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파트 지하주차장 천정서 새는 기름, 알고 보니 발암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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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파트 지하주차장 천정서 새는 기름, 알고 보니 발암물질
  • 김성민 기자
  • 승인 2017.11.01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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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성유기화합물, 콘크리트 균열 타고 떨어져...일부 대형 건설사들 여전히 사용 중
▲ 서울의 S아파트 지하 주차장 천정에서 샌 기름이 바닥에 떨어진 모습

[코리아포스트 김성민 기자]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들이 완공 1~2년 만에 지하 주차장 천정에서 기름이 새 주민들의 비난을 받는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이 기름은 액화된 방수재로, 이 기름 성분에는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1급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아파트 주민의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 보도의 단순한 누유현상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누유보다 심각한 것이 그 속의 유해물질이라는 점을 건설사들이 모를 리 없겠지만, 방수재 관련 규제가 없고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유해성에 대해서는 쉬쉬하며 단순한 누유현상으로 해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세 건설사도 아닌 대기업 건설사들이 비용 조금 아끼기 위해 관련 규제가 없다는 점을 틈타 주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유해물질을 방치하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하주차장 천정에서 새는 기름, 발암물질 함유한 방수재 

대형 건설사 유명 브랜드 아파트들 중에는 지하 주차장에 콘크리트 균열 사이로 기름 성분이 새어나오는 사례가 전국 각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공한 아파트 역시 2014년 25건에서 2015년 32건, 2016년 42건 등 매년 지하주차장 천정 누유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건설사는 부실공사는 아니라며 애써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기름은 유기용제에 의해 녹아내린 방수재로, 이 기름에는 유기용제 속에 들어있던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1급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건설사들이 인정하는 대로 아파트 지하주차장 천정에서 새는 기름은 액화된 방수재다. 방수재는 아파트 시공 시 빗물, 지하수, 습기 등의 유입을 막기 위해 고무, 아스팔트 등 방수재에 유기성 용제를 섞어 녹여 콘크리트 외벽에 도포하는 방식으로 시공된다. 

아파트의 최하층 공간인 지하주차장의 방수공사는 크게 2가지 방식으로 시공된다. '구조체 안쪽 즉 실내공간에서 시멘트 모르타르 혼입재 등 방수재를 도포하는 '내방수 조치', 그리고 콘크리트 외벽에 방수층을 설치하는 '외방수 조치'가 그것이다.  

내방수 공법은 시공이 간편하지만 지하부 콘크리트에 지하수가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없어 철근 부식 등 구조체 내구성 저하를 야기하는 한계가 있다. 

외방수 공법은 지하 구조물을 방수층으로 완전히 감싸기 때문에 지하수의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고 따라서 방수 효과와 구조체 보호 효과가 더 우수하다. 

상대적으로 신기술인 외방수 공법 중에는 방수재인 고무와 아스팔트를 휘발성 용제에 녹여 액체상태로 만든 다음 콘크리트에 바르는 '고무아스팔트 이중방수공법'이 널리 사용된다. 

1999년 신기술로 지정된 고무아스팔트 이중방수공법은 15년 이상 LH 공사등 공공 건설사와 현대건설 등 민간 건설사들에 의해 전국 모든 아파트의 70% 이상에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고무아스팔트 이중방수공법도 나름의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고무와 아스팔트를 녹이기 위해 첨가하는 유기용제에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성분이 들어있다. 

이 용제가 아파트 완공 후에도 아스팔트를 융해시켜 콘크리트 균열을 따라 스며들 수 있을 정도로 묽게 액상화시키는 것이다. 완공된 콘크리트 구조물은 건조 과정에서 온도차 등으로 인해 미세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유기용제의 휘발성유기화합물에 의해 녹아내린 아스팔트가 콘크리트 균열을 따라 지하주차장 등 실내공간으로 유입되어 바닥, 자동차 등에 떨어지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하다. 민간 건설사 주장대로 구조적인 문제는 아닐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지하공간으로 떨어지는 이 액상화된 콘크리트 기름방울에는 유기용제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섞여 있는 것이다. 

