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안 되는데 빚만…' 1분기 음식·숙박업 대출 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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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안 되는데 빚만…' 1분기 음식·숙박업 대출 1조↑
  • 정상진 기자
  • 승인 2017.06.1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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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정상진 기자] 최근 수출 호조로 한국경제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음식·숙박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의 마음은 무겁다.

올해 1분기 음식·숙박업 성장률이 크게 뒷걸음질한 상황에서 갚아야 할 빚은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의 산업대출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음식·숙박업의 대출 잔액은 46조7천94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9천933억원(2.2%) 늘었다.

산업대출은 기업(개인사업자 포함)과 병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등이 은행, 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예금을 취급하는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말한다.

올해 1분기 음식·숙박업 대출 증가액은 작년 4분기(1조7천200억원)보다 크게 줄었지만, 작년 1분기(7천875억원)에 견줘 2천58억원(26.1%) 늘었다.

매년 1분기 기준으로 2015년(1조409억원)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음식·숙박업은 자영업자와 밀접한 업종이다.

6·25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가 직장에서 은퇴한 뒤 앞다퉈 식당 등을 창업하고 있다.

여기에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층도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음식·숙박업 경기는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음식·숙박업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작년 4분기보다 1.6% 줄었다.

분기별 증감률이 작년 4분기(-1.4%)에 이어 2분기 연속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충격이 컸던 2015년 2분기(-1.9%)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나쁜 수준이다.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 사진=2017년 2월 28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용품거리에 중고주방용품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음식점업 폐업 증가로 중고주방용품의 재고가 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제공)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발표한 '경제동향 6월호'에서 "음식·숙박업은 작년 하반기 이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음식·숙박업의 경기 악화는 기본적으로 민간 소비 회복세가 더딘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수익성은 떨어지고 빚은 급증하는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더구나 대출의 질이 나빠진 점이 우려를 키운다.

음식·숙박업 대출금에서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12조485억원으로 석달 사이 6천358억원(5.6%) 늘었다.

증가 규모가 1분기 은행권(3천574억원)의 2배에 가깝다.

은행이 '리스크'(위험) 강화 차원에서 대출 문턱을 높이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몰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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