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롯데 신동빈 회장 선고공판…롯데그룹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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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롯데 신동빈 회장 선고공판…롯데그룹 '초긴장'
  • 유승민 기자
  • 승인 2017.11.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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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글판 유승민 기자] 다음 달 22일로 예정된 신동빈 회장의 1심 선고공판이 다가오면서 롯데그룹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신 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롯데 총수일가 경영비리 관련 1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10년에 벌금 1천억원의 중형을 구형받았다.

만약 그에게 실형이 선고될 경우 롯데는 10조원 넘게 투자한 해외사업 타격은 물론 최근 첫발을 내디딘 지주사 체제 완성과 한일 롯데 통합경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롯데 해외사업 차질 불가피…해외 파트너사 불안감 심화

26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롯데 계열사의 한 임원은 해외 파트너사로부터 곤혹스러운 질문을 받고 말문이 막혔다.

중앙아시아 지역 식품사업 공동 진출을 논의 중이던 이 파트너사로부터 "신 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데 우리 사업에는 영향이 없는 것이 확실한가"라는 문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업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파트너사를 안심시키기는 했지만, 이 임원은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사업의 향방이 바뀌지나 않을까 속을 태우고 있다.

최근 롯데는 전 사업부문이 해외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 진출한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 외에도 중앙아시아, 유럽, 미국 등으로 그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이런 해외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종 의사 결정권자의 부재가 미칠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신 회장이 직접 발로 뛰며 구축해온 해외 정·재계 인사들과의 상호 신뢰와 우호적 관계가 무너질 경우 사업이 지금처럼 순조롭게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롯데가 동남아와 인도, 유럽, 미국 등지에서 투자했거나 투자할 예정인 해외사업의 규모만 100억 달러(약 10조8천억원)에 달한다.

대표적인 것이 롯데케미칼이 인도네시아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 사업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인 KS가 소유한 타이탄 인도네시아 공장 인근 부지에 대한 부지사용권한을 사들였으며 올해 토지 등기 이전을 완료했다.

현재 플랜트 기초 설계 단계로, 투자 예상 규모만 40억 달러에 달한다.

롯데 화학부문은 유럽 생산거점에도 2억 달러가량의 설비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액시올사(社)와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건설 중인 셰일가스 기반의 에탄크레커 사업에는 약 35억 달러가 투자된다.

롯데는 지난해 액시올 인수를 추진했다가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계획을 접은 바 있다.

인도와 미얀마에서는 인수·합병(M&A)을 포함해 식품사업에 약 2억5천 달러의 추가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베트남에서도 총 사업비 2조원을 투입해 호찌민시가 베트남 경제 허브로 개발 중인 투티엠 지구에 백화점, 쇼핑몰, 호텔, 오피스 등이 결합한 에코스마트시티를 건설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최근까지만 해도 1년의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해외사업에 의욕을 보여왔다.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의 인맥 구축과 정보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한-인도네시아 동반자 협의회'의 경제계 의장을 맡은 뒤 지난해 방한한 조코 위도도 인니 대통령을 접견하고 현지 투자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기업 중 최대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러시아에서는 2015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우호훈장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신 회장은 지속성장을 위해 글로벌 경영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그 원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 사진=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연합뉴스 제공)

◇ '반쪽 지주사'·한일 롯데 통합경영 중단 위기

신 회장의 유고(有故)는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경영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도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난달 12일 공식 출범한 롯데지주는 식품과 유통 부문의 42개 계열사를 1차로 편입했으며 그룹의 또 다른 축인 관광·화학 계열사를 추가로 편입해야 체제가 완성된다.

하지만 신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될 경우 식품·유통 부문 이외 계열사들의 중간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은 당분간 불가능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규정상 회사의 경영투명성이 주요 상장 심사 요건이어서 심사 통과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의 경영투명성 심사는 이해관계자와 거래 동기의 타당성, 거래조건의 합리성, 임직원에 대한 대여금 관리 등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검증이 포함된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의 유죄 판결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신 총괄회장이 철권통치하던 수십 년 동안 불투명한 구조로 유지돼온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일거에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혁신할 기회로 여겨져 왔다.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이 이뤄질 경우 일반 주주 비중이 40%대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 이후에도 우량 계열사의 상장을 점차 늘려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모두 무산되거나 무기한 연기될 위기에 처했다.

재계 관계자는 "비록 롯데지주가 출범하긴 했지만 아직 관광·화학 계열사들은 지주사에 편입돼 있지 않아 '반쪽 지주사' 체제"라며 "신 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되면 지주사 체제 전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 때부터 유지돼온 한일 롯데 통합경영에도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서는 회사 경영진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책임을 지고 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신 회장의 실형 선고 시 일본롯데홀딩스는 이사회나 주총 등을 통해 신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을 결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일본롯데홀딩스는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 경우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는 다카유키 사장을 위시한 일본인들이 실권을 장악하게 된다.

신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한일 통합경영이 중단되면 M&A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결정에서 일본롯데가 대주주로서 자신들의 이익에 어긋나는 결정에 제동을 거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부재 상황이 발생하면 그동안 롯데가 추진해온 개혁작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에도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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