페인트, 접착제 등 건축자재는 물론 각종 생활용품 제조에 다양하게 쓰이는 유기용제는 수백 종에 이르며 어떤 물질을 녹이거나 기름때 제거, 장비 세척, 희석, 추출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그런데 이 유기용제는 물질을 녹이는 기능을 하는 액체 상태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을 함유하고 있으며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국제암연구센터(IARC)와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의해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방수재에 사용되는 유기용제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지하주차장 천정에서 떨어지는 기름 속에는 유독성 발암물질이 함유되어 있으며 이 성분들이 지하주차장 실내 공기중에 휘발되어 주민들 호흡기로 들어가는 것이다.

유기용제를 첨가한 방수재는 지하주차장 외에도 옥상, 외벽 등 아파트 건물 곳곳에 도포된다. 하지만 유기용제 속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이름처럼 휘발성이 높아 옥상 등 공기에 노출된 부분의 유해물질은 1~2분 내에 모두 휘발되어 사라진다. 

하지만 지하주차장 외벽에 도포된 방수재는 건물 기반 부분의 지하 토양과 지하 구조체 콘크리트 사이에 도포되어 발암물질들이 휘발될 수 없다. 이 물질들이 콘크리트 균열을 타고 지하주차장 실내로 스며들면 역시 공기순환이 잘 되지 않는 지하주차장 실내공간에 오래 머물러 사람 호흡기로 들어가기 쉽게 된다. 임산부, 어린이, 노약자 등 아파트 주민이 장기간에 걸쳐 이 성분들을 흡수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다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기용제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피부질환, 급성 및 만성 중추신경계 중독, 간 및 신장 손상, 심장 손상, 혈액질환 등이 발생한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오존 및 광화학 스모그의 원인물질일 뿐 아니라 인체에는 암을 유발시킨다. 벤젠에 노출된 후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면 재생불량성빈혈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백혈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더욱이 지하 부위의 방수재는 토양과 직접 접촉하기 때문에 발암물질들이 직접 토양으로 스며든다. 이 물질들이 토양과 지하수에 스며들면 유독성 폐기물을 그대로 토양에 매립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방수재에 섞는 유기용제 함유량은 대략 18% 수준이며, 겨울철에는 방수재가 잘 굳기 때문에 유기용제 함유량을 30%까지 높여 시공한다. 

▲ 경기도 P 아파트 지하주차장 천정에 기름이 흘러나오는 모습

건설 공기업은 스스로 개선, 민간 건설사는 여전히 사용 중 

LH는 반복적인 누수, 누유 등 고무아스팔트 이중방수공법의 한계를 깨닫고 올해 초부터 자체적으로 이 방수공법을 포함해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방수 공법을 사용하지 않고 새로운 방수 공법을 사용한다는 주택 방수공법 품질강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학계와 건설업계에서도 이 공법의 문제점을 인식, 이를 개량한 기술이나 전혀 새로운 혁신적인 방수 공법들을 활발하게 개발해 상용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역시 표준 시방서를 통해 친환경 방수공법을 사용하며 위험성이 있는 유기용제를 사용하지 않는 공법과 재료를 우선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 중견 및 중소 건설사들은 여전히 고무아스팔트 이중방수공법 등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방수공법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 

