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GM 실사해보니 "차입금리·이전가격 문제없어"…경영실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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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GM 실사해보니 "차입금리·이전가격 문제없어"…경영실패 주목
  • 이미경 기자
  • 승인 2018.04.2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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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미경 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문턱까지 갔던 한국지엠(GM)이 GM 본사와 산업은행의 70억5천만달러(약 7조6천억원) 투입으로 위기를 넘기게 됐지만, 사태의 책임론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애초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GM 본사의 '탐욕'이 작용했다는 게 국내 정치권과 노동계의 시각이었다. 본사가 한국GM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했고, 완성차·부품을 주고받을 때 매기는 '이전가격(Transfer Price)'도 불합리하게 책정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두 달 가까이 진행된 회계법인 실사는 한국GM에 이 같은 '착취 구조'가 내재했다기보다는 대주주인 GM의 경영 방침과 한국GM의 고비용·저효율성에 더 원인을 두는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한국GM 최대주주(지분율 83%)인 GM과 2대주주(17%)인 산업은행은 이 같은 실사 중간보고서를 토대로 지난 27일 조건부 금융제공확약(LOC·Letter Of Commitment)을 맺었다. 최종 실사 결과가 중간보고서와 어긋나지 않으면 다음달 초순 법적 구속력이 있는 LOC를 맺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실사 결과는 애초 불거졌던 의혹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우선 GM 본사와 한국GM의 이전가격과 관련해 "실사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산업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제일 핵심적인 건 이전가격 문제"라고 강조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규약대로 본사와 해외의 완성차·부품 거래 가격을 적용한다는 GM의 설명을 뒤집을 반증이 나오지 않은 셈이다. 물론 GM이 자료 제공에 소극적이었던 탓도 있다.

한국GM의 경영난으로 본사가 돈을 빌려주면서 받아간 금리 역시 과도하다고 여길 수 없다는 게 실사 결과다. 연 4∼5%의 차입금리는 GM 본사가 자체 신용등급으로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부담하는 금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GM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 이후 진행된 GM 본사와 산업은행의 협상에서 한국 측 입지가 좁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산업은행은 사실상 GM의 요구에 끌려다녀야 했다.

▲ 사진=한국GM 노사가 임금·단체협약에 합의하면서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는 사실상 확정됐다. 24일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군산공장 정문 모습.(연합뉴스 제공)

GM은 애초 약속대로 한국GM의 본사 차입금 27억달러(2조9천억원)를 출자전환하되, 산업은행과의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로 가져간다. 다만 시설자금에 쓰일 '뉴머니(신규자금)' 23억달러는 증자가 아닌 대출로 투입한다. 한국GM 입장에선 이자부담이 매년 발생하는 셈이다.

GM은 뉴머니를 23억달러에서 36억달러로 13억달러 증액했다. 그러나 이 역시 4억달러는 대출, 8억달러는 출자전환 조건부대출, 1억달러는 언제든 회수할 회전대출(리볼빙)이다. 현재로선 36억달러(3조9천억원) 전액 대출인 것이다.

반면 산업은행은 7억5천만달러(8천억원)를 모두 자본금으로 집어넣는다. '대출엔 대출로, 출자엔 출자로'라는 산업은행의 원칙은 GM의 조건부대출 8억달러로 간신히 구색을 갖췄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시설자금 투입은 20%가 자기자본, 80%가 차입금"이라며 대출이 섞일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최대주주는 전액 대출, 2대주주인 금융기관은 전액 출자로 돈을 넣는 것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 같은 조건으로 한국GM의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는 것은 16만개 가까운 일자리가 좌우되는 한국 정부의 절박함, 이를 모를 리 없는 GM의 협상 전략, 그리고 한국GM의 경쟁력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아시아 생산시설 거점을 중국으로 옮기려는 GM 입장에서 한국GM은 극소수의 연구개발(R&D)·디자인 인력만 제외하고 정리하겠다는 식으로 나왔다"고 산업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금융 논리로만 접근하면 신규자금 투입 없이 한국GM을 법정관리로 집어넣는 게 타당했을 수 있지만, 경제 전체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국책은행으로서 8천억원을 들여 16만개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가성비'를 따졌다는 얘기다.

다만 이 역시 10년 이상은 보장되지 못하는 한계를 지녔다. GM의 한국 철수를 막을 '비토권'이 10년까지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즉 이 기간에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GM은 10년 뒤 같은 상황을 반복하게 될 것으로 산업은행 관계자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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