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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들 "전통적 北 협상각본...북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은 낮아"트럼프 '의중' 떠보고 협상 주도권 잡기...한미동맹 균열도 노려
박병욱 기자  |  edt@koreap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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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6  13: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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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뉴스 제공)

[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16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한데 이어 다음달 12일로 잡힌 북미정상회담도 '재고'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한데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전통적 '협상 각본'(playbook)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을 깰 수도 있다"고 위협함으로써 상대방인 도널드 트럼 대통령의 '의중'을 떠보고 협상의 주도권을 거머쥐려는 전략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얘기다. 최대 쟁점인 비핵화 문제를 놓고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의제를 끌고가서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또 연합훈련 문제를 이슈화함으로써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린 포석도 담겨있다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지금까지 물밑 조율해온 정상회담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보기는 힘들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랠프 코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 소장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북한의 규범적 행동"이라며 "북한은 상황을 통제하며 한국과 미국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시험해 보고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상기시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코사 소장은 그러나 북한의 이번 발표를 '소동'에 비유하고 최근의 진전된 상황을 중단시키는 '정지장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밴 잭슨 전 미 국방부 장관 정책자문은 같은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초기에 트럼프 정부한테서 얻어낸 양보안을 확실히 하거나, 대화 기류에 대한 북한 내 우려를 관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컬럼니스트 프리다 기티스는 CNN에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시험하고 있다"며 "김정은은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지키지 못할 작은 양보나 약속을 하면서 (상대방에게서) 양보와 경제·정치적 이득을 얻어내려 했던 것을 똑같이 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무산을 막기 위해 얼마나 기꺼이 나설 것인지를 파악하려고 한다"며 핵무기 없는 북한 외에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트럼프 대통령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중국 전문가로 꼽히는 고든 창도 CNN에 "북한은 정기적으로 이렇게 해왔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단지 협상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고, 미 외교전문매체 '디플로매트'의 편집장 앤킷 팬더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북한의 움직임을 '벼랑끝 전술'에 비유했다.

팬더 편집장은 "북한은 단지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북미정상회담을 원하는지 시험해보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썼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러한 발표가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엄청난 위협'이라기보다는 도로의 요철 같은 사소한 문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 매체 복스는 전문가들이 북한의 '엄포놓기'일 수 있고,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무산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랜드 폴(공화·켄터키) 의원은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발표에 대해 지나치게 의미 부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동맹의 균열을 야기하려는 전략적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워싱턴 정보지인 '넬슨 리포트'에 올린 글에서 "회담의제를 통제하려는 의도와 함께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오래된 목적이 있다"며 "김정은은 동맹의 균열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가 사전에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 모종의 문제가 빚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조슈아 폴락 미들버리국제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의 돌연한 입장 전환이 "자신들의 양보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가 주요 제재는 유지할 것이라는 발표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NYT에 북한의 이번 발표가 한미연합훈련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이라는 문제를 남겼다고 진단했다.

조지 W. 정부 시절 북한과 협상 경험이 있는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NYT에 "북한의 위협이 보다 심각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한국을 모욕한 역사가 있으며, 일상적으로 미국은 동맹국을 방어해왔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역시 북한과 협상 경험이 있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각본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지난 1월부터 김 위원장이 다정한 사람처럼 행동했지만, 그 역시 트럼프 대통령처럼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표명을 중국과의 관계와 연결지은 분석도 있었다.

보니 글레이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선임 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두 차례 회동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이 한미연합군사훈련 문제를 다시 논의 대상에 올리도록 의견을 제시했고,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뜻을 이행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고든 창은 북한의 발표가 이번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협상과 연결지어, 북한이 중국에 백악관에 대한 레버리지(지렛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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