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서는 KPGA, KLPGA 투어 발전을 위해 지난 8월 KLPGA 투어 보그너 MBN 여자오픈을 시작으로 한화클래식2017과 9월에는 KPGA 코리안투어 티업지스윙 메가오픈과 신한동해오픈 등에 참가한 남여 투어 선수들에게 일대일 대면 인터뷰와 설문 조사를 했다.
[코리아포스트 김백상 기자] 매년 대회 수와 상금 규모가 늘어가는 KLPGA 정규투어의 지금 환경에는 대체로 만족하고 있었지만, 올해부터 다시 활기를 띄고있는 KPGA 코리안투어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었다.
특히 기업의 스폰서가 KLPGA쪽에 몰리는 현상에 대해 남자 선수들과 여자 선수들의 입장 차는 확연했다. 여자 선수들은 이미 세계 골프계에서 톱 클라스의 수준을 보이고 있고, 팬들 또한 많이 있어 스폰서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일정 부분 공감은 한다. 그러나 남자 골프 수준이 세계(특히 PGA투어)에서 경쟁력 있는 수준에 근접하지 못하다는 생각에는 이견이 많았다.
남자 선수들도 여자 선수들 이상의 훈련과 다양한 노력을 한다. 실력으로 평가 받는 프로의 세계에서는 결과로 모든 걸 입증해야 한다지만 그 전에 전체의 맥락을 짚어보고 싶다.
특히 투어 환경에서 남자와 여자들은 큰 차이를 보인다. 진입 장벽이 여자에 비해 남자 골프가 훨씬 높고 어렵다. 핑계로만 치부하기엔 그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한국 남자 골프는 최경주, 양용은, 배상문 등 걸출한 스타를 배출해 냈다. 그리고 안병훈, 왕정훈, 김시우 등 신성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묵묵히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값진 우승을 해낸 선수들이 이들 말고도 많이 있다.
인터뷰에 응한 몇몇 여자 선수들은 일 년에 30개가 넘는 대회를 치르며 볼멘 소리도 한다. 너무 많은 대회를 치르기 보다는 상금과 수준을 높여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최상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대회 수를 줄이자는 얘기도 한다.
남자 선수들은 상금은 상관 없어도 좋으니 많은 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한다. 남자 선수들은 올해 열리는 19개 대회 중 카이도 골프에서 주최하는 8개 대회와 신설된 제네시스 챔피언십을 제외하면 대회 수는 11개로 급감한다.
카이도는 2년간 대회를 주최하기로 계약이 됐다. 제네시스 챔피언십도 앞으로 얼마나 더 대회를 개최할 지는 미지수다. 2015, 2016년 10개 남짓한 국내 대회를 치루며 남자 선수들은 골프를 더 하고 싶어 자의반 타의반 해외 투어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국내 대회가 몇 개면 국내 무대에 올인하겠냐는 질문에 많은 선수들이 올해 수준만 되더라도 국내 무대에 전념할 수 있다는 얘기에 골프 기자로서 가슴이 아팠다.
KLPGA 선수들은 대회 질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KPGA 선수들은 20개도 안되는 대회 수에도 이것만이라도 이어지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국내 남자 골프에도 많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할 시기다. 여자 골프는 자리를 잡았다. 남자 대회도 자리를 잡기 위해 선수 협회 모두 노력하고 있다.
지난 7월 카이도에서 주최한 서경 타니오픈에서는 남자, 여자 대회가 함께 열리면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남자는 나흘간 대회를 열었고, 여자는 사흘간 대회를 열었다.
총 상금은 남녀 합쳐 8억원 이었다. 그러나 남녀 대회 별 총상금은 남자 3억원, 여자 5억원으로 남자가 2억원이 더 적었다. 라운드도 하루 더 치른 남자들이 하루 적게 경기한 여자 선수들에 비해 적은 상금을 받아갔다.
국내 골프 시장만 유일하게 여자골프계가 남자 골프계를 압도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특이 현상이다.
일본이나 중국, 유럽이나 미국은 남자 골프가 여자 골프를 규모나 인기면에서 압도하고 있다. 기자는 골프 대중화에 걸맞게 골프 시장도 균형 있는 발전을 하길 바란다.
여자 골프가 인기 있는 건 참 다행이다. 여자 선수들이 잘 하고 있는 건 더 큰 행운이다. 남자 선수들에게도 여자 선수들에게 보이는 관심과 사랑을 이제는 보여 줄 때다.
골프로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고, 때로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는 남녀 79명 투어 선수들의 다양한 의견을 아래와 같이 들어보았다. 본 설문지는 남녀 구분만 하고 익명 처리했다.
설문지 내용
PART 1 남녀 투어 선수의 투어 만족도 조사
단위: 명
Q1. 현재 선수 생활에 만족하나?
