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칼럼] 얼굴이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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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칼럼] 얼굴이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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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2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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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아안 한의원 노원점 김영중 원장


즘 세태에선 얼굴의 중요성이 미학적으로 치우친 면이 있지만 사실 얼굴은 인체의 정보를 표출하는 단말기기능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매우 발달한 얼굴근육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십 가지의 표정이 가능합니다. 비유하자면 HD급 고화질 구현이 가능한 겁니다. 


왜 그래야 했을까요? 다른 동물들이 표정근의 변화 따위 없이도 잘 살아가는 거에 비하면 너무 과도한 지출이 아닌가 생각도 됩니다. 인체의 어떤 기관이 쓸모없다면 그 기관은 장기간에 걸쳐 퇴화하기 마련입니다. 

헌데 도리어 얼굴은 웬일인지 다른 곳보다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에 많은 진화과정을 통해 더욱 정교한 변화를 거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사회활동입니다.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마주치는 사람 수가 늘어갈수록 얼굴로 표시해야 하는 정보가 늘어났던 것이고 몸은 그 필요에 따라 얼굴의 표정근을 분화시키게 된 것이죠. 

어떤 학자는 그래서 얼굴을 사회적 관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언어가 언제 탄생했는가는 아직도 논쟁중이지만 아마도 얼굴의 발달로 정보교환의 한계에 부딪힌 순간 초기언어가 생겨나지 않았나 추정해봅니다.

그렇게 갖가지 표정을 담아야 할 책무를 지닌 얼굴은 그래서 더 정교한 부품과 작동이 요구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쓸데없는 고장과 오작동의 숙명을 안게 됩니다. 복잡한 전자기계에서 고장의 종류도 더 다양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안면마비입니다. 물론 동물에서도 안면마비 증세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그 예는 대부분 연구목적상 인간이 인위적으로 약물이나 수술로 유발시킨 것이지 자연적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얼굴은 다른 신체조직과 달리 뇌와 가장 가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신경해부학에서 뇌와 척수 안에 있는 신경을 중추신경, 거기서 빠져나와서 말단까지 이어지는 신경을 말초신경으로 구분합니다. 얼굴로 배선된 신경도 뇌에서 빠져나올 때 다른 신경으로 갈아타므로 말초신경으로 구분하고 구안와사의 경우도 손상된 신경위치에 따라 중추성이다, 말초성이다, 라고 구분하게 됩니다. 

하지만 얼굴이 뇌의 즉각적인 변화를 무의식적으로 대변한다는 측면에서 얼굴신경은 두개골 바깥으로 노출된 뇌, 즉 중추신경덩어리라고 해도 허언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나아가 얼굴수술은 개인의 자아를 뒤바꾸는 뇌수술의 범주에 해당합니다. 

눈은 남의 표정을 읽어내는 단순한 기능이지만 얼굴 전체는 남에게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남에게 내 희로애락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기관입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분깃점이 생깁니다. 

진실한 표정을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거짓 표정으로 남을 기만할 것인가? 웃는 척하지만 속내는 그리하지 않는 경우, 울고 있지만 사실 내심 즐거워하는 경우, 사실 무척 놀랐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는 경우 등등 얼굴이 사회적 가면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고려하면 경우의 수는 몇 배로 더 늘어나게 됩니다. 

역사적으로 얼굴의 탄생자체가 기만과 진실의 두 개의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고 생겨났으므로 표정의 기만을 윤리적 문제로 다루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요컨대 숨길 땐 꼭꼭 숨기고 보여줄 땐 진짜처럼 보여주고 싶은 것. 그것이 얼굴입니다. 

그런 뇌의 욕구에 얼굴근육이 반응하는 것이 한계에 다다르자 사람들은 화장과 문신과 수술을 하게 됩니다. 마사이족이 얼굴에 용감하게 보이고자 하는 문신이나 현대여성들이 보형물로 코를 높이는 수술을 하는 행위는 다 같은 기원인 셈입니다. 

표정의 그릇 얼굴을 가꾸기 위해서는 수술이나 문신도 중요하지만 자연스럽게 감정에 충실하게 표정을 지어보는 훈련이 중요할 거 같습니다. 저는 불가피하게 가면을 써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진실한 사람들과 더불어 진실한 표정을 짓는 것이 나아가 뇌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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