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사흘째 8천622억 순매도…'셀 코리아'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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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사흘째 8천622억 순매도…'셀 코리아' 나서나
  • 정상진 기자
  • 승인 2017.07.2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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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정상진 기자] 올해 증시 최고치 행진을 주도한 외국인투자자가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에 나서 '수급 공백' 우려를 낳고 있다.

기관투자가가 '매수'에 나서며 물량을 소화해주고 있으나, 본격적으로 매수에 나선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줄곧 '사자 몰이'를 해오던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 강도는 이달 중순부터 주춤해졌다.

외국인은 이달 14일부터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6천7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같은 기간 1조2천40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로 금융투자사(증권사)가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매수세를 주도했다.

기관이 주식 '매수'를 보이면서 외국인이 내놓은 차익실현 매물을 받아내는 형국이다.

이런 매매 형태는 최근 사흘간 매매동향에서 더 두드러진다.

기관은 24∼26일까지 사흘 연속 '사자'로 8천696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외국인은 연속 '팔자'로 8천622억원을 순매도해 대조를 보였다.

외국인은 특히 올해 2분기 호실적을 낸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시설투자 계획을 밝히자 본격적으로 주식을 팔았다.

이경민 마켓전략실 팀장은 "외국인의 매수 강도는 한풀 꺾였다"며 "기업 실적이 높아진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외국인들 사이에서 차익실현 심리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단기적으로 정보기술(IT) 등 기업 실적이 발표된 데다 환율 상황을 보고 그동안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 입장에선 차익을 현실화할 욕구가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매도세로 전환한 것은 아니지만, 올해 상반기와 같은 강한 매수세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이사는 "외국인이 미국의 경제 상황이 주춤하고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국내 증시에 주식을 팔고 있어 매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1∼2개월 조정 국면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최근 SK하이닉스 등 IT 전반을 매도하고 있으나, 다른 업종을 매수해 순환매를 나타냈다"며 "IT 업황이 최대 호황기인 데다 수출도 호조를 보여 굳이 팔고 나갈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증시가 큰 조정이 왔다고 보기 어렵고 일부 조정을 거치더라도 올해 3분기까지 별문제 없이 갈 것"이라며 코스피 고점으로 2,600을 제시했다.

▲ 사진=올해 증시 최고치 행진을 주도한 외국인투자자가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에 나서 '수급 공백' 우려를 낳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증권가에선 최근 외국인 물량을 받아낸 기관이 본격 매수에 나섰는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김 팀장은 "기관 입장에선 굳이 지수가 오른 시점에서 비싸게 주식을 사들일 이유가 없다"며 "현시점에선 외국인의 차익실현을 돕는 결과만 낳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코스피가 2,400선을 넘어선 이후 주식형 펀드로 '새로운 자금'(New Money)이 들어오고 있어, 시장 내부에서 기관 매수 기대감을 키워주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20거래일 평균 유입 규모가 올해 1분기 1천억원 내외에서 5월 말 2천억원을 넘어섰으며 최근 2천8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실제 에프앤가이드가 25일 기준으로 집계한 최근 1개월간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125억원 늘어나 증가세로 전환했다.

액티브 펀드에선 2천568억원이 감소했으나 인덱스펀드가 2천700억원가량 증가했다.

최근 1주일 동안 자금 유출입을 보면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1천453억원 늘어났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스피가 2,300을 돌파한 5월 말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과정에서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액이 늘고 있다는 건 이례적"이라며 "주식형 펀드시장에 새로운 돈(New Money)이 유입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강현철 이사는 "보험과 연기금이 소폭이나마 주식을 사들이고 있고 펀드시장에서도 대량 환매는 진정돼 자금 유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기관이 수급 주체로 나설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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