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가겠다는 GM, '출자전환 철회' 거론하며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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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가겠다는 GM, '출자전환 철회' 거론하며 압박
  • 이미경 기자
  • 승인 2018.04.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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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미경 기자]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기존에 발표한 한국지엠(GM)에 대한 출자전환의 철회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오는 20일까지 자구계획에 합의하지 못하면 한국GM의 법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면서 노동조합을 압박하는 한편, 정부와 산업은행에도 최대한 지원을 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5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배리 엥글 GM 본사 사장은 지난 13일 산업은행을 방문, 한국GM 지원 방안을 논의하면서 "우리는 한국GM에 대출을, 산업은행은 투자를 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애초 한국GM의 본사 차입금 27억달러(약 3조원)를 출자전환하고 연간 2천억원의 금융비용을 줄여주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돌연 출자전환을 하지 않고 차입금 형태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는 출자전환 문제가 차등감자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GM이 3조원을 출자전환하면 현재 17%인 산업은행의 한국GM 지분율은 1% 아래로 떨어진다. 이를 방지하는 게 차등감자다.

산업은행은 GM이 출자전환하는 대신 최소 20대 1의 차등감자로 기존 '올드머니'의 효력을 85% 밑으로 묶어둬야 GM의 신규자금 투입에 맞춰 산업은행도 '뉴머니'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엥글 사장은 산업은행이 요구한 차등감자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차등감자를 할 바에야 기존에 발표한 한국GM 자구계획 중 출자전환을 아예 철회할 수 있다고 반격한 것이다.

차등감자는 GM의 생산시설을 한국에 묶어둘 '비토권'으로 연결된다.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은 보통주 지분 15% 이상이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자산 처분에 대한 비토권이 지난해 10월 만료됐다.

산업은행은 차등감자와 함께 자산 처분에 대한 비토권 부활도 GM에 요구했지만, 엥글 사장은 자산 처분에 대한 비토권 부활에도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GM이 27억달러 출자전환과 함께 제시한 신차 생산시설·연구개발(R&D) 신규투자 금액도 애초 밝힌 28억달러와 다소 차이가 있으며, 이 같은 투자계획을 뒷받침할 자료를 제시하라는 산업은행의 요구에도 GM은 아직 이렇다 할 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사진=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기존에 발표한 한국지엠(GM)에 대한 출자전환의 철회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이처럼 출자전환, 차등감자, 신규투자 등을 놓고 GM과 산업은행이 사사건건 대립하는 것은 협상의 초기 단계인 만큼 불가피하다는 게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들의 평가다.

다만 GM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기존 채권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데도 오는 20일 법정관리를 신청한다고 예고하면서 출자전환 철회 등을 거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GM의 법정관리 신청에 실익이 있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 13일 "저도 (협상의) '플레이어' 중 하나니까 섣불리 얘기할 건 아니다"면서 "지켜보겠다.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이 회장의 언급은 부쩍 바빠진 GM의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GM은 애초 산업은행에 단기자금을 위해 요청했던 브릿지론을 돌연 철회하는 등의 모습도 보였다.

결국 GM이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 산업은행, 한국GM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들을 "다양하게 압박하고 갈라놓는 일종의 이간계"라는 해석이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엥글 사장은 최근에도 우리 정부에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신청하면서 "한국에 남고 싶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하는 한편,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그러면서 한국GM의 자금이 완전히 고갈된 만큼, 고비용 적자 구조를 유지하기보단 대량 해고로 이어질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것은 노조를 압박하는 의도가 담겼다.

엥글 사장은 한국GM의 파산을 언급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산업은행에 오는 27일까지 한국GM에 대한 투자확약서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 역시 산업은행과 한국GM 노조를 각각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파국을 논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각자 '패'를 숨겨둔 상황에서 섣불리 상대방에 끌려다니지는 않으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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