 심사 제도 도입을 제시한 공약의 정책 목표 등을 파악해 공약을 효율적으로 이행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수수료 적정성 심사 제도 도입은 금융회사의 잇따른 수수료 신설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은행 수수료의 경우 씨티은행이 지난 3월 계좌유지 수수료를 받기로 한데 이어 일부 은행들이 창구거래 수수료, 통장개설 수수료 등 새로운 수수료의 신설을 검토한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한국의 은행 수수료는 미국, 영국,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종류도 많지 않고 금액도 적은 편이다.

금융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은행 수수료 국제 비교 보고서를 보면 국내 은행들의 송금 수수료는 창구를 이용할 때 500∼3천원으로 미국(35달러, 약 4만원), 영국(25파운드, 약 3만5천원), 일본(648∼864엔, 약 6천500∼8천700원)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송금 수수료도 업무 마감 전에 0∼1천200원, 마감 후에 500∼1천600원으로 일본(270∼432엔)의 절반을 밑돌았다.

외환 부문도 비슷했다. 해외로 보내는 외화송금 수수료의 경우 3천∼8천원으로 미국(45달러), 영국(30파운드), 일본(3천∼5천500엔)보다 낮은 편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 소비자들은 금융회사들의 수수료에 대해 반감이 크다.

금융회사가 신상품이나 혁신에 의존하기보다는 금리차나 수수료 등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수월한 영업을 한다는 게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수수료를 과도하게 규제하면 새로운 서비스 개발 유인이 없어지고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가격에 대한 무리한 개입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 사진=앞으로 금융회사가 수수료와 가산금리, 연체금리를 함부로 올릴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제공)

◇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부가 서비스 축소 우려

새 정부 들어서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도 추진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영세 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약속했다.

영세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적용 기준을 연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하고 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적용 기준도 연매출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소가맹점에 적용되는 우대수수료율을 1.3%에서 1.0%로 낮추고 약국, 편의점, 빵집 등 소액·다결제 업종에 대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한다는 방안이다.

이런 공약이 현실화되면 카드업계는 작지 않은 충격을 받는다. 카드업계의 전체 수익 중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절반을 넘는다.

카드업계는 공약처럼 우대수수료율 적용 기준을 확대하고, 수수료율도 0.3%포인트 낮추면 연간 5천500억원 정도의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줄어든 수익을 만회하려면 부가 서비스 중단이나 축소, 인력 감축 등 경비 절감이 불가피해 카드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연매출이 5억원인 가맹점에까지 혜택을 줄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분식점처럼 소액·다결제 많은 영세 상인 입장에서는 카드 수수료 부담이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 최고 금리 연 20%로 인하…저신용자 불법 사채시장으로 몰리나

가산금리와 연체금리의 불합리한 인상에도 제동이 걸리고 최고 금리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체계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말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 개정하고 올해 6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개정된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인상할 때 내부 심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돼 마음대로 금리를 올릴 수 없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또 금융회사들의 합리적인 연체금리 산정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 연체금리 체계 모범규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는 돈을 빌린 차주의 대출 상환이 연체됐을 때 부과하는 연체금리 산정 기준이 불명확하다.

금융위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하는 연체금리 체계 모범규준을 만들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연체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성실하게 대출을 갚은 정상 차주와의 형평성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 정부는 또 27.9%인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단계적으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우선은 대부업법에 따른 최고이자율을 이자제한법에 따른 이자율로 일원화할 방침이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사인 간의 금전 거래에 적용되는 이자제한법상의 이자율(연 25%)과 금융기관과 사인 간 적용되는 대부업법상 이자율(연 27.9%)로 나뉘어져 있다.

최고금리 인하의 1단계 조치로 올해 안에 법정 최고금리를 연 25%로 통일하겠다는 얘기다. 이후 단계적으로 최고금리를 20.0%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금리를 제한하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회피하게 되고 저신용자들은 살인적 금리를 받는 불법 사채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고 금리 인하가 취약 계층의 부채 상환 부담을 덜어준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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