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사, 국세청 간부출신 영입 유행?…"경영승계 위한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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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그룹사, 국세청 간부출신 영입 유행?…"경영승계 위한 작업"
  • 김성현 기자
  • 승인 2017.06.2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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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성현 기자] 최근 중견그룹사들이 사이에 국세청 간부출신의 영입이 유행이 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오리온은 부산국세청장 출신의 김은호씨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에 대한 각종 투서와 의혹이 제기되자 전진 국세청 간부를 영입했다는 소리가 식품업계에 파다하게 펴지기도 했다. 또 최근엔 오리온은 지주사 체제로 그룹사를 제 편성하겠다는 발표를 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 기업의 투명성을 올리겠다고 밝혔지만 식품업계는 3세 경영을 준비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다.

이처럼 중계그룹들이 저마다 2~3세 경영에 시동을 걸면서 전직 국세청 간부들이 모종을 역할을 하고 있는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하림그룹이다. 1년 앞선 2015년 하림그룹은 국세청 세무조사를 앞두고 광주지방국세청장 출신 B씨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하림은 2015년 3월27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전 광주지방국세청장 출신 B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B 전 청장은 27일 현재까지 하림에서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그는 사외이사로서 감사위원, 내부거래위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 등을 맡고 있다.

B 전 청장은 서울청 조사4국3과장 등을 거쳐 법인·개인관련 정기조사와 유통 분야 등을 담당하는 서울청 조사2국장을 지낸 인물이다. 광주지방국세청장을 마지막으로 2012년 11월 37년간의 국세청 근무를 마쳤다.

공교롭게 B 전 청장이 사외이사로 영입된 2015년은 국세청이 하림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를 받았다. 하림에 대한 조사는 국세청 조사4국이 맡았다. 조사4국은 B 전 청장이 근무했던 부서로, 일각에서는 하림이 국세청의 줄을 대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말들이 돌았다.

자산규모 10조원의 하림룹을 김홍국 회장의 장남 준영(25)씨에게 물려주면서 100억원의 한 증여세만 낸 것으로 알려져 B씨가 막후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 없이 제기 되기도 했다.

세간의 의혹에 대해 하림 측은 “물약품제조사인 한국썸벧(현 올품)을 증여한 2012년에는 그룹의 자산이 3조5000억원에 불과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과세표준이 30억원 이상인 경우 증여세율은 50%인 점을 감안하면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증여세로 100억원 밖에 내지 않은 것은 납득이 가지않는 대목이다.

한국썸벧은 준영씨가 승계받을 때만 해도 자산 1219억원, 부채 468억원의 작은 계열사에 불과했다. 특히 하림홀딩스 지분 2.62%(공정가액 18억3613만원), 제일홀딩스 지분 8.23%(466억7483만원) 등을 가졌을 뿐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국썸벧은 증여가 이뤄진 후 급격하게 성장했다. 하림그룹은 제일홀딩스 자본감소와 주식분할(보통주 508만8731주 중 408만1991주 무상 소각) 등 비정상적 방법을 동원해가며 김 회장과 준영씨 등 오너일가의 지분을 늘렸고, 이 과정을 통해 준영씨는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오르게 됐다.

이에 대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국세청과 감독당국에서도 조사를 했고 평소 법을 어기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윤리경영을 했다“며” 일감 몰아주기 대해서도 관련 세금을 모두 납부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국내 최대의 세무법인의 한 관계자는 “100억원짜리 건물을 아들에게 증여해도 50억원이 부담스러운 판에 4조원대의 기업승계에 100억원 밖에 안 냈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준견재벌들이 2-3세 경영승계를 위해 비상장 회사 가운데 회사가치가 작은 회사를 정해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는 지난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대기업·대재산가의 편법 상속·증여와 기업자금의 불법 유출에 대해 국세청의 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입해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해 중견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의혹 등에 조사가 이뤄질지 조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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