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못하면 미국 못 가나?' 트럼프 새 이민정책 거센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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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못하면 미국 못 가나?' 트럼프 새 이민정책 거센 후폭풍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7.08.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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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피터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상원의원 2명과 함께 입안하겠다고 나선 새로운 이민정책이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2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설계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과 기자들 사이에서 가시 돋친 설전이 이어졌다.

밀러 고문이 설명한 새 이민정책의 핵심은 '미국 근로자를 위해 외국에서 미숙련·저임금 근로자의 유입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한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조지아)은 연간 100만 명에 달하는 그린카드(영주권) 발급 건수를 10년 이내에 절반 수준인 50만 장으로 줄이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미국에 정착하면 다른 구성원들이 '가족 결합'을 통해 줄줄이 영주권을 받게 되는 기존 시스템에 '메스'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기술·성과주의 이민 제도로 명명된 새 정책은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하는 이민자들을 '선별'하겠다는 개념이다.

그동안 불법이민자 단속에 혈안이 됐던 트럼프 행정부가 이제 합법이민자까지 빗장을 걸어 잠그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선별하는 장치로는 특정한 기술 보유 여부와 영어 구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어에 능통한 컴퓨터 기술자가 아니라면 앞으로 미국 이민 자체가 어려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주 오하이오 연설에서 "영어 잘하는 근로자를 받아들이겠다"고 못 박기도 했다.

밀러 고문은 "새 이민 정책이 미국 경제를 진작하고, 미국 내 근로자의 저임금 압박을 없애 임금을 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러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종종 대립각을 세우는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를 사례로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새 이민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뉴욕타임스에도 외국에서 온 미숙련·저임금 근로자가 넘쳐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뉴욕타임스 입장에선 어떻게 느껴질까"라고 말했다.

▲ 사진=백악관 브리핑에 나선 밀러 고문.(연합뉴스 제공)

그러자 뉴욕타임스의 글렌 트러시 기자가 즉각 반발했다.

트러시 기자는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하라. 미숙련 이민자 유입과 미국 근로자들의 직업 상실에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도 많이 있다"라고 물었다.

 밀러 고문은 특정한 숫자는 없지만 "그건 상식문제"라고 답했다.

트러시 기자는 "상식을 물어본 게 아니라 구체적인 데이터를 물어본 것"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밀러 고문은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와도 부딪혔다.

밀러 고문이 새 이민법안은 인종차별주의적 정책이 아니라고 강조하자, 아코스타 기자는 '자유의 여신상'에 새겨진 글귀를 인용해 반박했다.

아코스타는 "자유의 여신상에 '가난에 찌들어 지친 자들이여, 내게로 오라'라고 씌어있다. 이번 정책은 이런 미국의 정신에 근본적으로 위배되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밀러 고문은 "자유의 여신상에 있는 그 글귀는 나중에 갖다 붙인 것"이라며 의미를 깎아내렸다.

아코스타 기자가 새 이민정책대로라면 영국이나 호주에서 오는 근로자만 미국 입국이 허용되는 게 아니냐고 추가 의문을 제기하자, 이번에는 밀러 고문이 발끈했다.

밀러는 "당신 말은 호주, 영국 외에 영어를 잘 하는 수백만 명의 전 세계 근로자들을 모욕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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