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브렉시트 개입에 英 언론 "내정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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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브렉시트 개입에 英 언론 "내정간섭"
  • 제임스김 기자
  • 승인 2018.07.1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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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EU와 완전결별" 압박...브루킹스硏 "동맹 취약성 이용하는 약탈자 정책"
▲ 사진=영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Reuters 제공)

[코리아포스트 제임스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에게 유럽연합(EU)과 완전히 결별하지 않으면 무역상 불이익을 가할 것이라고 압박하자 영국에서는 '전례 없는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발발하고 있다.

또한 영국 언론들은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구하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 대한 공격이라며 영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초청한 국가의 수반을 공격하는 것은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2일(현지시간)부터 나흘 일정으로 영국을 실무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첫날 공개된 영국 대중지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가 발표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계획안과 관련, 어떻게라도 EU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미국과 수익성이 있는 무역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이 (브렉시트) 거래를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영국 대신 EU와 거래를 하는 것이고 영국은 미국과의 통상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EU의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접근하고 규제도 받아들여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른바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계획안, 즉 EU와의 탈퇴 협상 때 적용될 정부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영국이 EU와 완전히 결별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통상에서 불이익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총리의 기반 약화를 노린 전례 없고 非외교적인 개입"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방송 스카이뉴스도 "폭발력을 지닌 개입"으로, 영국 정치권에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미 정치적 위기에 놓인 메이 총리에게 또 한 번의 심대한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 총리는 최근 '소프트 브렉시트' 계획안을 발표한 이래 집권 보수당 내에서 EU와의 완전한 결별 즉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세력의 격렬한 반발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앞서 영국 브렉시트부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전 장관과 스티브 베이커 전 차관,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메이 총리의 계획안에 반대하며 전격 사임한 데 이어 보수당 강경파들은 불신임 투표까지 검토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소프트 브렉시트' 계획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얻어내 보수당 내 '하드 브렉시트' 지지세력의 반발을 달래려 했던 메이 총리의 시도를 급격히 약화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이 총리는 그동안 브렉시트 이후 닥칠 통상 위기를 다른 국가, 특히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통해 돌파하겠다는 구상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는 미국과의 신속한 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자국 내 비판 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영국에 초청했다.

영국은 아직 EU 회원국이라서 독자적으로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없고 내년 3월로 예정된 브렉시트가 시행되면 협상에 착수할 수 있다.

브렉시트 이후 2020년 말까지 탈퇴 효력이 유예되는 21개월 이행 기간이 주어지는데 영국은 그때 세계 경제와의 관계를 새로 만들어가야 하는 급한 처지다.

현지 언론들은 영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미국과의 신속한 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중요한 기회로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정부의 기대와는 반대로 메이 총리에 대한 공격으로 첫 영국 방문을 시작한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 인터뷰를 보도한 더 선은 메이 총리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하드 브렉시트' 진영을 대변하는 대중지다. 더 선은 2016년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때도 1면 사설을 통해 EU와의 완전한 결별을 촉구한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외교정책 전문가 토머스 라이트는 미국과 영국의 관계가 최악의 지점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라이트는 "양국 관계는 1956년 수에즈 위기 이래 최악"이라며 "이는 동맹의 행동이 아니다. 이는 '브렉시트 영국'의 취약성과 무역협정에 대한 필요성을 이용하려는 약탈자의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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