그나마 래미안 아파트를 짓는 삼성물산(사장 최치훈)은 SMW 복합방수공법, 아이파크의 현대산업개발(회장 정몽규)은 CIA 복합방수공법, 더샵의 포스코건설(대표이사 한찬건)는 프렉스일체형 공법 등 일부 대형 건설사는 유기용제를 사용하지 않는 방수공법을 일부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에도 고무아스팔트 이중방수공법을 여전히 병행하는 곳이 많다. 더욱이 푸르지오의 대우건설(대표이사 송문선), e-편한세상의 대림산업(대표이사 강영국), SK뷰의 SK건설(대표이사 부회장 조기행) 등 대부분의 민간 건설사들은 여전히 고무아스팔트 이중방수공법을 주된 방수공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아파트의 70% 이상이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방수공법을 주된 방수공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의 연구결과는 물론 실제 아파트 단지에서 문제점이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 건설사들이 이 공법을 계속 사용하는 이유는 다른 개량기술, 친환경기술에 비해 비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이 공법을 규제하는 법제도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LH가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주택 방수공법 품질강화 방안은 물론 국토교통부의 표준 시방서 역시 민간 건설사에 강제력이 없다. 

일반적으로 공기 속 유해물질의 함량에 대해서는 실내공기질 관리법이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실내공기질 관리법상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공동주택의 일부이므로 다중이용시설이 아니라서 관리 대상이 아니다. 또한 공동주택 실내공기질을 측정하고 관리할 때에는 사람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 즉 '거실'을 측정 및 관리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공동주택의 일부여도 실내 공기질 측정 및 관리 대상에서 빠져있다.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앞으로도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실내공기질 관리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 없다. 

방수재에 포함된 유기용제의 유해성분을 규제할 방법도 없다. 일반적으로 건축자재 내 유해물질의 함량에 관해서는 대기환경보전법이 규제하고 있는데 대기환경보전법은 방수재 또는 유기용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도료(페인트), 접착제 등 원 재료와 유기용제가 혼합된 상태의 건축자재들을 규율 대상으로 하는데 여기에 방수재는 다루고 있지 않다. 

또한 국토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오염물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건강친화형 주택으로 건설'하되, 세부적인 사항은 국토부 고시로 위임하고 있다. 

국토부 '건강친화형주택 건설기준고시'를 보면 새집증후군 관련 건축자재의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정하고 있고 시공자와 건축주는 기준에 부합하는 친환경 건축자재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오염물질 미방출이 아닌 ‘저방출’ 자재 등을 규정하고 있고 방수재 관련 규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방수재에 쓰이는 유기용제에 관해서는 KS 규격 규정도 없다. 지방자치단체 중에도 방수재 관련 규제를 두고 있는 곳은 없다.  

더욱이 민간 건설사들은 친환경 방수자재와 공법을 도입하면 그만큼 비용이 늘어나 분양가가 상승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체 아파트 건설공사 비용 중 방수공사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영세 건설사도 아닌 대기업 건설사들이 용제형 방수공법의 단점과 유해성을 알면서도 비용을 핑계로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외면하는 몰염치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방수재를 바르는 모습

환경 분야에서 비규제적 방법은 한계...규제가 필요하다 

최근 정부는 살충제, 살균제 등 화학물질 오염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인식, 국무회의에서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살생물제법)' 제정안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살생물제법의 경우 건축자재 등 각 부처별로 관리하도록 하는 예외조항들을 워낙 많이 두고 있어 그 실효성에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결국 주무부처인 국토부에게 다시 공이 넘어간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록 표준 시방서가 친환경 자재 사용 등 원론적인 수준의 규정을 두고는 있지만 실제 시방서나 건축자재, 건축공법의 선택은 각 현장에서 실정에 맞게 알아서 선택할 일이라고 말하며 다소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가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동안 공동주택 실내 공기질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환경부가 신축 공동주택의 실내 공기질 상태 조사를 시작한 2006년부터 10년 동안 실내 공기질이 개선된 적은 2013년뿐이었다. 새집증후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 규제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이 정도라면 공기질 측정이나 관리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던 지하주차장 실내 공기질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환경 보호와 개선 관련 분야에서 비규제적 방법은 한계가 있다. 이 분야의 해법은 규제밖에 없다는 것은 국토부도 과거 법령 개정안 심사를 통해 스스로 고백한 바 있다. 정부는 당장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방관하지 말고 예방적으로 대처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대기업 건설사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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