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 EU 2021년 이후 영국 탈퇴로 구멍난 예산안 확충방안 합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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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 EU 2021년 이후 영국 탈퇴로 구멍난 예산안 확충방안 합의 못해
  • 이정호 기자
  • 승인 2018.02.2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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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국 분담금 증액 제안에 독·불·스페인 등 15개국만 찬성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정호 기자] 영국을 제외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23일 브뤼셀에서 비공식 정상회의를 열고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이후 EU의 예산안 확충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회원국 정상들은 브렉시트 이후 EU가 국방과 난민 문제, 치안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영국의 탈퇴로 부족해지는 한 해 최대 150억 유로의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각 회원국이 예산안 분담 몫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한 기자회견에서 "많은 회원국이 2020년 이후 예산에 더 많이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는 브렉시트로 인한 예산 부족분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회원국 가운데 14~15개국은 그들 국가의 분담 몫을 늘리는 데 찬성했다고 밝혀 절반 가까이인 12~13개 회원국은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입장을 정하지 않았거나 반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융커 위원장은 "토론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덜 대립적이었다"면서도 "집에 돈이 없으면 사랑은 문지방 너머로 날아간다"고 EU의 예산 부족이 초래할 문제에 대해 경고했다.

EU의 핵심 회원국인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은 예산 분담금을 더 낼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EU에서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예산을 부담하는 이른바 '예산 순(純)기여국들'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현재 7년 단위로 편성한 1조 유로(1천300조 원 상당) 규모의 예산안을 오는 2020년까지 거의 소진하게 되며 2021년부터 집행할 다년간의 예산안을 새로 편성해야 한다.

회의에서 EU 집행위는 현재 EU 회원국 GDP(국내총생산)의 1% 수준인 EU 예산규모를 1.1~1.2%로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국방과 난민, 치안 분야의 예산지출 확대를 위해 농업기금이나 가난한 지역에 대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농업기금 감축에 대해선 프랑스 등이, 가난한 지역 지출 감소에 대해선 동유럽 회원국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난민 수용과, 가난한 국가에 대한 지역 예산 지원문제를 연계할 것을 제안했으며 당초 우려했던 만큼 큰 반대는 없었으나 구체적인 내용까지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또 재정지원은 법치를 따르는 조건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폴란드와 동유럽 국가들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회원국 정상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자 투스크 의장은 차기 EU 예산안에 대한 합의는 내년 유럽의회 선거 전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상들은 오는 2019년 융커 집행위원장이 퇴임한 이후 후임 집행위원장을 선출하는 문제와 관련, 지금처럼 유럽의회가 집행위원장 선출에서 지배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4년 융커 위원장은 유럽의회가 먼저 '유력후보'를 지명한 뒤 EU 정상회의에서 그들의 선택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선출됐다.

유럽의회는 이 같은 방식이 더 민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지만, 각 회원국 정상들은 회원국 주권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EU 정상들은 또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과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역할을 합치자는 융커 위원장의 제안도 거부했다.

한편, 투스크 의장은 내주에 런던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회동한 뒤 오는 3월 EU 정상회의에서 EU와 영국 간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 가이드라인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혀 양측의 미래관계 협상은 내달 EU 정상회의 이후에 착수할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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