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뉴스] '중립 외교무대'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최종 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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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뉴스] '중립 외교무대'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최종 낙점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8.05.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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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형대 기자] 세기의 담판으로 기록될 북미 간 첫 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가 최종 낙점됐다.

북미가 6월 12일 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를 선택한 것은 '중립적 외교 무대'라는 점이 주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싱가포르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곳으로 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싱가포르는 또 경호와 안전성, 교통과 이동의 편의성, 취재환경 측면에서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역사적 첫 정상회담도 싱가포르에서 열렸으며 이 같은 역사적 회담을 중재한 경험이 장점으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싱가포르는 북한과 외교관계가 있고 북한 대사관이 위치하며, 아시아권 제3국 외교를 자주 원활히 진행한 바 있는 곳"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싱가포르가 중립성과 고도로 확립된 질서, 고위급 회담 유치 실적 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낙점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때 회담 장소로 판문점이 될 가능성을 거론한 적이 있지만 백악관 참모들은 줄곧 싱가포르가 가장 적합한 장소라는 의견을 집중적으로 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으로서도 싱가포르는 북한 대사관이 있는데다 제약요소로 여겨진 김 위원장의 '장거리 비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로 꼽힌다. 그동안 김 위원장의 전용기로는 장거리 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중국 다롄 방문 때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을 개조한 전용기 '참매 1호'를 이용했다. 이 전용기는 평양에서 5천㎞가량 떨어진 싱가포르까지 충분히 비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전문정보업체인 플라이트글로벌의 그레그 발드론은 김 위원장의 전용기는 이론적으로는 최대 비행 거리가 6천 마일(9천654㎞) 이상이지만 한 번도 그렇게 장거리 비행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추가적인 주의가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싱가포르는 더욱 중립적 장소로 평가된다"면서 "김 위원장의 노후화된 소련제 항공기(전용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비행이 제한되는 점도 장소 선정에 고려됐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김 위원장의 이동 능력이 회담 장소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다"면서 "미국이 이번 주 싱가포르 측에 회담 장소로 제안을 했고, 싱가포르의 역할은 단지 장소와 보안을 제공하는 것뿐"이라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회담을 유치하게 되어 기쁘다"면서 "이번 회담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전망을 밝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환영했다.

싱가포르가 회담 장소로 확정된다면 외교적 협상 무대로 손꼽히는 샹그릴라 호텔이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 사진=북미정상회담 참석 김정은의 탑승 예상 전용기 IL-62M.(연합뉴스 제공)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샹그릴라 호텔에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례안보회의인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가 2002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의 역사적 첫 정상회담도 바로 이 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이 한때 유력한 장소로 검토됐지만 결국 배제됐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장소인 판문점은 역사적 북미정상회담의 상징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리얼리티 쇼'처럼 흥행 이벤트에 익숙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개최지로 선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 관리들은 북미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개최되는 것 자체가 북한에 정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크고 회담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려해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미 앞선 남북정상회담 개최지로 세계인의 눈길을 끈 판문점이 자신의 최대 치적이 될 수 있는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는 '신선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싱가포르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장소여서 결국 낙점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WP에 따르면 미국은 조지 W.부시 행정부에서 싱가포르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데 이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인 2012년에 양국관계를 '전략적동반자' 지위로 격상시켰다. 또 3년 뒤에는 더욱 강화된 안보협정을 맺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싱가포르 외에도 한국과 중국의 도시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결국 북미정상의 만남인 만큼 배제됐으며, 판문점은 지난달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속편'으로 보이는 점 때문에 선택하기는 어려웠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싱가포르는 북한과도 1975년 외교관계를 맺었으며 지금은 북한 대사관이 설치돼 있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대북지원 단체인 '조선 익스체인지'(Chosun Exchange)가 북한 학생 등을 초청해 경제와 이공계 등을 공부시키고 학위를 주는 등 양국간 민간교류가 이어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이웃나라인 말레이시아에서 지난해 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사건이 발생하고, 싱가포르가 유엔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양국간 다소의 긴장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WP는 "권위주의적인 지도자인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가 이끌던 몇십 년 동안 빈국에서 일류국가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 싱가포르는 북한의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김 위원장에게는 매력 있는 장소일 수 있다"고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를 선택한 배경을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싱가포르가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러본 경험이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돼 낙점됐다고 전했다. 아세안(ASEAN) 현 의장국으로서 내달초 아시아 최대규모 연례안보회의인 샹그릴라 대화를 개최하는 것을 비롯해 올해에만 여러차례 최고위급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댄 블루멘털 아시아연구소장은 "미국과 싱가포르의 오랜 관계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싱가포르는 매우 우호적인 장소이며 김 위원장에게는 일종의 안전지대"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 전력 탓에 김 위원장은 다른 많은 나라에서 체포의 타깃이 될 수 있지만 싱가포르는 아닐 것"이라며 "외교를 중시하는 싱가포르는 유럽과 미국처럼 인권문제를 적극 앞세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이유로 김 위원장은 안전한 자국을 떠나 미국의 강력한 동반자 국가인 싱가포르로 가기로 한 것"이라며 "북한의 관점에서 (김 위원장이) 자국을 떠나 국제사회와 거래를 감수하는 위험은 싱가포르에서라면 어느 정도 경감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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