- 만족한다(72명) 2. 그저 그렇다 3. 만족하지 못한다(7명)
79명의 선수 중 72명이 만족한다는 답변을 했다. 나머지 7명의 선수들은 지금 상황이 만족스럽지 만은 않다고 했다. 투어 생활로만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만족 못한다는 답변을 한 남자 선수뿐만 아니라 여자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투어 이후의 생활에 대해서도 걱정을 했다. 투어 이후 생활에 대한 협회에서 좀 더 세심한 로드맵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는 답도 있었다.
Q2. 현재 KPGA와 KLPGA 투어 대회 수와 상금 규모에 만족하나?
- 매우 만족(45명) 2. 대체로 만족 3. 보통이다 4. 부족하다(7명) 5. 매우 부족(27명)
KLPGA 선수들은 대회 수에 대해 지금도 충분하다고 했다. 조금 줄여도 된다는 답변도 나왔다. 또한 본선 진출자 상금에 대해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투어 전체의 발전을 위해 우승자 이외의 선수들에 대한 상금이 좀 더 현실적으로 책정되길 기대해본다.
KPGA 선수들은 지금껏 너무 열악한 환경이었다. 지금 수준도 감사해 했지만 대회 수는 대답한 선수 전원 부족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대회 상금 규모도 여자 대회에 비해 적고 본선 진출자 상금 역시 부족하다고 답했다. 현재 남녀 대회의 불균형에 따른 서로간의 의식 차도 있었다. 하루 빨리 남자 대회가 활성화 되길 기대해 본다.
Q3. 전체 대회 수를 늘린다면 현재보다 얼마나 더 늘리면 적당한가?
- 3개 대회(5명) 2. 5개 대회(6명) 3. 7개 대회 4. 10개 대회(23명) 5. 기타(45명)
여자선수들은 대부분 현재도 대회 수는 많다고 답했다. 그 중 기타 의견에는 대회 수를 줄여 단일 대회 상금 규모를 높이자는 의견도 있었다.
남자 선수들은 지금 대회 수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10개 이상 늘리 자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Q4. 대회 별 총상금과 우승 상금, 본선 진출자 최저 상금은 얼마가 적당한가?
- 총상금 5억, 우승상금 1억원, 본선 최저 상금 2백 50만원(4명)
- 총상금 7억, 우승상금 1억 5천만원, 본선 최저 상금 4백만원(49명)
- 총상금 10억, 우승상금 2억원, 본선 최저 상금 6백만원(23명)
- 총상금 10억 이상, 우승상금 3억 이상, 본선 최저 상금 천만원 이상(3명)
본선 진출자에게 더 많은 상금이 갈 수 있도록 전체 상금 규모를 높이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소수 의견 중에는 우승자 상금 비중을 조정하고 준우승자 이하 선수들에게 좀 더 고른 상금 배분을 하자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 골프 산업 규모(2016년 한국골프산업백서 기준 11조 4,600억원)에 비하면 골프 대회 상금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답변이 많았다.
Q5. 남자 대회에 국내 기업이 스폰서를 많이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 기업 홍보 효과가 부족해서(11명)
- 스타 플레이어가 없어서(18명)
- 재미나 관심도가 부족해서(13명)
- 기업 운영이 어려워서(1명)
- 기타(46명)
이 질문은 남자 선수들뿐 아니라 여자 선수들에게도 물었다. 그녀들은 남자골프의 스폰서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여자 선수들은 남자선수들 중 월드클래스 스타 플레이어의 부재도 한 이유라고 답했다. 또 남자 선수들의 패션 감각부족도 한 몫 한다고 했다.
프로 선수들 스스로 본인의 상품 가치를 올려 팬들로부터 관심을 끌게 해야 하는데 남자 선수들은 그런 부분이 조금은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소수 의견으로 남자 대회가 너무 쉬워 대회를 관람하는 몰입도도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남자 선수들의 답변은 의외였다. 국내 여자 선수들이 세계에서 잘 하고 있는 부분은 긍적적으로 평가했다. 한편으로는 남자 골프도 하루 빨리 세계적인 톱 플레이어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자 골프 무대는 여자들보다 그 규모나 진입의 벽이 높다는 게 현실이다. 남자 선수들이 여자 선수들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거나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국내 기업들의 여자 선수들에 대한 편향된 관심도도 큰 이유라고 했다. 올 시즌 남자 대회는 19개다. 그 중 카이도 8개 대회를 제외하면 11개 대회로 정작 국내 대기업이 메인 스폰서로 대회를 주최한 건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러한 풍토를 하루빨리 개선해 남자 대회도 안정적으로 연 20개 대회 이상 개최된다면 선수들도 해외 투어보다는 국내 투어를 활성화시킬 의지가 있다는것을 이번 취재를 통해 충분히 보여줬다.
