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경제] 트럼프 자동차 관세 위협에 동맹국들 '진퇴양난'…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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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경제] 트럼프 자동차 관세 위협에 동맹국들 '진퇴양난'…한국은?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8.09.02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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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박병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자동차 고율 관세를 두고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자동차 관세가 각국 경제에 줄 타격뿐만 아니라 이를 피하더라도 불리한 양자협정에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일 미국 자동차 관세 부과의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곳으로 미국 수입자동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멕시코, 캐나다를 꼽았다.

이들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을 대체할 새 무역협정에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혹독한 딜레마는 확연히 드러났다.

미국이 자동차 고율 관세와 합의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고 몰아붙이자 멕시코는 관세를 피하는 쪽을 선택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양국 합의를 보면 멕시코에 불리한 면이 부각된다.

부품의 75%가 미국이나 멕시코에서 생산된 자동차만 관세면제를 받도록 했고, 자동차 부품의 40∼45%는 최저 시급 16달러(약 1만8천원) 이상을 주는 사업장에서 생산하도록 했다.

저가 부품을 수입하고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멕시코는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이 파악한 비공개 합의에 따르면 멕시코는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고율 관세가 발효되면 무관세로 수출하는 자동차의 수에 상한까지 두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의 합의를 캐나다에도 들이밀며 이를 수용하거나 아니면 자동차 관세를 수용하는 방안 중 선택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백악관은 멕시코와 합의한 무역협정에 90일 후 서명하겠다며 캐나다가 원하면 협정 당사자로 편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캐나다의 낙농업 부문에 대한 보호정책을 허물고 당사국 간 분쟁 해소 절차를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 중 비보도를 전제로 "내가 안 된다면 안된다"며 캐나다와의 협상에서 양보가 일절 없을 것임을 밝혔다.

그는 "내가 안 된다고 말하면 당신이 그걸 쓸 것이고 그러면 너무 모욕적이라서 그들(캐나다 협상자들)이 합의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내가 그 사람들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매체인 '토론토 스타'를 통해 이 발언이 전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언론의 약속 파기를 비난하며 "그래도 최소한 캐나다가 내 입장이 뭔지는 인지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를 고려할 때 EU도 멕시코, 캐나다와 비슷한 코너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자동차 관세 계획을 잠정 중단하도록 합의했다.

융커 위원장은 관세를 줄이는 세부협상을 진행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를 개혁하는 데 힘을 보태기로 합의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그 합의가 EU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큰 자동차 수출대국인 독일이 자동차 관세로 타격을 입는 것을 막으려는 고육책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합의를 미국과 EU의 무역협정 협상의 시작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 사진=트럼프, 수입산 자동차에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검토 지시.(연합뉴스 제공)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 추진을 중단하기로 했음에도 수시로 언급하는 방식으로 EU와의 협상에서 압력을 가하고 있다.

EU는 자동차를 포함한 일부 수입품에 대해 서로 관세를 전혀 부과하지 않는 제한적인 협정을 최근 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충분하지 않다"고 일축하며 더 많은 양보를 내놓기를 촉구했다.

NYT는 "멕시코, 캐나다, EU가 처음에는 머리에 총이 겨눠진 채로 무역협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우겼지만 이미 부과된 철강·알루미늄 관세에다 자동차 관세의 망령까지 닥치자 결국 마음이 변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미국에 연간 17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하는 일본도 걱정이 태산이다.

일본 SMBC 니코 증권은 일본 자동차에 20% 관세가 부과되면 연간 생산비는 86억 달러(약 9조6천100억원) 증가하고 이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면 수출량이 20만대, 이익이 2.2%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도 정상회담이나 다른 여러 루트를 통해 양자 무역협정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 시절 11개국이 체결한 다자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유지하자며 계속 저항하고 있다. 다자협정에 극도로 부정적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TPP에서 탈퇴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협박성 경고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지난 6월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선제타격을 언급하며 "나는 진주만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일본 통상정책을 비난하며 미국 쇠고기와 자동차 업체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양자 무역협상을 하자고 촉구했다.

일본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얼마나 응할지는 불분명하다.

모테키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은 지난달 초 미국 워싱턴DC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를 만난 뒤 "논의가 계속될 것이고, 개별적으로 깊이 있게 논의될 분야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자동차 부문에서 다수 양보안을 담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지난 3월 미국과 합의했으나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안이 공개되자 우려 속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지난 5월 수입자동차가 국가안보를 저해하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결과를 토대로 관세부과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수십 년 동안 수입자동차가 국내 자동차 산업을 침식했다는 증거가 있다"며 "그런 수입품이 우리 국내 경제를 약화하는지, 국가안보를 해치는 것은 아닌지 폭넓고 공정하며 투명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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