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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에 가상화폐까지…'일확천금' 꿈에 빠진 대한민국
조성민 기자  |  edt@korea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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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0  13: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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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조성민 기자] 직장인 A씨는 요즘 스마트폰을 바꾸려고 단말기 가격을 알아보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를 시작한 뒤 인터넷이 느려 답답하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모바일용 앱을 이용해 거래소를 수시로 체크하는데, 휴대전화가 먹통이어서 바꾸려고 한다"라며 "요즘엔 온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것 같다"라고 푸념했다.

가상화폐 투자 열풍에 밤을 잊은 거래자들이 부지기수다.

한 가상화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투자자는 '코인질 최고로 잘한 것'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옆집에 불이 났는데 (내가) 신고해서 금방 잡았습니다. 새벽잠이 없어져서 목숨도 구하는군요"라며 "큰 수익은 못 냈지만 목숨이 수익입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거래자는 "1주 전 암호화폐 입문한 '코린이'(코인시장+어린이)"라며 "단지 운이 좋아 돈은 조금 불릴 수 있었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온종일 차트와 커뮤니티만 보게 되는 자신의 모습에 갑자기 회의감이 들었다"라고 자평했다.

우리 사회가 '인생 역전'을 희망하는 투기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민의 대박 꿈을 실현해주는 로또복권이 다시 예전의 인기를 되찾고 여기에 가상화폐까지 더해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로또복권이 하루 평균 104억원 어치 팔려 판매량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로또는 첫 출시 당시 2002∼2003년 한동안 '광풍'이 불었으나 게임당 가격을 2천원에서 1천원으로 내리면서 인기가 시들어졌다.

하지만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면서 로또의 연간 판매량은 2014년 3조원대를 회복한 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최고 매출 기록을 수립했다.

가상화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로또'로 등극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탓에 여기저기 떼돈 벌었다는 소문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확산했다.

최근에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상화폐 투자로 540억원을 벌었다는 인증 글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부러움을 샀다.

 투기 열풍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늘어나고 투자할 수 있는 가상화폐도 확대됨에 따라 한층 과열되는 모습이다.

특히 몸값이 낮아 시세변동이 큰 이른바 '잡코인'도 거래할 수 있게 돼 온종일 가상화폐 시세만 들여다보는 '비트코인 좀비'들이 양산되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말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31.3%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가상화폐 투자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자주 확인한다'(39.7%·복수응답)거나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27.5%), '수익률에 따라 감정 기복이 심하다'(22.4%) 등의 증상이 생겼다고 밝혔다.

   
▲ 사진=가상화폐 시세를 보고 있는 사람들.(연합뉴스 제공)

가상화폐 투자에 따른 부작용이 불거지자 은행권을 중심으로 이를 금지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달 초 가상화폐 '투기'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 영업점에 보냈다.

재테크의 하나로 가상화폐에 투자할 수는 있으나 투기로 나아가면 손실을 볼 수 있고, 그로 인해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우리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도 업무 집중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업무 중 가상화폐 투자를 못 하도록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가상화폐 투기로 손실을 볼 경우 금융사고를 일으킬 개연성이 있으므로 이런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무분별한 투기를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투자는 비단 직장인뿐 아니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비트코인 앱 이용자의 연령층은 30대가 32.7%로 가장 많았으나 20대(24.0%)와 50대(15.8%)도 많았고 10대도 6.5%나 됐다.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많은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은 24시간 앱 시세를 확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부는 미성년자의 가상화폐 투자를 금지했으나 '우회로'를 찾아 투자하는 10대들은 여전했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최근 교내에서 학생들이 학교가 지급한 노트북과 개인 노트북을 사용해 가상화폐 거래를 시도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가상화폐 거래 규제를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을 학부모에게 보내기도 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유지하고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취약하므로 일확천금을 얻어 현실에서 탈피하고자 한다"며 "과거 로또나 주식, 부동산 투기가 그랬고 이제는 가상화폐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학생들은 취업이 안되는 경우,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을 때 가상화폐가 유혹처럼 등장하게 된다"며 "단기적으로 해결하기는 힘들고 투기소득에 대한 과세로 이를 억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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