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과 분노' 이어 '종말과 파멸'…美, 연일 초강경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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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과 분노' 이어 '종말과 파멸'…美, 연일 초강경 메시지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7.08.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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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형대 기자] "지금껏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트럼프 대통령), "정권의 종말(end of its regime)과 국민 파멸(destruction of its people) 이끌 행동 중단해야"(매티스 국방장관)

한반도 사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 초강경 메시지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북한을 향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전례 없는 발언으로 충격파를 던진 데 이어 이튿날인 9일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가세해 공격을 이어갔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은 정권의 종말과 국민의 파멸을 이끌 어떤 행동도 고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북한은 자신을 스스로 고립하는 일을 멈추고 핵무기 추구를 그만두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동맹국들의 합동 군사력은 지구상에서 가장 정확하고 잘 훈련되고 튼튼한 방어력과 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은 주목해야 한다"며 "북한의 (군사)행동은 우리의 행동에 의해 계속 극도로 압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하고, 이에 북한도 즉각 '괌 포위사격 검토'로 맞대응하는 등 긴장 국면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자신들의 전쟁 억지력을 강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촉발된 긴장감을 다소 완화하려는 의도도 담긴 성명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평소 매티스 장관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재앙'이라며 군사적 옵션은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왔던 점에 비춰보면 이날 성명에 담긴 '정권 종말' '국민 파멸' 등의 문구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CNN도 "매티스 장관은 그동안 줄곧 북핵 문제를 외교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해왔다"며 이날 성명의 수위에 주목했다.

▲ 사진=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연합뉴스 제공)

더구나 북한으로선 가장 격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정권 종말'을 군 최고 수뇌부 성명에서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긴장국면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북한은 매티스 장관의 성명이 나온 지 약 4시간 뒤 화성-12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4발로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북 간에 정제되지 않은 채 던져지는 '말폭탄'으로 위협의 악순환이 이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 속에서 한쪽에선 어르고, 한쪽에선 달래는 미 백악관과 행정부의 엇박자가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시각도 있다.

일례로 아시아 방문 뒤 귀국길에 오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김정은이 외교적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알아듣는 말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달한 것이며, 괌을 포함해 미국 영토에 대해 임박한 위협은 없다고 단언한 것이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틸러슨 장관이 귀국하기 위해 비행기 안에 있었던 바로 그 시간에,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트위터에 '미국의 핵무기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는 메시지를 올렸다"면서 "오벌 오피스(트럼프 집무실)가 즉흥적 선언을 하고 고위 관리들이 급하게 개입해 톤다운하는 시도는 트럼프 행정부 취임 후 6개월 간 계속 반복돼 왔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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