PART 2 남녀 투어 프로들의 골프 콘텐츠 선호도 조사
Q6. 선수들은 골프 정보들을 주로 어떻게 얻나?
- 코치(7명) 2. 동료(19명) 3. 골프전문지 4. 인터넷(53명) 5. 기타
많은 선수들이 골프관련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고 있었다. 모바일 혹은 컴퓨터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고, 동료와 코치로부터 얻는 선수들도 있었다.
Q7. 선수들은 골프전문지를 읽나?
- 전혀 읽지않는다.(8명) 2. 가끔 읽는다.(32명) 3. 즐겨본다.(34명) 4. 관심 없다.(5명)
골프전문지를 즐겨보는 선수들과 가끔 읽는 선수들이 비슷하게 나왔다. 전혀 읽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선수들은 소수였다. 대체로 선수들은 골프전문지를 어느 정도 접하고 있었다.
Q8. 골프전문지를 읽는다면 어떤 콘텐츠를 읽나? (중복답변 가능)
- 용품내용(34명) 2. 패션내용(39명) 3. 레슨내용(57명) 4. 성적이나 뒷이야기(18명) 5. 기타
의외로 선수들은 전문지에서 레슨관련 내용을 많이 읽는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책에 나와있는 다른 레슨 내용들을 비교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얻는다고 답했다.
Q9. 다음 골프전문지 중 자신이 알고있는 책이 있다면? (중복 답변 가능)
- 골프가이드(48명) 2. 골프다이제스트(75명) 3. 골프매거진(52명) 4. 더골프(27명)
선수들은 미국라이센스지 골프다이제스트를 가장 많이 알고 있었다. 골프매거진과 골프가이드는 비슷한 인지도를 보였다.
PART 3 남여 투어 선수들의 골프 라이프
Q10. 선수들은 골프가 안될 때 어떻게 극복하나?
- 연습(43명) 2. 레슨(21명) 3. 그냥 쉰다.(4명) 4. 여가 활동으로 스트레스 관리를 한다.(11명)
골프가 안될 경우 선수들은 대부분 연습과 레슨을 통해 샷을 점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11명의 선수들은 골프를 잠시 잊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여가 활동을 한다고 답했다. 일부 선수들은 그냥 쉰다고 했다.
Q11. 국내 투어 선수들의 선수 생활 기간이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 비해 짧은 이유?
- 골프를 어릴 때 시작해 열정이 쉽게 식어버리기 때문.(58명)
-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그만둔다.(17명)
- 골프 외적인 요인(14명)
- 짧고 굵게 해도 충분한 부와 명예 축적이 가능해서
선수 생활에 대해선 남녀가 약간 다른 의견을 보였다. 여자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골프를 시작해 20대에 커리어 하이에 오른 후 목표를 잃거나 열정이 식어 30대 전후에 은퇴를 생각한다고 답했다.
남자 선수들은 여자 선수들에 비해 열정이 식어 선수 생활을 그만 두기 보다는 골프 생태계의 문제가 커 보였다. 선수로서 생활이 쉽지 않고(대회 수 부족, 상금 규모 등) 세계 무대의 진입 장벽, 체력적인 부담감도 이유로 들었다.
14명은 골프 외적인 요인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협회나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에 대해 남녀 투어 선수들은 다양한 의견을 들려줬다.
A선수는 “KLPGA 투어 선수들의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수준과는 맞지않게 투어가 운영되고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어 “해외 투어는 선수를 가장 우선으로 고려한다. 선수가 대회에 집중해 최고의 기량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스폰서의 입장도 감안한다. 그러나 국내 투어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선수들에 대한 배려보다는 협회의 비즈니스적 접근이 우선돼 무리한 경기 일정이나 프로암 대회 스케줄 등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B선수도 선수가 우선이 되는 대회에 대해 언급했다. “대회의 숫자와 상금 규모도 프로 선수들에게는 중요하다.
하지만 선수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경기를 나선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갤러리의 수준은 많이 좋아졌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좋아질 순 없다. 하지만 성적을 떠나 대회가 재미 없는 경우도 많다.”며 지금 상황에 대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대회의 질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2017년도 기준 KLPGA에서는 32개 대회를 주관한다. 겨울을 제외하면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간 26개 대회를 소화해야 된다.
거의 매주 대회에 나가야 된다는 소리다. 선수들은 부상의 위험과 컨디션에 따른 경기력 저하를 감안하고 투어를 치른다.
C선수는 “대회수도 중요하지만 대회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연간 대회 수를 늘리기 보단 선택과 집중으로 규모를 키워 상금도 올려 수준 높은 대회를 개최하는 게 선수들의 부상 위험과 경기력에 더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취재: 김백상 기자 104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