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 '슈퍼 주총 데이'…상장사 540여곳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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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대 '슈퍼 주총 데이'…상장사 540여곳 개최
  • 정상진 기자
  • 승인 2018.03.2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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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정상진 기자]  "삼성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느라 고생 많았다".(삼성전자)

"은행 부패를 방치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인사들의 임원 이사 선임을 반대한다".(DGB금융지주)

상장기업 540여곳이 23일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주주총회를 열었다.

올해 최대의 '슈퍼 주총데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대부분 주총에서는 경영진이 원하는 대로 상정된 안건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하지만 일부 주총장 안팎에서는 크고 작은 소란도 벌어졌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총에는 주주와 기관투자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개막 1시간 전부터 주주들이 몰리면서 준비된 좌석은 일찌감치 찼고 개의 이후에도 100여 명이 밖에서 대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한 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주주 여러분의 성원과 임직원의 헌신으로 매출 239조5천800억원, 영업이익 53조6천50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면서 "이런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변화하고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자신을 '관악산에서 내려온 산신령'이라고 밝혀 좌중의 웃음을 자아낸 한 주주는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느라 고생 많았다"며 경영진을 응원했다.

주식을 50대 1로 나누는 주식 액면분할과 이사 선임 등 안건은 주주들의 박수로 '만장일치 승인'됐다. 주총은 주주토론까지 약 2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주총장 앞에서는 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된 이재용 부회장의 해임을 주장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대구시 북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열린 DGB금융지주 주총장도 시선을 끈 곳 중 하나다.

57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대구은행 박인규 행장 구속 및 부패청산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주주 5명(6만3천여주)에게서 주권을 위임받아 주총에 참석해 박 행장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안건이 처리될 때마다 발언권을 요청하며 "불법 비자금 조성,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는 박인규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지주 회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 행장은 행장직에서 사퇴하고 금융지주 회장직은 추후 거취를 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노조에서는 곧바로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찍부터 주목받은 올해 상장사 주총 의안 중 KB금융의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은 부결됐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은 가결됐다.

▲ 사진=상장기업 540여곳이 23일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주주총회를 열었다.(연합뉴스 제공)

매년 그랬듯이 정부 고위관료나 권력기관 출신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도 잇따랐다.

예컨대 GS건설은 정상명 전 검찰총장을, KT는 참여정부 출신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과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대주주들의 동향도 눈길을 끌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장남 조원태 사장의 퇴임으로 전문경영체제로 운영되던 진에어의 사내이사를 맡았다.

해외 출장 중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인천 송도에서 열린 주총장과 전화로 연결해 "2020년에는 글로벌 3대 바이오텍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신동빈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주주들의 참석 부족으로 주총이 파행을 겪는 회사들도 나왔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에이프로젠제약은 의결 정족수 미달로 애초 이날로 예정했던 주총을 1주일 연기했다.

주총에서 기본 안건을 결의하려면 25% 이상 지분이 모여야 하지만 회사 측은 이날까지 위임장, 전자투표 등을 통해 모인 지분이 17%에 그쳐 주총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아스, 크린앤사이언스 등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 선임안건이 부결됐다.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지 않도록 주주 의결권을 예탁결제원이 대신 행사하는 '섀도보팅'(Shadow Voting) 제도가 폐지된 여파가 크다는 게 상장사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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